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1심 이후 5‧18 진상 규명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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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1심 이후 5‧18 진상 규명 잰걸음
법원, 헬기사격 인정…5·18조사위 조사 탄력||"발포 명령자, 원천에 중점 두고 조사하겠다" ||전남대서 5·18 직전 상황 담긴 원고 발견도||당시 학생 기자들이 5월 15~16일 상황 기록
  • 입력 : 2020. 12.06(일) 16:10
  • 김해나 기자

5.18 헬기사격을 목격한 고 조비오 신부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은 전두환씨가 지난달 30일 광주지방법원에서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나건호 기자

전두환(89) 씨의 1심 유죄 선고를 기점으로 5·18 진상 규명에 대한 목소리가 다시 한 번 더 커지고 있다. 특히 헬기 사격을 대한민국 사법부가 공식 인정한 것이어서 진상규명 조사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전남대학교 방송국에서는 5·18 직전의 상황을 담은 원고가 발견돼 당시 상황을 좀 더 명확히 조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6일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5·18조사위)는 "전씨의 유죄 판결을 계기로 5·18 기간 계엄군의 사격 행위 등을 세분화해 조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올해 초 공식 출범을 선언한 5·18조사위는 1980년 5월18일 전후의 상황을 날짜별로 재구성하고 사격과 관련한 예비 조사를 진행해왔다.

5·18조사위 관계자는 "5·18 당시의 헬기 사격을 입증하는 것이 진상조사위가 가진 과제 중 하나다"며 "이제까지는 전씨의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이고 조사 결과가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 실질적인 조사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것은 이미 2018년 2월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에서도 입증된 사실이지만 재판부를 통해 전씨의 유죄와 함께 헬기 사격이 재입증됐다"며 "이를 근거로 특조위에서 조사했던 헬기 조종사 등도 재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발포를 중심적으로 조사를 할 계획이다"라고 밝히면서 "총탄 등 흔적이 남은 기존 발포 등에 관한 조사를 비롯해 발포 명령자, 즉 원천을 찾는 것에 중점을 두고 조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5·18 진상 규명 특별법상 조사 범위는 △최초·집단 발포 책임·경위 △5·18 당시 사망·상해·실종·암매장 등 인권 침해 △계엄군 헬기 사격 경위 △군에 의한 진실 왜곡·조작 △집단 학살·암매장지 소재 △유해발굴 사건 등이다.

전남대 방송국에서는 5·18 직전의 정황이 담긴 뉴스 원고와 여러 동아리의 활동이 돋보이는 자료가 발견돼 화제다.

같은 날 전남대학교 학교 신문방송사(주간 노시훈 교수)에 따르면 최근 사무공간 정비 과정에서 1980년 5월15일, 16일의 상황이 담겨있는 학생 기자들의 방송뉴스 원고철을 발견했다.

뉴스 원고는 당시 CUB전대방송의 학생 기자였던 조규백·송재홍 학생이 수기로 작성한 것으로 기존 연구나 구술자료보다 당시 상황에 대해 더 구체적인 내용 확인이 가능하다고 대학 측은 설명했다.

원고에는 '지난 13일 교수협의회 임시 총회에서 작성한 시국선언문을 교수대표 정익섭 교수가 발표', '김태진 학생처장과 교수평의회의장단이 도 경찰과 합의한 후 6시5분에 해산'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유경남 전남대 5·18연구소 전임연구원은 "이 자료는 1980년 5월 당시 상황을 학생 기자의 시각에서 직접 기록한 것으로, 당시 전남대 학생운동뿐만 아니라 학생들과 함께했던 교수들의 활동도 확인되는 원본 자료다"고 분석했다.

이어 유 연구원은 "역사성과 희소성이 크고, 진정성·대체 불가성·세계적 가치 등을 따져볼 때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5·18민주화운동 기록물에 포함돼야 할 기록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함께 발견된 자료 중 '민족문학큰잔치' 철은 '민족문화연구학회'가 주최하고, 전남대 총학생회가 후원한 행사 자료집이다.

'민족문화연구학회'는 1980년 4월 말에서 5월 초 사이에 사회과학 동아리인 'RUSA'와 문화 활동 동아리인 '얼샘', 용봉문학동인회, 국문과·국어교육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 자료는 현재 수집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아카이브, 연구소 아카이브에서도 확인되지 않은 자료로 밝혀졌다.

또 '민족·민주화성회' 유인물과 '제1시국선언문' 등을 포함해 5·18 관련 문서 61점, 사진 43점 등 총 104점이 발견됐다.

노시훈 교수는 "향후 구체적 검증과 연구를 통해 더 많은 가치를 확인하겠다"며 "귀중한 자료인 만큼 추후 학내 구성원과 지역민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전남대에서 발견된 1980년 5월15일, 16일의 상황이 담긴 학생 기자들의 뉴스 원고철. 전남대학교 제공

최근 전남대에서 발견된 1980년 제1 시국선언문. 전남대학교 제공

최근 전남대에서 발견된 '민족문화연구학회'가 주최하고 전남대 총학생회가 후원한 행사 자료집인 '민족문학큰잔치'. 전남대학교 제공

김해나 기자 min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