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평동 대규모 도시계획… 정작 소외된 원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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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광주 평동 대규모 도시계획… 정작 소외된 원주민
농촌마을, 준공업지역으로 용도변경||소음·악취·먼지… 주민 "이주해달라"||광주, 42만평 대규모 도시 구상 발표||"환경훼손 우려"에 주민 "황당" 난색
  • 입력 : 2020. 11.26(목) 17:12
  • 최황지 기자
평동준공업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마을회관 앞 의자에 앉아 있다. 마을회관 지척에서 내뿜는 공장단지의 먼지로 마을 주민들은 휴식공간을 빼앗겼다.
광주 평동준공업지역의 마을회관 앞 정자에는 희뿌연 먼지가 쌓였다. 마을에 사는 고령의 주민들은 "아침에 먼지를 닦아도 점심때 다시 더러워져 이곳에서 낮잠을 자고 이야기를 나누던 노인들은 이제 없다"고 했다. 대규모 세탁공장에서 돌아가는 윙윙 소리가 공간을 채웠고 굴뚝에선 연기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평동준공업지역은 앞쪽엔 평동산업단지, 뒤로는 무안광주고속도로, 동쪽으론 황룡강이 흐르는 곳에 있다.

최근 광주시는 준공업 업체, 주민 주거시설, 농촌이 어지럽게 섞여 있는 이곳을 체계적으로 정비하겠다며 도시개발계획을 수립했다. 일각에선 대규모 택지지구가 건립되면 인근에 있는 황룡강 장록습지가 훼손될 것이라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작 원주민들의 의견은 소외 당하고 있다.

원래 이곳은 광주 외곽이지만 살기 좋은 농촌 마을이었다. 평화로운 농촌 마을이 술렁이기 시작한 건 지난 1991년. 지역에 평동산업단지가 들어오며 주민들은 일구던 논을 산단에게 내어줬다.

7년 뒤인 1998년, 녹지지역에서 준공업지역으로 용도 변경되며 마을에 준공업 업체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폐기물처리업체, 각종 제조업체, 가공공장, 세탁업체, 고물상 등이 줄줄이 입주하며 난개발이 됐다. 매일 반복되는 소음, 악취, 분진 등이 계속돼 주민들은 지속해서 민원을 제기했다.

참다못한 주민들은 자발적 조직인 '평동준공업지역 재해대책위원회'를 꾸렸고 2010년께 '주민이주대책위원회'로 이름을 바꾼 뒤 광주시에 "더 이상 못 살겠다. 이주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목소리를 모았다.

지난해 9월 광주시는 주민 민원을 일부 수용했다. 우후죽순 들어서 난개발을 초래하는 준공업 업체를 막기 위해 해당 지역을 '개발행위 제한지역'으로 지정했다. 당시에도 광주형일자리 후보지, 금호타이어 이전 대상지 등 각종 추측이 난무했지만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주민들의 심각한 불편 때문이었다.

광주시는 주민들의 이주 방안의 하나인 택지지구 개발계획을 발표했지만 원주민들의 요구와는 사뭇 달랐다. 친환경자동차, 에너지 등을 담당하는 기관이 들어서고 정주여건을 개선하는 아파트가 건설되는 대규모 개발계획이다.

지역 정치권 등에선 "철회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또 한 번 소외됐다. "아파트 개발 사업을 당장 멈춰야 한다", "장록습지 인근 대규모 택지지구는 환경 훼손이다", "회색도시 광주를 막아야 한다"는 반대 목소리가 잇따랐다. 일각에선 "주민들을 내쫓는 아파트 개발이다"며 몰아세웠다.

평동준공업지역 이준경 용동마을 통장은 "광주시에 아파트를 지으라고 한 적도 없다. 단지 못 살겠다고 했을 뿐인데 보상대책, 이주 대책에 대한 부분은 쏙 빼고 대규모 택지지구 건설을 발표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광주시가 평동준공업지역 도시개발을 시작한 원인엔 "지속적인 주민 요구"가 기저에 있다. 일각에서 해당 사업에 원주민들이 소외돼선 안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특히 준공업지역 지정 이후 20년간 원주민들이 피해를 본 만큼 보상 및 이주 대책 또한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앞서 민선 6기 시절 광주는 평동준공업지역 주민 피해 사례를 취합한 연구를 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보고서는 현재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 채 사장됐다. 광주시 관계자는 "해당 용역보고서를 현재 찾지 못하고 있다"며 "주민이주를 추진할 사업 주체가 확정되면 주민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황지 기자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