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21-4>택배가격 오르면 과로사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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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21-4>택배가격 오르면 과로사 사라질까
국민 73.9% "택배가격 인상해도 괜찮다"||지난해 택배 평균단가 2221원… 최저수준||쇼핑몰 업체서 이익 챙기는 '백마진' 개선도
  • 입력 : 2021. 02.07(일) 18:18
  • 도선인 기자
CJ대한통운과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주요 택배사들이 6000여명의 분류 인력 투입을 완료하면서 택배가격 인상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뉴시스
CJ대한통운과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주요 택배사들이 6000여명의 분류 인력 투입을 완료하면서 택배가격 인상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여기에 택배사들이 분류 편의를 높이기 위해 도입하고 있는 시설 자동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런 비용 부담을 어떻게 해소할지 택배 업계의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택배업의 고질적인 여러 문제를 해소하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소비자 부담의 '택배가격 인상'이 가장 확실한 방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CJ대한통운은 추가적인 경영 부담을 이유로 기업 고객 500여 곳의 택배 운임을 100~600원 인상키로 지난 1일 통보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인상이 누적되면 소비자들 택배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장기적으로 택배사업 시스템 안에서 소비자가 택배가격을 부담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택배기사의 노동환경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관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민정서가 '인상'에 크게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택배종사자의 근로환경 개선조사'에 따르면, '택배비가 일부 인상될 수도 있다'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73.9%는 '인상액이 택배종사자 처우개선 등에 사용된다면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택배종사자 처우 개선을 위해서라면 일정기간 늦어지는 것에 동의한다'고 답한 응답자도 87.2%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기서 관건은 소비자가 부담하는 택배가격 인상분이 얼마나 택배기사들에게 돌아가느냐다.

2020년 한해에만 과로사로 추정되는 택배기사 인원은 16명이다. 지난 20년간 택배산업은 가파르게 성장한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양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택배 물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반면 택배 단가와 노동자의 처우는 악화했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2020년 택배 평균단가는 2221원으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첫해인 2012년 택배사가 받는 택배비 평균단가는 2506원, 2013년 2475원, 2014년 2449원, 2015년 2309원, 2016년 2318원, 2017년 2248원, 2018년 2229원으로 매년 줄었다.

지난해 택배 평균단가 2221원에서 택배기사들이 건당 수수료로 가져가는 금액은 600원 남짓으로 파악된다.

대형 택배사에서 위탁을 맺은 '택배 대리점'는 건당으로 노동자들에 배달 수수료를 지급하는데 보통 한 건당 600원 남짓, 이마저도 관련 규정이 없다. '택배 대리점' 마음대로 수수료를 덜 지급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거대 자본은 600원 안에 '분류작업'에 대한 수당이 포함된 것이라 주장했다.

그렇다면 적정 수준의 택배가격 인상 금액은 얼마일까. 안타깝게도 관련 연구용역은 아직 진행된 것이 없다.

업계에서는 적정 수준의 인상금액 결정과 소비자가 부담한 만큼 택배기사의 노동환경 개선에 도움이 되려면 일명 '백마진'이라 일컫는 불합리한 거래관행 또한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소비자가 지불하는 택배가격에서 온라인 쇼핑몰 등 판매업체가 이익(700여원)을 챙기고 그중 일부만 택배사에 전달되는 과정이다. 중간에서 차익을 챙길수록 택배기사들에게 돌아가는 수당은 적어진다.

비정상적으로 낮은 택배 단가와 택배시장의 시스템은 택배사 간의 과도한 경쟁이 불러온 결과다. 택배사들은 치열한 경쟁구조 탓에 '을'로 자리 잡으면서 이익을 줄어서라도 판매업체와 계약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도 택배가격 인상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얼마나 인상해야 할지는 의견이 분분하다"며 "지금으로써는 택배가격이 너무 낮은 금액에서 머물고 있고 '백마진' 등의 왜곡된 거래 관행이 오래시간 일반화되면서 제도 개선이나 대책을 이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시간 안에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보다는 연구를 바탕으로 한 구조개선, 택배가격 인상 여부를 동시에 풀어가야 한다"며 "특히 택배사와 대리점, 택배기사 등 관련 업계 종사들 사이 의견을 공유하고 제 2의 '택배대란'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