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주객전도' 끝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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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배달 주객전도' 끝내야 할 때
김은지 경제부 기자
  • 입력 : 2021. 01.06(수) 16:37
  • 김은지 기자
김은지 경제부 기자
한 해가 저물어가던 지난달 30일. 광주에는 올 겨울 처음으로 대설특보가 내렸다. 전날 저녁부터 내린 눈은 높게 쌓였고, 도로는 꽁꽁 얼어붙어 출근길 시민들의 발목을 잡고 늘어졌다.

베테랑 운전자도 힘들어할 정도였던 도로에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그 흔했던 오토바이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평소 비상 깜빡이를 켜고 날쌔게 달려 다니던 오토바이 배달 라이더들은 무섭게 쌓인 눈에 결국 그날 일당을 포기했다.

이들의 포기 선언에 배달만 바라보던 식음료 자영업자들도 어쩔 수 없이 그날 장사를 포기해야만 했다. 배달 앱에 '영업 중'이라 표시된 매장들은 대부분 포장 주문만 가능했고, 몇몇 매장은 조금이라도 더 벌어보고자 가까운 거리일 경우에 한해 가게 직원이 직접 도보로 배달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이미 큰 홍역을 겪은 자영업자들은 매장 매출 감소뿐 아니라 배달이 안되면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게 문을 닫아야 하는 이중고에 빠져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배달을 포기할 수는 없다. 코로나19 이후 외식을 하는 손님들이 줄면서 배달 앱 시장이 연 10조원 규모로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지난해 12월 29일부터 배달 앱으로 음식을 4차례 시켜 먹으면 1만원을 돌려주는 '외식 소비 쿠폰' 행사를 지원하며 배달 앱 중심의 외식 활성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결국 자영업자들에게 배달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배달 대행업체들은 지난 1일부터 기본 수수료를 500원씩 인상했다. 악천후와 거리 할증까지 붙을 경우에는 그 이상의 배달료를 지불해야 한다. 배달 대행업체는 배달비를 일제히 인상시킨 이유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한 배달 주문 증가와 배달 라이더 부족, 배달 앱 노동자 고용보험 적용 등을 언급했다.

게다가 앞으로는 폭설, 폭우, 혹한 등 날씨에 따른 갑작스러운 배달 중단이 전보다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배달 라이더 대상 안전 규제를 확대하면서 배달 대행업체들도 과거처럼 악천후에도 배달 강행을 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등장 이후 배달 서비스가 미치는 영향은 소비자 뿐만 아니라 자영업자에게도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커졌다. 그리고 비대면 소비 증가로 배달 시장이 걷잡을 수없이 커지면서 배달 라이더가 부족하게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그 피해가 고스란히 자영업자들에게 옮겨가는 것은 잘못된 구조임이 분명하다.

최근 정부는 배달라이더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 배달 대행업체와 라이더 간 수수료와 계약기간, 분쟁 해결 절차 등을 담은 표준계약서 도입을 통해 처우개선에 나서고 있다.

표준계약서 확대 등을 통해 이제라도 수수료 문제로 인한 '주객전도'의 상황을 끝내고, 자영업자와 그들의 발이 되어줄 배달 라이더 그리고 소비자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