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적 관계로서의 이주민, 더불어 살아야"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사람들
"수평적 관계로서의 이주민, 더불어 살아야"
박흥순 다문화평화교육연구소장||15년 광주에 설립, 평화활동 앞장||“제주예멘사태, 무지가 혐오로 전개||선주민의 교육, 인식전환 선행돼야”
  • 입력 : 2020. 12.16(수) 16:33
  • 도선인 기자
박흥순 다문화평화교육연구소장.
"이주민과 평화롭게 살기 위해그들의 주체성과 인권을 존중하고 발전시키는 활동을 단기적 수준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하게 고민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죠."

광주 동구 예술의 거리에 있는 다문화평화교육연구소가 지난 2015년 설립된 이후, 매년 세계인권도시포럼 주제회의 '이주민과 인권' 세션을 주관하는 등 이주민들의 인권 증진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대면 활동이 어려웠던 가운데 지난 3월 '이주민 목소리로 듣는 인권, 함께 만드는 평화'를 시작으로 총 3권의 책을 출간했다. 연구소에서 진행한 학술모임, 포럼 등의 내용을 엮은 결과물이다.

특히 지난 10월 출판된 '5·18과 이주민, 인권도시미래'는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지난 10월 진행된 세계인권도시포럼 주제회의 "이주민과 인권" 세션 주제인 '5·18과 이주민, 인권도시미래'의 발제문을 정리한 것이다.

광주에 거주하는 4개국(베트남, 필리핀, 우즈벡, 스리랑카) 이주민들의 관점에서 성찰한 5·18민주화운동을 발표하고 그 내용을 한국어와 동시에 모국어로 정리하는 작업이 동행됐다.

이처럼 박흥순 소장은 이주민을 단방향 교육의 대상자로 여기지 않고 자기결정권이 있는 행동자로서 나서게 하는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어, 한국역사와 같이 선주민 중심적인 생각에서 비롯된 교육이 아니라 이주민의 관점에서 바라본 사회를 연구하고 그들이 다시 자국민의 교육 주체자로 나서게 한다. 다수를 차지하는 선주민들의 편견과 차별적 시선을 스스로 교정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작업도 필수다.

박흥순 소장은 "이주민을 선주민보다 열등하다는 기존의 인식을 지양하고 수평적 관계를 도모했다는 점이 성과라 할 수 있다"며 "노동이주자, 혼인이주자, 이주민 자녀, 난민을 포함해 이주민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들이 평화롭게 함께 살기는선주민의 의무이자 책임이다"고 전했다.

다문화평화교육연구소의 기반은 어째서 광주였을까? 박 소장은 2011년 한국연구재단 학술연구교수 프로젝트로 광주 한 대학에 내려와 '광주 전남 이주민 현황과 지역교회의 역할'로 연구 주제를 진행한 후 광주에 정착하게 됐다.

박 소장은 "광주는 5·18민주화운동의 진원지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는 공간이다"며 "연구를 시작으로 광주의 활동가들가 네트워킹이 됐고 연구소 설립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국민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라졌던 '제주 예멘난민 사태'에 대해서는 '무지'를 공포나 두려움으로 가열하면 혐오를 만든다는 말에 주목하며, 무지가 혐오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라고 했다.

박 소장은 "당시 예맨인들 20, 30대 였으면 자국에서 고학력자였다. 예민인들은 한국에 노벨평화상을 받은 대통령이 있다는 점, 제주도가 평화의 섬이라 알려진 점을 미루어 선택했다"며 "당시 예멘인들이 생각한 한국이 난민 신청을 위해 적합한 장소라 생각했는데, 현실은 한국인들의 순혈주의, 차별적 시선이 드러난 사건이다"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