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주민 갈등, '무늬만' 금연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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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여전히 주민 갈등, '무늬만' 금연아파트
●광주 금연아파트 가보니||거주 주민 과분수 동의시 지정||복도‧계단 등 4곳서 흡연 금지||도로‧주차장 등 꽁초 여전해||“이웃이라 신고할 수도 없고”||“흡연공간 없는데” 하소연도
  • 입력 : 2020. 11.26(목) 17:09
  • 최원우 기자

광주 남구의 한 금연아파트 입구에는 "아파트의 공용공간 일부가 금연구역입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내걸려 있다.

공동주택 주민들 간 간접흡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전국 각 자치단체에서는 금연아파트를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광주시의 경우도 60곳의 금연아파트가 있다.

과연 금연아파트는 정말 금연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갈등만 쌓이는 무늬만 금연아파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흡연이 불가한 구역에서 여전히 담배꽁초가 발견되면서 단속을 요구하는 비흡연자들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지만 지자체의 단속은 유명무실한 수준이다. 여기에 흡연자들은 "최소한 담배 필 구역이라도 지정해달라"라면서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 상태다.

26일 광주시에 따르면, 금연아파트란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거주 세대 2분의 1 이상이 동의해 자율적으로 관할 보건소에 신청하면 공용공간인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및 지하주차장의 전부 또는 일부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는 아파트를 지칭한다. 만약 이를 어길시에는 5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현재 광주 관내에는 총 60곳의 금연아파트가 지정돼 있으며, 지역별로 보면 동구 8곳, 서구 2곳, 남구 16곳, 북구 12곳, 광산구 22곳이다.

이날 오전 11시께 찾은 광주 남구의 한 금연아파트.

이곳은 입주민 과반이 동의해 금연아파트로 지정된 곳으로 아파트 입구에는 "XX아파트의 공용공간 일부가 금연구역입니다. 계단, 엘리베이터, 지하주차장에서 흡연 시 과태료가 부과됩니다"라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그러나 지하주차장부터 천천히 돌아본 결과, 주차공간 사이사이에 담배꽁초가 버려져 있고, 배수구 등에서도 쉽게 꽁초를 발견할 수 있었다.

또 단지 내 아파트 동마다 'no smoking 금연아파트, 이웃을 위한 배려! 금연으로 실천하세요'라는 문구가 붙어있었지만, 사람의 시선이 잘 닿지 않는 아파트 옆이나 심지어 단지 내 도로에서도 담배꽁초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아파트 주민 임재홍(51) 씨는 "꽁초가 발이 달려 이곳에 와있는 것은 아닐 테고 누군간 길에서 피웠다는 증거가 아니겠느냐"라며 "솔직히 금연아파트라는데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김수아(36‧여) 씨는 "그나마 길에서 흡연하는 것은 피하면 그뿐이지만, 내부에서 피는 흡연자들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베란다나 복도에서 담배 냄새가 코를 찌르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화장실 환풍구를 통해 냄새가 올라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이러한 불만에도 손쓸 방법은 없다.

주민 간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화장실이나 베란다, 방안 등에서의 흡연은 사적인 공간이라는 이유로 단속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또 단속 공간이라 하더라도 자치단체에서 단속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금연아파트라는 현판이 붙어있지만, 빈 담배갑이나 버려진 꽁초를 쉽게 볼 수 있다.

박지우(36‧여) 씨는 "단속은 도대체 누가 하는 것인가"라며 "(흡연자) 사진을 찍자니 사생활 침해 문제 등으로 이웃끼리 얼굴 붉힐까 봐 신고조차 할 수도 없다. 흡연자들에게 흡연공간이라도 만들어 주던지 다른 대책 등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주민들 간에 불화로 갈등만 더 늘어날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성토했다.

실제로 남구에 단속현황을 확인한 결과 지난 9월 24일부터 금연아파트를 포함한 관내 모든 금연구역에서 적발된 건수는 총 16건이었다. 거의 단속을 하지 않은 수치다.

공무원들도 할 말은 있다. 현장단속이 아닌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기 어렵고 단속인력 부족 등으로 금연구역에서 흡연하는 행위를 단속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남구 보건소 관계자는 "단속인력이 부족해 매일 금연아파트마다 돌아다니며 점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5개 구가 다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며 "일주일마다 금연구역을 점검하며 금연 홍보물 배포나 단속을 진행하고 있고 금연아파트의 경우 주민들이 스스로 금연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방송을 통해 금연을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흡연자들도 불만은 터트린다.

금연 아파트 주차장에서 흡연 중이던 주민 김모씨는 "주민들의 동의하에 지정된다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았다. 소수라서 무시된 우리는 어디서 담배를 피워야 하느냐"라며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공간 중에 길은 포함이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흡연자들도 흡연 할 권리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흡연자 최재훈(24) 씨는 "금연아파트를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흡연자들을 이렇게 무시해도 되는 것인가"라며 "엄연히 담배가 판매가 되고 있는 만큼 흡연실 배치라든가 그만한 대안을 만들어 놓고 정했어야 한다. 우리도 숨 쉴 곳은 좀 만들어 달라"고 주장했다.

최원우 기자 wonwoo.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