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노휘의 길 위의 인생 40> 터키인들은 견주(犬主)이면서 집사(執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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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노휘의 길위의 인생
차노휘의 길 위의 인생 40> 터키인들은 견주(犬主)이면서 집사(執事)
※ 차노휘 : 소설가, 도보여행가
  • 입력 : 2020. 11.26(목) 12:26
  • 편집에디터

40-1. 괴레메에서 캉갈과 함께.

1) 무슬림(Muslim, 이슬람신도)들이 경애하는 고양이

내가 한 달 정도 머물렀던 이스탄불 탁심 광장 근처 아파트 단지에는 유독 고양이들이 많이 살았다. 트램을 타기 위해서 언덕 계단을 오를 때에도 담장이나 계단 한쪽에 수도승처럼 앉아 있거나 하품을 했다. 곳곳에 있는 녀석들의 집 앞에는 늘 깨끗한 사료와 물이 담긴 그릇이 있었다. 누군가의 돌봄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에페수스(Ephesus) 유적지도 아야소피아(Ayasofya) 사원도 그들에게는 집이었다. 사람이 다가가도 전혀 적대감을 표시하지 않고 눈을 내리깐 채 주인 행세를 했다. 맥주 몇 병 사려고 아파트 인근 조그마한 슈퍼에 갔을 때에도 콘칩 더미 위에서 늘어지게 하품을 하는 갈색 줄무늬 고양이가 있었다. 녀석을 보고 웃었더니 주인 또한 흐뭇한 미소로 나를 보았다. 이스탄불에 머물다 보면 모든 터키인들이 '집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놀랄 것도 없다.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Muhammad, 서기 570~632) 또한 집사였다. 그와 고양이에 관한 에피소드가 몇 있다.

어느 날 무함마드가 기도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눈치 없는 독사 한 마리가 슬금슬금 동굴로 기어들어왔다. 기도에 열중하고 있는 그가 그 사실을 알 리 없다. 곁을 맴돌던 고양이가 독사 머리를 물어뜯지 않았다면 오늘날 16억 무슬림들이 다른 종교를 가졌을 지도 모르겠다. 무함마드는 바로 고양이에게 무릎을 꿇고 감사 인사를 하고는 특별한 선물로 보답했다. 언제 어디서 떨어지더라도 네 발로 안전하게 착지하는 기술이었다. 무함마드가 또 기도를 하고 있을 때였다. 아기 고양이가 그만 그의 넓은 옷소매 속으로 들어가 잠들어 버렸다. 기도를 마쳤을 때에야 그는 그 사실을 알았다. 잠든 고양이를 깨울 필요는 없었다. 그가 가위로 조심조심 소매를 잘랐으니까 말이다.

무함마드가 총애하는 고양이어서 그런지 유난히 무슬림들은 고양이를 고귀하며 순결한 동물로 여긴다. 심지어 영혼이 있다고까지 믿는다. 그야말로 경애의 대상이다. 무함마드의 언행록 하디스(Hadith)에 따르면 고양이가 바닥을 기어 다니는 벌레를 먹게 해서도 안 되며 묶어서 굶겨 죽이면 지옥행 고속열차를 예매한 거라고 말한다. 혹여나 고양이를 죽였는데 지옥행을 피하고 싶다면 17개의 모스크(mosque 이슬람교 예배당)를 세워야 한다. 왕족도 한 채 짓기 힘든 현실에서 웬만한 사람이라면 죽을 때까지 그 죄를 씻을 수 없다는 말이다.

지옥에 가기 싫어서일까. 이스탄불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고양이를 소중하게 보살폈다. 노숙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신이 먹을 음식이 없어도 고양이 사료를 준비해서 건넸다. 고양이 사료는 특별하다. 무슬림들은 자신들이 먹는 정결한 음식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할랄(halal) 의식을 거친 고기를 사용해서 고양이 사료를 만든다. 무슬림 고양이들 덕분에 사료 시장에도 할랄 마케팅이 점점 더 자리를 넓혀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 무슬림들은 왜 개를 싫어할까

고양이와 달리 개의 대접은 사뭇 다르다. 개의 경우, 이슬람 전통에서는 만지거나 의도치 않게 몸이 닿으면 다시 샤워해야 예배를 볼 수 있다. 개가 핥은 그릇은 반드시 버리거나 동(銅) 그릇일 경우에는 그 위에 새로 주석 도금을 해야 한다. 이슬람 신도들에게는 경멸과 접촉 금지 대상이 바로 개다. 무함마드도 개를 꺼려했다.

