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의 성공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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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계륵의 성공 스토리
최동환 문체부 부장
  • 입력 : 2020. 11.23(월) 17:16
  • 최동환 기자
최동환 문체부 부장
유비와 조조가 한중 지역을 놓고 전쟁을 벌일 때 일이다. 두 세력의 싸움은 수개월 동안 이어졌다. 식량이 바닥나고 사기도 떨어지자 조조군에서 도망치는 군사가 늘어났다.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처지였다.

어느 날 조조는 저녁 식사로 들인 닭국을 먹으면서도 마음속으로 진퇴를 놓고 고민에 휩싸였다. 그때 장수 하후돈이 들어와 "오늘 밤 암호는 무엇으로 할까요?"라고 물었다. 조조는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계륵(鷄肋)"이라는 말을 내뱉었다. 계륵은 버리기 아까우나 먹을 것이 없는 닭갈비를 뜻한다.

여기에서 비롯한 고사성어가 '계륵(鷄肋)'이다. 크게 쓸모는 없지만 버리기에는 아까운 것을 빗댈 때 흔히 쓰인다.

프로야구 KIA타이거즈 투수 홍상삼(31)은 두산에선 계륵 같은 존재였다. 지난 2008년 2차 3라운드 전체 20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홍상삼은 2009년 두산의 선발 투수로 9승을 올리며 기대를 모았고 2012년 필승조로 활약하며 5승 2패 1세이브 22홀드 평균자책점 1.93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3년 10월 준플레이오프 2차전서 한 이닝 폭투 3개를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날려버린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주위의 시선과 악플에 시달리면서 심리적으로 흔들렸고 구위도 떨어져 줄곧 2군에 머물렀고, 2019시즌엔 3경기 출전에 그쳤다. 이 과정에서 공황장애까지 겪은 홍상삼은 결국 지난 시즌을 마친 뒤 두산으로부터 방출됐다.

하지만 올시즌을 앞두고 KIA 유니폼으로 갈아 입은 홍상삼은 재기에 성공했다. 그는 올시즌 KIA 필승조 기둥 역할을 하며 57경기에서 4승5패17홀드 평규자책점 5.06을 기록했다. 두산 시절 2012시즌과 2013시즌 이후 최고의 성적이었다. 마운드에만 서면 공을 던질 수 없는 공황장애를 극복하며 인생의 반전 스토리를 만들었다.

계륵이었던 홍상삼이 내년 시즌에도 KIA 마운드의 핵심으로 좋은 활약을 펼쳐 주길 기대해 본다. 최동환 문화체육부 부장 cdstone@jnilbo.com

최동환 기자 cdston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