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통해 서로 마주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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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영화를 통해 서로 마주하는 시간
광주독립영화제 내달 4일부터 광주극장서 개최||임흥순 작 '좋은빛, 좋은공기'개막작||4일간 40여편 상영
  • 입력 : 2020. 11.25(수) 15:25
  • 박상지 기자

오는 12월4일부터 광주극장에서 열리는 제9회 독립영화제 개막작인 임흥순 감독의 '좋은 빛, 좋은 공기'. 광주와 아르헨티나를 오가며 1980년을 전후해 잃어났던 국가폭력을 담았다. 광주독립영화제 제공

코로나19로 사회적 위기를 마주하는 시대, 영화를 통해 서로를 다시 마주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광주독립영화제가 12월4일부터 7일까지 4일간 광주극장에서 열린다. 이번 영화제는 '안녕하CiNE? 안녕하시네!'를 주제로 코로나19로 사회적 위기에 봉착한 상황에서, 영화도 안녕하고, 시민들도 안녕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올해 영화제의 개막작은 임흥순 감독의 '좋은 빛, 좋은 공기'가 선정됐다. '좋은 빛, 좋은 공기'는 광주와 아르헨티나(부에노스 아이레스)를 오가며 1980년을 전후해 동시다발적으로 잃어났던 국가폭력을 지금, 여기의 시점에서 관조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영화를 연출한 임흥순 감독은 '비념', '위로공단', '려행',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을 통해 이주 노동자와 여성 등 사회적 약자의 소외된 목소리를 작품 속에 담았던 감독답게 '좋은 빛, 좋은 공기'에서도 광주와 아르헨티나의 학살 때 자식과 남편을 잃은 어머니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을 빠트리지 않고 있다.

2020광주독립영화제가 '좋은 빛 좋은 공기'를 개막작으로 선정한 이유는 5·18 40주기와 무관하지 않다. 개막작과 함께 '5월 이야기' 섹션에서 광주감독들이 만든 '오월영화' 여섯 편을 선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 영화 중 박종익 감독이 연출한 '증언'은 1980년 5·18당시 고등학생으로 시민군에 참여했던 당사자들이 그때를 회억하는 다큐멘터리다.

'단편 신작선'은 광주감독들의 신작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다. 송원재 감독의 'REcycle'은 디스토피아를 상상한 SF영화로 미장센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김소영 감독의 '할머니와 감나무'는 임용고시 장수생인 손녀와 감나무를 지키고자 애쓰는 할머니가 서로의 삶에 자극을 주고받는 영화다.

'다큐멘터리 신작선'에서는 다섯 편의 광주감독 신작 다큐멘터리가 소개된다. '빗자루 도사와 동지들'은 9월 21일 81세의 나이로 영면한 임동규(1939 - 2020)선생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로, 목사이기도 한 장헌권 감독이 연출했다. 양동준 감독의 '그럼에도 살아간다'는 세월호 희생자인 단원고 고우재 군의 아버지인 고영환 씨가 팽목항의 '0416 팽목기억관'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담았다.

2020광주독립영화제는 코로나19로 언택트 생활이 일상화 된 상황에서 온라인을 통해 영화를 즐기고 있는 점을 감안해 '온택트 신작선'을 새롭게 마련했다. '온택트 신작선'에 선정된 '마침내 물들다'는 통영을 무대로 펼쳐지는 두 남녀의 이야기이다.

2020광주독립영화제는 총 4개의 섹션에서 상영되는 광주감독의 작품 16편을 대상으로 다섯 작품을 선정해 총 300만원의 제작지원금을 후원할 예정이다. 심사는 광주극장85주년 영화제, 11회 광주여성영화제, 9회 광주독립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이 맡게 된다.

올 광주독립영화제는 작년에 이어 독립영화배우를 집중 조명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작년 이태경 배우가 주인공이었다면 올해는 문혜인 배우가 그 주인공이다. 문혜인 배우의 강점은 영화 속에 자연스러운 캐릭터로 변신한다는 점이다. '나가요:ながよ'에서는 래퍼를 섭외해서 연기를 시킨 것이 아니냐는 평을 들었고, '한낮의 우리'에서는 대구에 사는 나레이터 모델을 길거리캐스팅한 줄 알았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혜영'에서는 김용삼 감독과 실제 연인이냐는 오해를 샀을 정도로 영화 속 그 곳에 있을 것 같은 캐릭터로 완벽하게 분했다. 올해 광주독립영화제에서 소개 되는 세 편의 영화 역시 문혜인만의 개성강한 연기를 확인할 수 있다.

올해 각종 영화제에서 두각을 나타낸 작품들을 초청 상영하는 초청작들도 풍성하다. '단편초청'에 소개되는 15편의 단편영화는 단편영화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그리고 "다큐멘터리 초청"에 선정된 '사당동 더하기 33'과 '재춘언니'도 주목을 요하는 작품들이다. 사회학자이자 영화감독인 조은이 연출한 '사당동 더하기 33'은 한국전쟁 때 월남한 정금선 할머니의 4대에 걸친 가족의 역사를 무려 33년 동안 기록한 다큐멘터리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크게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재춘언니'는 이윤 추구만을 위해 오랜 시간 헌신한 노동자를 내친 자본에 맞서 13년의 긴 시간동안 투쟁해온 이재춘에 대한 이야기다.

2020광주독립영화제의 폐막작은 '휴가'가 선정됐다. 부당한 정리해고를 당하고 5년째 농성 중인 재복이 아직도 변함이 없는 현실의 노동 현장을 목격하고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다짐을 응시하는 영화다. '휴가'는 인천을 기반으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이란희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과 서울독립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작품이다. 2020광주독립영화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상영 후에는 GV(관객과의 대화)가 마련된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