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들 따뜻하고 안전한 겨울방학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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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장애학생들 따뜻하고 안전한 겨울방학 됐으면"
▶장애학생 겨울방학학교 가보니 ||시교육청, 지난 2010년부터 매년 운영||코로나에 맞춤형 교육 어렵고 활동 제약||장애학생 가정에 경제적 부담 경감 효과
  • 입력 : 2021. 01.26(화) 16:15
  • 양가람 기자

서구 양동초등학교에서 진행된 '장애학생 겨울방학학교' 수업 중 한 중학생이 지도교사의 도움을 받으며 목걸이를 만들고 있다.

"선생님, 제가 만든 목걸이에요. 꽃잎도 넣었어요. 예쁘죠?"

지난 25일 오후 광주 서구 양동초등학교에는 '장애학생 겨울방학학교'에 참여 중인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장애학생 방학학교'는 방학기간 가정 내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학생 300여 명을 위해 광주시교육청이 지난 2010년 부터 매년 여름과 겨울 실시하는 교육사업이다.

이번 겨울방학학교는 광주세광학교와 4개 기관(KTIL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 광주장애인종합복지관, 광주서구장애인복지관, 행복발달코칭센터)에서 지난 18일부터 내달 16일까지 기관별 3~4주 동안 위탁 운영된다.

올해는 서구장애인복지관이 인근 양동초등학교로부터 장소를 제공받아 초·중·고 3개 학급을 운영하고 있다.

중증장애학생의 경우 별도 학급에서 1:1 지도를 하지만, 학생들의 사회성 함양을 위해 가급적 학교급 별로 나눠 교육한다.

방학학교에서 장애학생들은 미술, 음악, 동화구연, 요리 등 다양한 활동도 진행하고 한글, 경제 등 기초교육도 받는다. 복지관 소속 활동가는 물론 대학생으로 구성된 지도교사 12명이 장애학생 27명의 등하교부터 학습, 식사 등 활동을 돕는다.

다양한 교과과정으로 1:2 혹은 1:1 맞춤형 수업을 하다보니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다.

방학학교에 4번째 참여 중이라는 유용석(19) 군은 "(방학학교에서) 선생님, 친구들이랑 어울려 협동할 수 있어 기쁘다. 작년에는 임실 치즈마을도 갔는데, 올해는 체험학습이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재밌는 영상도 많이 보고, 선생님이 도와주셔서 어려운 만들기도 해냈다. 앞으로도 열심히 방학학교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시교육청의 '장애학생 방학학교'는 지원액의 규모와 프로그램의 질적인 측면에서 17개 시도교육청의 특수교육 지원 사업 가운데 가장 모범적이라 평가받고 있다.

교육청은 올해 여름방학학교와 겨울방학학교 운영에 4억80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문상중 시교육청 유아특수교육과 특수교육팀 장학관은 "교육청 지원 차량으로 학생들을 등하교 시키는 건 물론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학교 일과와 같은 패턴으로 방학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오전 수업만 진행하는 타 시도 교육청 사업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지역대학과의 연계도 '장애학생 방학학교' 사업이 높이 평가받는 지점이다.

올해 운영 중인 양동초에만 조선대, 호남대, 광주대, 동강대, 광주여대, 보건대 등 6개 대학 특수교육/사회복지/언어치료 전공 학생 12명이 지도교사로 위촉돼 활동 중이다.

학생들에게는 교육 봉사 점수도 따고 실무 경험도 쌓을 수 있어 인기가 좋다.

고등반 지도교사로 활동 중인 노혁(25·광주보건대 사회복지학)씨는 "학과 공지를 보고 신청했다. 활동한 지 일주일 정도 됐는데, 처음에 낯설어하던 아이들도 잘 따라줘 다행이다. 다만 주의를 줘도 관리가 어려운 학생들이 한 두명 있다. 답답하다며 마스크를 벗거나 뜯어버리는 아이들도 있어 힘들기도 하지만 뿌듯할 때가 더 많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방학학교로 장애학생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주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언어치료비, 주간보조활동 등 장애학생 한 명에 소요되는 비용은 한 달에 최소 30만원 이상이다. 양질의 교육을 무료로 받을 수 있어 방학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만족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다만 이번 '겨울방학학교'는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복지관 대신 초등학교에서 진행돼 식비 부담이 커졌다. 서구장애인복지관에 지원되는 금액 2160만원 가운데 식비로만 410만원 정도가 편성됐다.

'장애학생 겨울방학학교'를 총괄 담당하는 이남균(28) 서구장애인복지관 사회복지사는 "전엔 복지관 내 구내식당에서 장애학생들이 1000원을 내고 식사를 했다. 이번엔 교실에서 도시락을 배달시켜 먹고 있다. 전체 예산에서 식비를 많이 편성하는 만큼 다른 교육 재료비를 낮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학부모들이 방학학교에 적극 신청했는데, 이번엔 코로나19 감염 위험 탓인지 신청이 예전같지 않았다. 마스크 착용과 외부활동 제약으로 답답해 하는 아이들이 많아 안타깝기도 하지만, 무탈하게 잘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가 조금 진정되면 다음 여름방학학교에서는 외부활동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구 양동초등학교에서 진행된 '장애학생 겨울방학학교' 초등반의 수업 모습.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