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영세한데"… 코로나에 비명도 안 나와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사회일반
"안 그래도 영세한데"… 코로나에 비명도 안 나와
▶코로나19 속 그들은 ③독립서점||14곳 독립서점 북콘, 낭독회 축소||"소상공인 지원금, 급한 불 껐지만||수익보다 독서문화 사라질까 걱정"||광주지역 폐점 전국보다 높은 22%
  • 입력 : 2021. 01.20(수) 18:40
  • 도선인 기자

전국 독립서점 증가추세.

"독립서점은 독서모임 등을 위한 공간을 내어주면서 카페 운영을 겸해 손님들을 끌었는데, 전염병이 업종을 가리진 않잖아요. 지난 2주 동안 서점 내부에 음료 손님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니 출판물 판매는 거의 포기했죠."

지난해 1월 광주시 서구 화정동 주택가로 자리를 옮긴 독립서점 사이시옷 김지연 대표는 계획한 북콘서트, 독서모임 등의 프로그램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데만 1년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독립서점 사이시옷은 카페를 겸하는 운영 특성상, 음료를 먹기 위해 왔다가 출판물을 사가는 손님들이 많고 또 모임이나 토크콘서트 행사 목적으로 한 공간 대여로 대관료 수익을 냈다.

이는 대형서점보다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인 독립서점을 운영하기 위해 카페와 대관료를 수단으로 삼은 것인데, 당초엔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작한 코로나19와 최근 거리두기 강화로 인해 2주동안 카페 내부에 손님도 받을 수도 없고 5인 이상 모여 대관을 해줄 수 없게 됐다. 당연히 서점 운영은 반포기 상태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광주시에서 영세 독립서점들이 지난 몇 년간 쌓아온 독서 네트워크 관계망이 끊어지는 일이다. 독립서점은 일부러 찾아오는 단골손님이 많은데 관련 독서 프로그램을 연기하고 취소하면서 인적 네트워킹이 멈춰 버린 것이다.

김 대표는 "소상공인 지원금을 받아 그달의 급한 불은 껐으나 매일 기복적으로 나가는 관리비가 있으니 운영하는데 부담이 크다"며 "코로나19는 종식돼도 독서 문화를 다시 정상화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문화라는 것이 지자체 지원을 쏟아붓는다 해서 풍요로워지는 것이 아니므로 전염병 상황이 끝나길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광주시 동구 지산동에 문을 연 지음책방의 김정국 대표도 고민은 마찬가지다.

김정국 대표는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방문객이 50% 줄었다. 독서 문화가 저해될까 봐 가장 고민이 크다"며 "독립서점은 원래도 책 판매로 수익을 내는 구조는 아니다. 여러 독서 프로그램을 통해 골목문화를 확장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북콘서트를 해도 10명 이하의 소수 인원으로 진행해야 하니 작가들한테 너무 미안했다"고 말했다.

현재 광주시에는 2020년 12월 기준 14개의 독립서점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독립서점 추천검색 가이드 '동네서점'이 발표한 전국 독립서점 증감추세에 따르면, 2015년 97개로 파악됐던 독립서점이 2020년 634개로 늘었지만, 누적폐점 수도 2015년 4개에서 2020년 127개로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 발표된 석사 논문 '광주지역 독립서점 현황 및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광주시에서 독립서점이 처음 등장한 2015년 이후 폐점률은 22.2%로 나타났다. 국내 비율 10.7%에 비하면 높은 수치다.

특히 독립서점이 트랜드로 자리 잡으면서 2015년 이후 광주시도 지자체 차원에서 관련 지원방안을 모색했지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눈에 띄는 업종이 아닌 독립서점에 대해 특화된 지원방안을 고민할 새도 없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광주에서 제일 처음 독립서점 문을 열었던 '숨'의 이진숙 대표(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부회장)도 지난해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다.

이 대표는 "독립서점은 책을 매개로 오프라인에 강점을 둔 업종인데, 전염병은 그 차별점를 의미 없게 만들었다"며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에서 조사한 결과, 대부분 독립서점은 40% 이상 매출감소를 경험한 반면, 온라인 책 매출은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독립서점 숨은 2019년부터 단골손님의 책 취향을 파악해 관련 도서를 보내주는 정기구독서비스를 진행했다. 코로나시대의 돌파구를 모색하려 했지만, 크고 작은 독서 프로그램이 취소되는 상황은 큰 위기일 수 밖에 없다"며 "비대면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라이브 방송을 진행할 만한 인프라가 없는 독립서점이 더 많다. 결국 지역의 독서문화를 지켜야 한다는 움직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광주시 서구 화정동에 위치한 독립서점 사이시옷. 카페와 공간 대여를 겸업해 독립서점 운영을 이어가고 있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방문객이 현저하게 줄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