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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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연탄 한 장
김성수 전남취재부 차장
  • 입력 : 2020. 11.11(수) 13:53
  • 김성수 기자 sskim@jnilbo.com
김성수 전남취재부 차장
"삶이란 나 아닌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시인 안도현은 '연탄 한 장'이란 시를 통해 연탄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어릴 적 연탄을 집에 들이는 날이면 골목길이 요란스러웠다. 연탄 장수들의 일사불란한 연탄 나르기는 거의 서커스단을 방불케 했다. 단 한장도 깨트리지 않고 연탄을 던져 나르는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왔고 어느새 창고엔 연탄이 빼곡히 채워졌다.

내 어릴 적 겨울은 그렇게 왔다. 온동네 아낙들이 모여 김장을 담그고 광에 연탄을 채워야 비로소 월동준비가 끝났다. 이때 쯤 누가 부르지 않아도 동장군이 기척없이 찾아들었다.

그 시절 연탄은 고마운 존재였다. '아낌없이 모든 걸 주고 갔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탄불로 밥을 짓고 물을 데우고 반찬을 만들었다. 뜨끈뜨끈한 아랫목은 으레 장판이 누렇게 변했지만 가족들 옹기종기 모여 하루 종일 이야기꽃을 피웠던 아른한 기억도 있다.

다 타버린 회색빛 연탄도 제 구실을 했다. "가족 누구도 넘어지지 말라"며 빙판길로 변한 골목길에 연탄재를 깨부셔 길을 만들면 안전한 길이 되니 말이다.

늘 온기를 간직했던 연탄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도시가스 보급 등으로 겨울마다 골목 어귀에 수백장씩 쌓였던 연탄더미, 연탄불에 달군 연탄집게로 이곳저곳 구멍을 숭숭냈다 혼쭐이 났던 어린시절 장난도 더 이상 경험할 수 없다.

세상은 변했지만 아직 연탄을 필요로 하는 곳도 많다. 전국적으로 연탄을 사용하는 에너지 빈곤층이 10만가구에 달한다고 한다. 올해 코로나19로 에너지빈곤층에게 가장 혹독할 겨울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전국 31개 연탄은행으로 전달된 연탄기부가 40~50% 줄었다는 소식이다.

올해 '연탄 온기'가 더욱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각박해진 요즘, 삶의 희망을 잃고 지쳐있는 이웃들에게 마음의 안정과 따뜻한 힘을 건네줄 수 있는 연탄 한 장 돼 보시는 건 어떨지….





김성수 기자 sskim@jnilbo.com seongsu.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