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만으로는 코로나19를 박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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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백신만으로는 코로나19를 박멸할 수 없다
오선우 정치부 기자
  • 입력 : 2020. 12.07(월) 14:51
  • 오선우 기자
오선우 정치부 기자
2019년 11월17일, 코로나19가 세상에 처음 나와 전 세계를 팬데믹 공포에 떨게 한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코로나19는 지금껏 인간의 목숨과 건강을 위협해 온 수많은 질병과는 격이 달랐다. 사회를 마비시키는 것은 물론 '포스트 코로나'라는 전무후무한 패러다임을 전 세계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도록 강요하고 있다. 인류로 하여금 '제어하느냐, 제어당하느냐'의 기로에 서게 만든 범세계적 신드롬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는 모두가 백신 개발에 몰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코로나19 박멸을 고대하는 인류의 염원에 응답하듯 발병 1년 만에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백신 'BNT162'가 개발됐다.

지난 2일 영국에 이어 4일 바레인에서 긴급사용이 승인돼 접종을 앞두고 있다. 한국도 12월 중순께 승인·유통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95%라는 높은 예방 효과를 보인 새로운 백신 개발 소식에 전 세계인의 관심은 자연히 집중됐다.

하지만 사람들의 뇌리에 코로나19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안도감이 자라나자, 이는 곧 안일함으로 바뀌어 최근 재유행의 불씨가 됐다. 오랜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와 생활방역에 지친 사람들은 백신 소식에 자세가 풀어졌다. 제주도를 비롯해 순천 등 전남 여행 명소는 발 디딜 틈이 없었고, 광주 시내와 상무지구의 술집과 유흥시설은 밤마다 문전성시를 이뤘다.

안일함의 대가는 부메랑이 돼 빠르고도 가혹하게 돌아왔다. 서울·경기에서는 하루에 수백명씩 확진자가 쏟아져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됐다. 광주도 연말까지 2단계가 연장됐으며, 전남도 그에 준하는 거리두기가 지속되고 있다.

국내 접종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백신 소식만으로 이미 박멸해버린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12월 접종이 시작된다고 하더라도 전 국민이 주사를 맞을 때까지는 수개월이 걸린다.

더구나 아직 효과가 확증되지 않은 긴급사용 승인 상태이며, 알 수 없는 부작용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완전한 박멸을 선언하기 전까지 거리두기와 생활방역에 소홀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마라톤 42.195㎞ 완주의 성패는 마지막 7㎞ 구간을 어떻게 운영하는가에 달렸다고 한다. 다 끝났다고 자만하거나 흥분하는 순간 그동안 쌓아 올린 금자탑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다. 백신은 예방제일 뿐, 완치제가 아니다. 1년을 버텨온 끈기를 자양분 삼아 유흥과 여가생활을 지양하고, 제대로 된 백신을 모두가 안전히 접종받는 날을 기다려야 한다.

완전한 집단면역이 형성되는 그 날, 비로소 마스크 없이도 자유롭게 거리로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박멸이 점차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자신이나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마지막 희생양으로 바칠 필요는 없잖은가.

오선우 기자 sunwoo.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