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하는 곳?"… 유명무실 투명페트 '전용 수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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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뭐하는 곳?"… 유명무실 투명페트 '전용 수거함'
유명무실 투명페트 수거||지난달 25일 도입된 제도지만…||“뭐 하는 곳인지” 모르는 사람 태반 ||市 “조기 정착 목표 홍보 확대”
  • 입력 : 2021. 01.18(월) 17:29
  • 김해나 기자

18일 광주 북구의 한 아파트 단지 분리수거장에 투명페트병 수거 봉투가 마련돼 있었지만, 라벨을 뜯지 않은 생수통과 페트병이 아닌 일반 플라스틱이 들어 있다.

18일 광주 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 분리수거장에 투명페트병 수거 봉투가 마련돼 있었지만, 라벨을 뜯지 않은 생수통과 페트병이 아닌 일반 플라스틱이 들어 있다.

정부가 지난달 말 국내 재활용 원료 확보를 위해 공동주택을 우선으로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제도를 내놨다. 라벨을 뜯은 투명페트병을 모으는 곳이다.

그렇게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제도가 의무화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과연 효과가 있었을까? 답을 먼저 말하자면 '대실패'다.

대다수 시민이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만든 취지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홍보가 아예 안된 것이다.

18일 광주시와 환경부 등에 따르면, '재활용가능자원의 분리수거 등에 관한 지침 개정'으로 지난달 25일부터 공동주택(아파트)은 투명 페트병을 다른 플라스틱과 분리배출해야 한다.

페트(PET),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플라스틱 재질은 여러 가지가 있고, 여러 개의 성분을 같이 가지고 있는 페트병이 많다. 하지만 투명 페트병은 한 개의 재질로 구성돼 다른 플라스틱보다 고품질의 재활용 원료가 된다.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폐페트병'보다 국내 재활용 원료를 사용한다는 장점이 있다.

투명 페트병만 분리해 수거를 하게 되면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의류, 가방, 소파 충전재 등의 재활용 원료를 '국내' 원료로 활용할 수 있다.

광주시의 150세대 이상, 주민자치위원회가 구성된 공동주택은 투명 페트병을 배출할 때 내용물을 비우고 라벨을 제거한 뒤 찌그러 트리고 뚜껑을 닫아 별도로 마련된 '투명 페트병' 봉투에 배출해야 한다.

현재 광주시 △동구 43개소 △서구 158개소 △남구 133개소 △북구 238개소 △광산구 217개소로 총 789개소의 공동주택이 해당한다.

이날 오전 광주 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 분리수거장.

투명 페트병과 플라스틱 재활용 봉투가 따로 마련돼 있고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안내문도 적혀 있었다. 하지만 투명 페트병 수거 봉투에는 라벨을 뜯지 않은 생수통과 페트병이 아닌 일반 플라스틱이 들어 있었다.

북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도 마찬가지인 모습을 보였다. 제도를 모르고 있던 한 시민은 플라스틱 수거 봉투에 모아 온 플라스틱을 몽땅 부어 넣기도 했다.

최윤정(34) 씨는 "투명 페트병을 따로 버려야 하는 줄 몰랐다"며 "투명 페트병만 모으면 뭐가 좋은 건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분리배출만 하라고 하니 시민 참여가 더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시나 자치구 차원에서 환경에 좋은 건지, 시민들에게도 좋은 건지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홍보를 한다면 분리배출이 좀 더 생활화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구의 한 아파트에는 별도의 투명 페트병 수거 봉투가 마련되지 않은 곳도 있었다.

광산구에 거주하는 구모씨는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아파트에서도 홍보하고 있지만, 아침에 바쁘게 나가는 사람들은 분리하지 않고 플라스틱 봉투에 모든 것을 통째로 버린다"며 "시나 구 차원에서 홍보가 더디니 모르는 사람이 많다. 경비원 아저씨 할 일만 늘었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제도가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조기 정착을 목표로 홍보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광주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이번에 시행된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은 차량 정지선 지키기 등과 같이 시민들의 자발적인 실천이 우선이다.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강압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 더 성숙한 시민 의식을 보여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또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방법을 각 구청에 배부하고 전용 수거함을 안내하는 스티커 등도 더 나누어 줄 계획이다. 라벨 분리가 어려운 페트병에 대비해 라벨을 쉽게 제거할 수 있는 가위를 배출 봉투 옆에 지급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며 "제도가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미숙한 점이 많지만, 최대한 조기에 정착 시켜 모든 시민이 인지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보석도 가공해야 빛이 나고 옥도 꿰어야 보배다. 시민들이 모르는 시민 참여 정책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 관계기관이 홍보를 하겠다고 했지만 지난 한 달 간도 충분히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광주시의 책임있는 자세가 요구된다.

투명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안내문. 광주시 제공

18일 광주 광산구의 한 아파트 단지 분리수거장에 투명페트병 수거 봉투가 마련돼 있었지만, 라벨을 뜯지 않은 생수통과 페트병이 아닌 일반 플라스틱이 들어 있다.

18일 광주 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 분리수거장에는 별도의 투명페트병 수거 봉투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 지난달 25일부터 '재활용가능자원의 분리수거 등에 관한 지침'에 따라 공동주택(아파트)은 투명페트병을 다른 플라스틱과 분리해 배출해야 한다.

김해나 기자 min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