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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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아듀! 2020년
  • 입력 : 2020. 12.29(화) 16:50
  • 박상수 기자
그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1997년 대통령 선거 직전, 우리 나라는 'IMF 사태'라고 부르는 국가부도 사태를 맞았다. 눈만 뜨면 대기업 중소기업 가리지 않고 기업이 문을 닫아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직장을 잃은 사람들은 가정마저 해체돼 노숙자로 전락했다. 국제 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신뢰도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6·25 전쟁 이후의 최대 위기에 국민들은 절망했다. 지금까지는 그해 겨울이 우리 국민들에게 가장 불행했던 해로 기억되고 있다.

1980년 5월 전두환 신군부의 만행에 광주 시민들은 치를 떨었다. 이들 정치 군인들은 정권 찬탈에 눈이 멀어 나라를 지키고 국민들을 보호해야 할 군인을 동원해 동족인 광주 시민 수백 명을 학살했다. 그것을 눈앞에서 목도한 광주 시민들은 분노에 앞서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에 맞서 싸우지 못한 나약함과 5월 영령들을 따라 함께 죽지 못한 미안함에 많은 시민이 절망했다. 광주 시민들에게는 1980년이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해로 기억될 것이다.

2020년은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집어삼킨 해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처음 발생한 것은 1월 20일이다. 사람들은 사스나 메르스처럼 코로나19도 금방 사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웬걸, 날이 갈수록 상황이 악화해 팬데믹으로 치달았다. 이것이 언제 끝날 지 모른다는 것이 사람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올해 불황과 소비 심리 위축으로 자영업자들은 "IMF 때보다 더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집콕'을 강요당하고 송년회 없는 한해를 보내면서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블루'로 힘들어하고 있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위기는 IMF 시대를 훨씬 능가한다.

사람들은 언제부턴가 연례행사처럼 연말이면 서쪽으로 달려가 해넘이를 보면서 한해의 기억을 떠올리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새해 아침에는 온가슴으로 해맞이를 하면서 꿈과 소망이 이뤄지기를 기도했다. 코로나19는 그것마저 가로막고 있다. 전국의 모든 해넘이 해맞이 행사가 취소되고 행사장이 차단된다. 우리는 어디에 가서 한해를 반성하고 또 새해를 맞아야 할까.

우울하고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또 한해가 저물고 있다. 코로나19로 일상을 잃어버린 올해는 평범한 일상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가를 일깨워 주었다. 새해는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는 한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2020년이여 아듀!

박상수 주필 sspark@jnilbo.com









박상수 기자 ss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