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창·노영필> 코로나19가 만든 교육의 명암, 진실을 지킬 수 있을까?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테마칼럼
교육의 창·노영필> 코로나19가 만든 교육의 명암, 진실을 지킬 수 있을까?
노영필 교육평론가·철학박사
  • 입력 : 2021. 01.24(일) 14:20
  • 편집에디터
노영필 교육평론가
미치코 가쿠타니는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에서 "진실의 쇠퇴, 가짜뉴스, 사실이 아닌 대안사실들이 포함된 탈진실, 즉 사실의 진위와 상관없이 신념이나 감정이 여론형성을 주도하는 시대가 되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다. 그는 하루 평균 5.9 가지 거짓말을 하면서 미국을 이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는 계속되고 있지만 트럼프 시대는 끝났다. 그는 지금까지 이어져 온 전통인 신임 대통령에게 쓰는 손편지를 쓰지 않고, 취임식조차 참석하지 않은 채 백악관을 떠났다. 그는 재임시 두번씩이나 탄핵절차가 진행된 첫 미국대통령이 되었다.

그의 예측불허의 행동을 볼 때마다 늘 궁금했다. 거짓말을 어떻게 저렇게 뻔뻔하게 할까, 트위터정치를 하는 그가 만든 인터넷 소통구조는 신뢰할 수 있을까? 그를 통해 교육현장에서 나타난 거짓말과 인터넷의 함수관계를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다. 코로나19가 만들고 있는 인터넷의 위력, 지난해 1년을 인터넷 수업과 씨름한 학교교육은 올해도 역시 화상 수업과 e학습터를 통한 교육활동이 걱정스럽다.

교육은 진실을 다루는 영역이다. 교사들에게 성직이라고까지 추켜세우면서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도 그 이유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만들어지는 소통은 뻔한 거짓말이나 과장, 왜곡 앞에 교사들의 부담을 날로 키우고 있다. e학습터 참석 여부가 클릭 이상으로는 확인될 수 없다는 점, 학력차를 좁힐 수 있는 대면 기회의 상실임을 알면서도 대체 방법이 없다는 점 등이 대표적이다. 쌍방향 수업도 화면을 통해 학생들을 만나지만 가정에서 도움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학습의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다.

트럼프를 떠올리면서 인터넷교육이 빚고 있는 거짓말의 일상화가 머릿속에 교차된다. 진실을 다룬다는 교육계는 트럼프의 거짓말을 넘어서는 진실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까. 실제로 교육청은 코로나19 실태 파악의 통계 수집 이상의 역할을 못 한다. 교육은 고스란히 일선 교사들의 몫인 채 말이다. 오히려 교육청은 학부모 민원은 발 빠를 뿐 수업의 거짓 현실은 신경쓸 여지가 없다.

점입가경이다. 아이들이 온라인학습에 참여하더라도 화면 너머에 틀어놓은 유튜브와 게임의 세계를 간섭할 수 없다. 이는 교육의 진실과 거짓이 만든 야누스의 현실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한 거짓말의 위력은 더 크게 증폭될 것이다.

2021년에도 계속될 온라인 수업은 트럼프 현상을 통해 그 위험성이 더 크게 염려된다. 학교 밖에서 이뤄지고 있는 뉴스들이 교사들의 선택과 상관없이 그대로 온라인의 교육자료가 된다. 코로나19 예방과 치료제의 악의적 소문, 검찰의 수사과정과 법원의 혼란스런 판결들, 미투관련 성희롱사건, 형사재판과 행정재판의 이중성, 수도 없이 혼란스러운 진실게임이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채 취급'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사실에 대한 무관심, 이성을 대신한 감성, 좀먹은 언어가 진실의 가치를 깎아내려 선동과 정치조작에 쉽사리 영향받고 국가가 예비 독재가의 손쉬운 희생물이 되게 하고 있다."는 지적 앞에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게 만든다.

정말 진실은 중요하지 않은 시대일까?

이런 엄중한 현실 앞에 인터넷 수업은 탈진실을 부추길 것이다. 인터넷은 더 이상 현실을 반영하는 사회현상이 아니라 현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런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성평등교육의 진실논쟁을 제대로 하자고 시민들이 외쳐도 행정기관에서 반응을 안 하는 이유, 아이들이 현실보다 인터넷 게시판으로 먼저 달려가는 배경일 수도 있겠다. 교육은 없고 정치와 행정만 집행되는 현실이다.

학교는 새 학년을 준비하기 위해 학교 간 인사를 조정하고 업무분장을 새로 배치한다. 아무래도 교장은 관리의 효율성을, 교사들은 업무에 대한 자기 역할을 높이려고 샅바싸움을 할 것이다. 이 사이에서 진실교육을 담는 일이 중요한 관심사로 자리할 수 있을까?

사회적 현상으로 등장하는 탈진실이 학교 교육현장으로 고스란이 옮겨오고 있는데도 누구도 코로나를 넘는 화두를 꺼내는 사람은 없다. 그저 죽음같은 침묵으로 객관성을 방치하고, '소소하고 보잘 것 없는 즐거움에 도취하여 시민으로서의 책임을 무시하는' 사회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트럼프의 위험한 거짓말을 시대적으로 경계해야 한다면 사회적으로 악화되는 진실을 지켜야 한다. 2021년 인터넷 수업의 명암을 가려 가짜를 넘는 진실을 담는 해일 수 없을까.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