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일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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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일 단상
박수진 정치부 기자
  • 입력 : 2020. 11.02(월) 15:34
  • 박수진 기자




광주(光州)가 남도 땅의 중심 치소인 무진주가 된 것은 신라 31대 임금 신문왕 6년(686년) 때이다.

무진주에 지방 장관인 도독이 파견돼 15개 군을 다스렸으니, 광주의 역사는 천년을 뛰어넘는 고도(古都)임이 분명하다.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진산 무등산과 광주천을 배경으로 살아 온 광주 사람들의 삶의 흔적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천년의 역사는 수 많은 문화와 역사를 만들어 냈고, 그 장구한 역사속에 영웅들의 흔적이 오롯이 배어 있다.

예향, 미향 등 광주를 수식하는 많은 표현 가운데 가장 널리 쓰이는 말이 '의향'인 이유다.

의향(義鄕) 광주의 정신은 나라에 큰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분연히 떨쳐 일어서 그 빛을 발했다.

특히 임진·병자 양란 때, 병자호란 1895년 을미사변 이후, 1910년 국권피탈 전후, 조선 말기 대한독립군의 모태가 된 항일운동 시기에 더욱 가열찼다.

나라의 큰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분연히 떨쳐 일어선 의병들은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를 막론하고 전국 어느 지역에나 있었다. 그 가운데 절의와 충절의 고장 광주에 특히 많았다.

3.1만세운동에 이어 일어난 광주학생독립운동도 의향 광주정신의 발현이었고, 이는 불의한 권력에 온몸으로 맞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지킨 5·18민주화운동으로 이어졌다.

내일(3일)은 의향(義鄕) 호남의 항일 정신을 계승한 학생들이 신민화교육을 거부하며 벌인 전국적인 저항운동을 벌인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일이다.

광주학생독립운동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단순히 광주~나주 통학열차 안에서 발생한 조선인 여학생 희롱 사건에 기인해 벌어진 양국 학생 간 패싸움이 아니다.

임진왜란·한말의병을 이끈 호남 지역의 항일 정체성을 계승한 광주 학생들이 주축이 돼 일제 신민화 교육에 맞서 독립을 쟁취하려는 운동이자, 전국 320개 학교에 확산돼 5개월 간 진행된 거국적인 투쟁이었다.

아쉽게도 황국신민교육 극복을 통한 민족성 회복을 위한 조직적인 투쟁이었던 광주학생독립운동에 대해 서훈이나 학술연구, 기념·계승 사업은 지극히 부족하다.

광주의 영웅들이 죽음으로 지켜낸 가치인 의로움이 발현된 것이 민주, 평화, 인권의 광주정신이다. 광주학생독립운동 101주년을 맞는 올해,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재평가와 서훈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때다.

박수진 기자 suji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