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석달 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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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작심석달 만이라도…
  • 입력 : 2021. 01.10(일) 15:02
  • 최도철 기자


 정초에 덕담을 적어 보내는 연하장 문화도 세태에 따라 많이 변했다.

 한지에 정성 들여 쓴 연하장은 이제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고, 화려한 문양이 인쇄된 문방구 연하장마저 사라지더니, 이젠 세상 가벼운(?) 카톡 연하장이 그 자리를 대신 한다. 그래도 어딘가. 기억하고 보내온 지인들이 고맙다.



 언제나 그랬지만 올해도 역시 연하장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문구는 축복과 건강, 그리고 희망이다.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희망을 가슴에 품는다. 비록 덧없는 꿈일지라도 현실이 되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희망이라는 보따리를 싸들고 그 간절함을 채우기 위해 '뭔가'를 시작해 보겠노라고 호기를 부린다. 그 보따리는 개인마다 다 다르지만 아름찬 결실을 위해 뜻을 곧추세우는 것이다.

 하지만 말이 쉽지 실천하기가 어디 그리 만만한 일이던가. 사람의 마음은 간사하기 그지없다. 제아무리 굳은 결심을 했더라도 끝까지 지켜내기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이런 핑계, 저런 이유로 결국 또 작심삼일(作心三日)로 흐르기 십상이다. 그야말로 의지박약이다.

 본래 작심삼일의 뜻은 '사흘을 두고 생각한 끝에 비로소 마음을 정했다'는 신중함을 의미했다. 그러나 고려 말기 정치적 혼란 속에 수시로 법령이 바뀌는 것을 옛 중국이 비꼰 '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과 어우러지면서, 결심이 흐지부지되는 부정적인 의미로 변했다.

 지나온 날을 돌이켜보니 필자도 작심삼주(作心三週)만 20년을 족히 넘긴 것 같다. 거개가 제풀에 겨워 흐지부지되고, 흐르는 세월에 나이테만 한 줄 더 그어갔지만….

 소한(小寒)이 지나자 오랜만에 큰 눈이 내렸다. 온 세상이 하얗다. 주말 아침 불태산. 저홀로 정정한 겨울숲에 들어서니 삭풍에 부대끼는 산죽들이 뒤설렌다. 쟁명한 하늘아래 눈꽃들로 사위가 가득하다. 솜이불 같은 눈 위에 첫 발자국을 찍는다.

 한 해 가운데 가장 또렷하고 명징한 1월초다. 다시 의식의 날을 벼르고 '뭔가'를 시작하는 것이 숫제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비록 어느 때, 어느 순간 그 약속이 눈 녹듯 사그라들지라도….

최도철 기자 docheol.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