서기 610년 메카(Mecca, 무함마드의 출생지) 인근 산에서 명상으로 신의 계시를 받은 무함마드이지만 처음부터 포교 활동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혁신적인 율법을 내세운 이슬람교는 기득권 세력과 부딪쳐야 했다. 마침내 목숨까지 위협 당하며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간신히 동굴 속에 몸을 숨겼지만 그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던 개가 짖어대는 바람에 하마터면 발각될 뻔했다. 그 사건 이후, 무슬림들은 예언자를 곤경에 빠뜨린 개를 천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질적인 이유를 다른 데에서 찾는 사람들이 많다.

공중보건학적인 이유 때문이다. 중앙아시아, 소아시아 등 유목생활을 많이 하는 지역에서는 개를 숙주로 한 기생충 감염이 종종 일어났다. 기생충은 숙주의 대변을 통해 알을 내보내곤 했는데 배변 교육을 받지 못한 개들은 아무 곳에나 배설을 했다. 개 배설물을 영양분 삼아 자란 식물은 가축의 먹이가 되어 결국은 사람에게까지 전해졌다. 하지만 이보다 더 끔찍한, 개를 멀리하는 정서적 거리두기 풍습이 있었다.

개에게 사람의 시신을 먹였던 것이다. 독수리에게 사체를 먹였던 티베트의 조장(鳥葬)처럼 과거 일부 중앙아시아 지역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그 영혼이 사후세계에 일찍 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러한 장례 절차는 나무가 부족하여 화장하기 어려운 현지 사정과 부패로 인한 전염병 발생 예방이라는 현실적인 목적이 있긴 했지만 개가 매우 불결한 동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3) 회색 늑대의 후손 터키인 그리고 캉갈(Kangal Shepherd Dog)

이러한 일반적인 무슬림들의 인식과 달리 같은 무슬림이지만 터키인들은 고양이만큼이나 개에게도 우호적이다. 예로부터 목축을 했던 이들에게 개들의 존재는 컸다. 자신들이 회색 늑대(Bozkurt)의 후손이라고 민족 창조 설화에서 밝힌다. 길거리에서 개를 보면 지나가던 사람들은 멈춰 서서 쓰다듬어 준다. 개들도 자신들이 사랑받고 있는 줄 알고 다가온다. 길거리 개지만 결코 길거리 개가 아니다(녀석들은 깔끔하고 통통하다. 귀 한쪽에 칩이 달려있다. 예방 접종을 한, 정부가 관리하는 개들이다). 오스만 제국 때도 개 보호는 여전했다. 이스탄불 한 가죽 사업가가 술탄을 찾아가서 이렇게 제안한다.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개들은 미관상 좋지 않고, 위험하기도 하니 모두 잡아서 가죽을 만듭시다?"

"개도 알라가 창조한 생명체이거늘 어찌 보기 싫다고 죽여버리겠소?"

술탄은 오히려 거리의 개들을 보호하라고 명령한다.

터키의 국견은 캉갈이다. 늑대도 잡을 수 있을 정도로 덩치가 크다. 괴뢰메(Göreme)에 갔을 때 캉갈을 발견한 나는 가게 주인에게 얼마나 아는 척을 했던가. 이들의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견 사랑은 오늘날에도 변함이 없다.

이국의 낯선 거리에서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것은 캉갈처럼 크지만 수도승처럼 고요한 표정을 짓는 현지인들이다. 예부터 '싸움꾼'이었던 이들은 견주이면서 집사다. 이들의 다른 이면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차노휘 : 소설가, 도보여행가

40-2. 에페수스를 지키는 고양이1.

40-3. 에페수스를 지키는 고양이2.

40-4. 에페수스를 지키는 개.

40-5. 시장 거리의 개. 자세히 보면 귀에 칩이 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40-6. 아파트 담장에서 도 닦는 고양이.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