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11-1> '국제이주노동자'에 울고 웃는 광주·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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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11-1> '국제이주노동자'에 울고 웃는 광주·전남
코로나 장기화… 수확철 농촌 일손 ↓||올해 외국인 계절근로자 입국 전무||“시간은 촉박하고 일은 많은데 막막”||일부 지자체 이주노동자 공개모집도
  • 입력 : 2020. 11.08(일) 17:54
  • 곽지혜 기자

미얀마 출신의 한조튼(36), 네팔 출신의 싸빈(30), 블래타(26)씨가 지난 6일 나주 금천면 한 농가에서 미나리 재배 작업에 한창이다.

올 초부터 전 세계에 퍼진 코로나19는 대한민국의 자영업자, 각종 행사 관계 업자들에게만 엄청난 타격을 준 것이 아니었다. 상시적으로 일손이 부족한 전남의 농어촌에게도 묵직한 한방을 날렸다. 바로 '국제이주노동자 인력 수급 차단'이 그것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 하면서 국가간 이동이 어렵게 되자, 한국에서 거주하던 국제이주노동자들은 제 조국으로 돌아갔고 해외에서 들어오려던 국제이주노동자들은 입국을 포기했다.

그러자 화살은 엉뚱하게도 전남으로 날아왔다. 지난 10월부터 수확철을 맞은 전남지역의 농촌은 일손을 구할 방법이 없어 애써 키운 농작물 수확을 포기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그야말로 전염병이 사회 구조적 재난으로 확대된 것이다.

지난 6일 나주시 금천명의 한 미나리 재배농가.

오전 6시부터 2만평 가량의 논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국제이주노동자는 모두 3명이었다.

이 곳에서 벼와 미나리를 재배하며 1년 2모작을 하고 있는 김모(58)씨는 "이제는 이 친구들(국제이주노동자)이 없으면 농사도 못 짓는 수준이다. 그야말로 이주노동자가 왕"이라고 입을 열었다.

현재 농가에서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는 국제이주노동자는 고용허가제에 따른 비전문취업(E-9 비자)과 방문취업(H-2),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에 따른 단기취업(C-4 비자)과 기존 90일의 체류일은 150일로 늘린 E-8 비자 자격자 등이다. 이들 상당수가 전남지역의 수확철에 투입돼 부족한 일손을 메우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라는 엄청난 변수가 생겼다.

전남도에 따르면 올해 광주·전남에 계절근로자 자격으로 입국한 국제이주노동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더욱이 고용허가제 자격과 미등록외국인들까지 상당수가 본국으로 돌아가면서 농가에서는 이주노동자 구하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김씨는 "본래 7명의 이주노동자를 모집할 계획으로 2만평의 논에 미나리를 재배했지만, 4명이 계약기간 만료 등의 이유로 본국으로 돌아갔다"며 "이후 출국이 금지돼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절반 이상의 노동자가 빠진 상태로 수확철을 맞은 김씨의 고충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일손 부족으로 수확시기가 늦어져 이대로라면 재배한 미나리의 반 이상을 수확하지 못해 버려야 한다.

김씨는 "작년 1만5000원 상당의 미나리 가격이 현재 6000원 선에 거래돼 노동자들의 월급 주기도 빠듯한 상황이다"며 "이 상태라면 농사를 유지하기도 힘들뿐더러 그나마 남은 농사꾼들도 사라질 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에서 고추농사를 짓는 한 농민은 "이주노동자가 없어 평일에는 하루 쉬고 하루 노는 중"이라며 "공장 등에서 일하는 국제이주노동자가 쉬는 토요일만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장 등 제조업도 인력수급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고흥군에서는 인력난이 예상되는 가공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방문동거(F-1 비자) 체류자격으로 입국해 있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시적 계절근로자 공개 모집에 나섰다.

앞서 고흥군은 지난 2017년부터 필리핀 산레오나르도군과 협약을 맺고 매년 농·어업분야에 인력을 투입해왔지만, 올해의 경우 출입국 제한 및 항공편 운항의 어려움으로 입국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정부 역시 지난 8월 말부터 국내 취업기간이 만료된 비전문취업 자격의 국제이주노동자 등에 대한 계절근로를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있지만, 일손 부족현상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무안군 해제면에서 양파 농사를 짓고 있는 권모(55)씨도 국제이주노동자 때문에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치솟은 인건비 때문이다.

권씨는 "모든 작물이 그렇지만 양파도 비닐을 씌우고 작업과 수확 후 제거하는 '멀칭 작업'이 꼭 필요한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힘쓰는 일을 하려면 이주노동자가 필수지만 사람이 없어서 기존에 10만원 안팎했던 하루 임금이 지금은 15만원 선이다"며 "그나마도 시기에 맞춰 빨리 부르고 싶으면 1만~2만원 웃돈을 얹어줘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권씨는 이어 "지금도 이런데 가을보다 더 많은 노동력이 필요한 봄까지 이렇게 수급이 되지 않으면 먹고 살 일이 정말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지난 6일 나주 금천면 한 농가에서 미얀마, 네팔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미나리 재배 작업을 하고 있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