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판결'… 5·18 진상규명 디딤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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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판결'… 5·18 진상규명 디딤돌
●5·18기념재단, 김정호 변호사와 집담회 개최||전두환 재판 의미와 5·18 진상 규명 남은 과제는||40년만 법정, 헬기사격 사법부 인정 역사적 의미||“전두환 스스로 40년 전 범죄를 재소환한 재판”||“전씨에 대한 사법적 단죄로 역사 바로 세워야”
  • 입력 : 2020. 12.29(화) 18:25
  • 김해나 기자

전두환 회고록 관련 민·형사 소송 고소인 측 법률대리인 김정호 변호사가 29일 광주 서구 5·18기념재단 오월기억저장소에서 '전두환 민·형사 재판의 성과와 과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전두환 회고록 민·형사 재판에 대한 판결이 나왔다. 전씨에게 재판부는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개월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의미가 상당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했다는 것을 대한민국 사법부가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판결직후 광주에서는 '5·18 진상 규명에 한 발자국 더 나아가게 됐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 판결과 관련해 5·18기념재단은 29일 광주 서구 5·18기념재단 1층 오월기억저장소에서 '전두환 회고록 민·형사 재판 성과와 남은 과제 집담회'를 열었다.

이날 집담회에는 전두환을 광주 법정에 소환한 조영대 신부, 김정호 변호사, 강행옥 변호사, 5월 3단체(민주유공자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 대표, 박재만 광주시민단체 협의회 상임대표,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 등이 참여했다.

김정호 변호사는 지난 2017년 4월 전두환 회고록 출판부터 지난달 30일 1심 판결 선고까지의 과정을 정리해 설명하고 향후 과제 등을 발표했다. 아울러 그는 재판이 가지는 의미로 △역사적 사실로서 헬기 사격 재입증 △계엄군 자위권 발동 논리의 허구성 증명 △5·18 진상 규명의 디딤돌 등 3가지를 뽑았다.

●전두환 재판 과정과 선고가 가지는 의미

전두환은 지난 2017년 4월3일 회고록을 출판하고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하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해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표현했다.

이에 조 신부의 조카인 조영대 신부는 같은 해 4월27일 전두환을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재판 초기 전씨는 알츠하이머를 주장하거나 "광주지방법원에 있는 사람은 모두 광주 사람들이니 판결의 진정성이 떨어진다"며 '관할 위반'을 주장하는 등 갖가지 핑계를 대며 법원에 출석하지 않았다.

피고인 전씨는 마지막 선고 기일인 지난달 30일까지 총 세 번 법정에 출석했다. 전씨가 광주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오월 가족들은 한 맺힌 소리를 질렀다.

김 변호사는 "이번 재판은 비록 사자명예훼손이라는 간접적인 죄명과 방식이지만 40년이 지난 현재 전씨를 다시 사법부의 법정에 세웠다"며 "그동안 국방부의 보고서 등을 통해서만 확인돼 논란의 대상이었던 1980년 5월 5·18민주화운동 기간에 있었던 헬기 사격 사실을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인 사법부의 판결을 통해 확인받았다는 것에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스스로 법정으로 들어온 전두환

김정호 변호사는 전두환의 회고록 출판이 5·18에 대해 그동안 은폐돼 있던 증거와 진실이 햇빛을 보게 된 측면이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전씨는 40년 전 '군사쿠데타'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짓밟고 현재는 왜곡의 집대성인 회고록을 출판해 '역사쿠데타'로 민주주의와 피해자들에게 이차적 가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전두환 회고록은 거짓을 진실처럼 보이게 하려고 아주 성실하게 작성된 책이다"며 "회고록에 담긴 5·18 관련 허위 주장은 출판 및 배포 금지 가처분 결정에서 인용된 것만 해도 북한국 개입, 무기 피탈 시각, 광주교도소 습격 등 69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 재판은 전씨가 반성을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역사 왜곡에 나서지 않고 침묵했다면 진행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피고인 전두환 스스로 40년 전 범죄를 소환하게 한 재판이기에, 나 역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두환 덕분에'라는 표현을 사용했었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남은 과제는

김 변호사는 향후 과제로 △형사 재판 항소심 실형 선고를 통한 역사 바로 세우기 △재판 중 확보된 자료를 활용한 차질 없는 5·18 진상 규명 등을 제시했다.

그는 "1심 선고 판결문에 '불행한 역사의 해결은 망각이나 우회적 회피가 아니라 가해자의 진심을 담은 사죄와 피해자의 용서를 통해서 달성될 수 있다'는 재판장의 충고가 담겼다"며 "한 번도 반성하지 않은 전씨의 태도를 지적하는 내용이 있지만, 양형에 반영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 다시 시작될 항소심 재판에서 전씨에 대한 사법적 단죄를 통해 역사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공동 저자인 이재의 5·18기념재단 자문위원은 "회고록 재판은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게 진상 규명의 방향을 제시해줬다고 생각한다"며 "그 방향 중 하나는 피해자 또는 당사자 진술을 중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진행 중인 진술 조사가 중요하고 (진상 규명의) 핵심을 잘 잡아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5·18기념재단은 29일 광주 서구 5·18기념재단 1층 오월기억저장소에서 '전두환 회고록 민·형사 재판 성과와 남은 과제 집담회'를 열었다.

전두환 회고록 관련 민·형사 소송 고소인 측 법률대리인 김정호 변호사가 29일 광주 서구 5·18기념재단 오월기억저장소에서 '전두환 민·형사 재판의 성과와 과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김해나 기자 min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