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박찬규> 귀촌일기–남도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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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칼럼
아침을 열며·박찬규> 귀촌일기–남도의 겨울
박찬규 진이찬방 식품연구센터 센터장
  • 입력 : 2021. 01.20(수) 11:11
  • 편집에디터
박찬규 진이찬방 식품연구센터 센터장
새해 벽두부터 남도의 겨울이 유례없이 혹독하다. 지난해를 돌이켜보면 지역민들은 하루도 편할 날 없이 코로나19에 고통을 받으며 살아왔다. 전국 대표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남도의 곳곳도 코로나19를 피해갈 수 없었다. 귀촌해 자유로운 생활을 해왔다고 자부 했는데 필자 역시 코로나19로 모든 일상이 멈춰 버렸다. 그나마 농촌의 일상은 자연환경이 여유로워 밀착 접촉 할 수밖에 없는 도회지의 고통보다는 덜했다. 새해 농촌생활은 어떤 각오로 살아야 할까. 사람을 대면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워 여럿이 할 일도 혼자 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마을회관에 모여 시간을 보내온 마을 어르신들이 지금은 출입문 자물쇠가 채워져 들어갈 수 조차 없다. 겨울철 농촌마을 사람들은 마을회관에 모여 세상사는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함께 밥도 해먹으며 놀이도 하면서 소일하는 게 최고의 낙이었다. 이런 즐거움은 코로나19로 인해 빼앗기고 말았다. 단계별 제한으로 4인 이상 모일 수가 없으니 집안에서만 지내는 일이 많아졌다. 대부분은 배우자를 떠나보내고 혼자 사는 사람이 많다. 유입인구보다 유출인구가 많아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귀해 외로움이 더해갈 수밖에 없는 농촌마을의 현실이 안타깝다. 그렇다고 코로나19가 빨리 수그러들지도 않을 것이기에 지금부터라도 달라진 농촌생활에 잘 적응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현명한 길이다.

필자는 겨울이 시작되면서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게을리 했던 발효식품 공부를 다시 배워보려고 한다. 동네 뜰과 뒷산에 가면 온갖 산나물과 약초가 즐비한 자연의 식품이 널려 있음에도 그것을 뜯어다 발효식품의 원재료로 사용하지 않고 있었으니 얼마나 게으름을 피운 것인가?

이제라도 천연재료를 이용한 발효식품을 만들어 식품의 마지막 보루인 천연발효 식초를 완성하는데 정성을 들일 생각이다. 농촌의 일상은 농번기 빼고는 그리 바쁘지 않고 적당한 노동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여려가지 취미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올해는 주민자치 역량강화 교육과 각종 모임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지방분권의 핵심인 지방자치법이 국회를 통과해 각 지자체에서 관련조례를 제정·시행하고 있다. 이제는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과 관련해 많은 변화가 예상되기에 도민도 지방행정의 내용과 의미를 숙지할 필요가 있다. 지방분권 시대를 맞아 주민 주도의 공동체 회복을 위한 대응방안도 시·읍·면에서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다. 도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례가 제정되고 지방자치가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남도의 모습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되돌아 갈 수 없겠지만 민·관 합심해 남도의 자연 환경을 지키고 가꿔간다면 새로운 전남으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친환경 농산물로 대표되는 청정 전남으로 각인되는 데는 도민들의 헌신이 큰 역할을 했다. 도민들이 고통 분담차원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에 전남은 여전히 사람들이 방문하고 싶어 하는 지역으로 기억되고 있다. 지난해 이 지역에서 가장 고통받은 직종은 여행업과 숙박업, 학원, 도소매와 요식업을 비롯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 들이다. 코로나19로 힘들어 하는 자영업자들을 도와야 한다. 점포를 방문해 조그만 도움이라도 준다면 새해 남도의 모습은 사람 냄새나고 활기찬 지역으로 거듭나지 않을까.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