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선의 사진풍경 31>지리산에 안개비가 내리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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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선의 사진풍경
박하선의 사진풍경 31>지리산에 안개비가 내리던 날
  • 입력 : 2021. 02.04(목) 12:55
  • 편집에디터
지리산에 안개비가 내리던 날
지리산 북쪽 골짜기들을 찾아다니면서

내심 눈발이라도 휘날려 주기를 바랐지만

때 아닌 안개비가 내리고 있다.

비구름 속에서 들락날락 거리는 산봉우리들은 더 높아 보이고

그 산비탈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동네들은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듯하다.

산청군 삼장면 내원골을 찾아가고 있다.

분단시대의 아픔과 울분을 보여줬던

최후의 빨치산 정순덕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정말 깊고 깊은 곳에 자리한 작은 동네다.

세월이 제법 흘러서 이젠 당시의 흔적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다.

아니 어쩜 처음부터 아무 것도 없는 것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아픔은 어디 가겠는가.

이 골짜기, 저 골짜기, 이 산, 저 산에

안타깝고 슬픈 분단의 역사가 잠들어 있을진대

정작 그들은 구름이 되고 바람이 되었을 뿐이다.

이제라도 그들의 넋이 있다면 저 새들처럼 날았으면 좋으련만…….

안개비에 옷자락만 젖어간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