〈상〉 흩어져있던 문화유산 거대 미술관으로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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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기획
〈상〉 흩어져있던 문화유산 거대 미술관으로 탄생
정약용·김환기·이세돌·홍성담 등 출향인사·자연경관 테마||10여년 전부터 문화유산 재정비 사업 시행||최근 암태·자은·비금·안좌 등에 박물관 및 미술관 11곳 개관||향후 미술관, 공원 등 14곳 추가 완공 예정||군 지자체의 이례적 공공미술 프로젝트 화제…타 지자체 벤치마킹 이어져
  • 입력 : 2020. 10.25(일) 17:37
  • 박상지 기자

신안 소악도 12사도 순례길.

국내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많은 섬을 보유하고 있는곳. 신안도다. 자그마치 1025개다. 신안에는 섬의 수 만큼이나 인적, 문화적 자원이 풍부하다. 흑산도에서 정약전이 '자산어보'를 집필했고, 세계적인 예술가 김환기는 안좌도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하의도에는 김대중 대통령과 민중화가 홍성담의 탯자리가 있고, 조선후기 화단을 이끌었던 조희룡은 유배지였던 임자도에서 작품활동을 했다. 신안군은 10여년 전부터 흩어져있던 인적·문화적 유산을 한데 모으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1도(島) 1뮤지엄 사업이 그것이다. 군 단위 지자체의 이례적인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최근들어 잇따라 개관하며 전국적인 호응을 얻고있다. 본보에서는 코로나19의 위기상황을 기회로 바꾼 신안 1도 1뮤지엄을 소개하고, 지속적인 흥행을 위한 제언을 두차례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주〉

신안의 1도 1뮤지엄 아트 프로젝트는 20여개의 섬에 24개의 뮤지엄을 개관하겠다는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새로운 콘텐츠를 선보이기 보다는 그간 신안군에서 추진해왔던 문화관광 콘텐츠들을 재활용 한 것이 특징이다. 산발적으로 흩어져서 주목받지 못했던 인적·문화적 유산들을 '뮤지엄'으로 가공해 아트관광 상품으로 선보였다. 목표였던 미술관 11개, 박물관 12개, 복합문화관광타운 1개 중 11개 사업이 이미 완료됐다. 압해도의 저녁노을미술관과 암태도의 에로스서각박물관, 자은도의 수석미술관·세계조개박물관, 하의도의 천사상미술관, 비금도의 이세돌바둑박물관, 흑산도 박득순미술관 등은 관람객들을 본격 맞이하고 있다.

넉넉지않은 재정 속에서 14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만큼 1도1뮤지엄 아트프로젝트를 바라보는 시선엔 다소 불안함이 묻어나기도 했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코로나19라는 악재 속에서 신안군의 야심찬 프로젝트는 소위 '대박'을 터트리고 있다.

신안군을 다녀간 관광객은 올해에만 90만명에 달한다. 기대하지 않았던 뮤지엄의 입장료 수입도 수억원을 기록하며 1도1뮤지엄 아트프로젝트의 또 다른 수입원이 되고있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관광객들이 신안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추세"라며 "관광업계에 악재가 되고있는 코로나19가 신안군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관된 뮤지엄들은 각자만의 테마를 가지고 있다. 신안군 공립미술관 1호로 지난 5월 미술관 등록을 마친 압해도의 저녁노을미술관은 5000만평의 탁트인 바다와 일몰이 환상이다. 수화 김환기, 우암 박용구, 사진작가 마이클 케냐 등 유명작품 800여점을 소장하고 있는 이곳은 입소문을 타면서 연간 15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가고 있다. 지난 8월 자은도 뮤지엄파크 내에 개관한 세계조개박물관은 3000여종의 1만1000여점의 희귀한 어패류의 표본과 생활공예품을 감상할 수 있는 자연사박물관이다. 바로 옆에는 '1004섬 수석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는데, 실내에서는 기증받은 국내외 희귀 수석을 감상할 수 있고, 야외에는 정원석, 분재, 야생화로 단장한 수석정원이 탁트인 신안앞바다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고있다.

천사상미술관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민주화운동과 노벨 평화상 수상을 기리고자 최바오로 등 국내외 작가들의 천사 조각상 300여점이 하의도 일대에 설치된 노천미술관이다.

1도1뮤지엄 아트프로젝트와 별개로 전남도와의 공모사업으로 완성된 문화예술공간들이 있는데, 소악도의 '12사도 순례길'이 대표적이다. 국내외 작가 10명이 참여한 '12사도 순례길'은 대기점도·소기점도·소악도·진섬·딴섬의 바닷가·언덕·호수·마을길 등에 12㎞에 걸쳐 세워진 3평 남짓의 자그마한 건축물이다. 지역 주민의 90%이상이 기독교인이라는 특성을 살려 예배당마다 예수 12사도의 이름을 붙였다. 종교를 초월한 많은 관광객들이 사색과 명상을 위해 이곳을 찾고있다.

현재 신안군이 개관한 뮤지엄들이 호응을 얻게되면서 향후 선보이게 될 뮤지엄들에 국내 미술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은도의 뮤지엄파크에 유리공예미술관과 현대미술관 등이 들어설 예정이고, 이탈리아에서 활동 중이며 2018년 한국인 최초·동양인 3번째로 '프라텔리 로셀리'상을 받은 조각가 박은선과 세계적 건축가이자 서울 삼성미술관 리움·강남 교보타워 설계로도 잘 알려진 마리오 보타가 참여하는 '인피니또 뮤지엄'도 2024년 개관될 계획이다. 황해교류역사관(압해도), 전통한선박물관(도초도), 조희룡미술관(임자도), 대한민국 정치역사공원(하의도), 동아시아 인권평화미술관·한국춘란박물관(신의도), 장산면 작은미술관(장산도)과 안좌도의 군도형(플로팅)미술관 등이 추진되고 있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신안은 섬 면적(656㎢)이 서울(605㎢)보다 넓은데도 인구는 4만2000여 명에 불과하다"며 "천혜의 자연환경과 역사·문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1도 1뮤지엄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인이 찾는 문화 거점 공간이 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안 소악도 12사도 순례길에 세워진 건축물들.

신안 자은도에 개관한 1004수석박물관의 외경.

신안 자은도 세계조개박물관에 전시중인 조개를 활용한 생활공예품.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