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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수고하셨습니다"
노병하 사회부장
  • 입력 : 2020. 12.30(수) 14:09
  • 노병하 기자

노병하 사회부장

어떻게 간 지도 모르게 한해가 훌쩍 지났다. 그래서인지 전남일보의 올해 마지막 '서석대' 마감을 앞두고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정확히는 너무 많은 말들이 떠올라 혼탁스러운 상황이다.

칼럼을 마감하는 날, 광주 전역에 폭설이 쏟아졌다. 거리가 막히고 출근이 늦어졌으며 사람들은 허둥지둥 대는 듯 했다. 적어도 아침까진 그랬다. 허나, 점심 무렵이 되자 도로도 대중교통도 모두 재빨리 자리를 찾아갔다. 오후가 되니 눈은 계속 내림에도 광주 전역은 아침과 다른 차분함이 가득해졌다.

올 한해도 이러했다. 전세계적 대재앙 속에서도 많은 이들의 노력과 수고 덕에 우리의 일상은 여전히 유지되고, 국가 시스템도 생생히 잘 돌아간다. 물론 여전히 우리는 3차 대유행 한 가운데 있고, 우리 주변 누가 코로나19에 감염될지 모르는 불안도 자리한다. 그러함에도 삶은 계속 이어져 왔고 이어질 것이다.

한 가지 특이했던 점은 코로나와 별개로 올해 필자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바로 "너는 누구 편이냐?"였던 것이다. 이 질문을 던진 이들은 한결같이 '조국 vs 검찰', '추 vs 윤', '진보 vs 보수' 중 어디냐고 묻는다.

그럴 때 마다 필자는 "민주주의란 이런 질문을 받고도 답을 하지 않아도 되는 아주 좋은 이념이지요. 다행히 우리나라가 그런 나라네요"라고 답한다.

잘한 것은 잘했다고 말하고 못한 것은 못했다고 말하는 자유가 '언론의 자유'다. 못 했다고 말해서 보수도 아니고 잘했다고 말해서 진보도 아니란 뜻이다.

그런데 왜 이런 질문을 언론 종사자인 필자에게 할까? 그것은 상당수의 언론이 잘한 것을 '잘했다고 말하지 않고' 못한 것은 '아주 망쳤다'고 말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리라.

이 자리를 빌어 부탁컨데 부디 그런 의심에서 비롯된 질문은 광주와 전남에서만큼은 거둬주시길 바란다. 이 남도의 다수 언론은 '누구의 편'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잘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년부터는 "광주시나 전남도가 잘하고 있나?"라고 물어 봐주신다면 최선을 다해 답해드릴 용의가 있다.

덧붙여 올 한해 엄청난 세계적 재앙 속에서 굳건히 생을 유지해온 모든 전남일보 독자들과 더불어 전남일보 식구들에게도 "충분히 수고로우셨노라" 담담한 감사를 보낸다.

다가오는 새해 복 많이들 받으시길.

노병하 기자 bhn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