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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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뜨거운 가슴
  • 입력 : 2020. 11.23(월) 13:16
  • 김해나 기자
김해나 사회부 기자
"휠체어를 타고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참 씁쓸한 경험을 많이 하게 되죠. 장애인 복지는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닙니다. 이 업무는 누구보다 '뜨거운 가슴'을 가지고 해야 합니다."

한 장애인협회장의 설움 섞인 하소연이자 지적이었다.

지난 1월 31일까지 시설주가 공공기관이면 장애인 등 일상생활에서 이동하거나 시설 이용·정보 접근 등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이 높이 차이가 있는 무대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경사로 설치를 완료해야 했다.

이는 2018년 1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시행됨에 따른 것이다.

광주시의 대표 문화시설인 광주문화예술회관 관계자는 공연장 내에서 휠체어 이동이 필요하다면 무대 앞쪽에 바닥 높낮이를 없앨 수 있게끔 설치된 오케스트라 피트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휠체어를 고정할 수 있는 그 어떤 장비도 갖추지 않고서 하는 이 주장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의 안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다.

더욱이 '인권 도시'를 주장하는 광주시 장애인복지과는 경사로의 설치 의무 날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법률 시행에 따라 문예회관 등 시설의 법률 이행 여부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복지과에 '복지'는 없고 '말'만 있는 모양새다.

장애인 경사로 관련 취재를 위해 만난 취재원은 장애인 복지는 결국 '의지' 유무의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경기도의 경우 중증장애인 가구의 주거 편의를 위해 중증장애인 주택개조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법률 시행에 따른 의무화와는 조금 동떨어진 이야기일지 모른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약사항이기는 하지만, 장애인을 배려하는 뜨거운 가슴에서 추진된 사업이 아니었을까.

광주시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든다고 하면서 정작 그들을 위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다. 비장애인에게는 아무것도 아닐지 모르는 몇 계단이 장애인에게는 높은 장벽이라는 것은 장애인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단번에 알 수 있다.

지금보다 더 뜨거운 가슴을 가지고 무대뿐만이 아닌 광주 전역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같은 위치의 세상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길 기대한다.

김해나 기자 min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