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기점·소악도 순례자의 길 '섬티아고' 스페인 '산티아고길' 부럽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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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군
신안 기점·소악도 순례자의 길 '섬티아고' 스페인 '산티아고길' 부럽지 않아요
  • 입력 : 2021. 02.09(화) 17:42
  • 박간재 기자

신안군 순례자의 길인 기점·소악도(대기점도·소기점도·소악도·진섬)로 가는 배편은 매일 압해도 송공항에서 오전 6시50분~오후 4시40분 4~5회 운항하며 1시간이면 대기점도 선착장에 닿는다. 순례길은 편도 12㎞다. 3시간이면 열 두번째 예배당에 도착한다. 돌아올 때는 열 번째 예배당 인근 선착장에서 뭍으로 나가는 배를 타도 된다. 대기점도 선착장에서 전기자전거를 빌려 탈 수 있다. 신안 소악도 여덟번째 기쁨의 집(마태오)에서 본 일몰 광경. 글=박간재 기자·사진=신안 홍일갑 기자

신안은 섬이 많아 '1004섬'으로 통한다. 공식적으로 거느린 섬만 1025개(유인도 76개)다. 이 중 '기점·소악도'가 있다.

기점·소악도는 2017년 전남도의 '가고 싶은 섬' 사업에 선정되며 큰 변화를 맞았다. 12개의 작은 예배당을 4개의 섬 곳곳에 짓고, 하나의 길로 엮었다. '순례자의 섬'이란 새 이름도 달았다. 그 유명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힌트를 얻었다. 순례자만 걷는 길이 아니다. 홀로 걷는 여행자, 두 바퀴로 섬을 누비는 자전거족, 스몰 웨딩을 치르는 연인 등 즐기는 방식이 다양하다. 이번 설명절 조용히 힐링하며 신안을 다녀오는 것도 값진 선물이 될 듯하다. 〈편집자 주〉

신안 순례자 길 성당

1. 건강의 집(베드로) /작가: 김윤환, 장소: 대기점 선착장

그리스 산토리니의 둥근 푸른 지붕의 이미지를 연상케 한다. 흰 회벽으로 거칠게 마감했으며 바다와 잘 어울리는 산뜻한 색감이 인상적이다. 순례길 시작을 알리는 작은 종이 있다. 두 건물 사이 낮게 매달린 작은 종을 한번 땡~ 치는 것으로 순례를 시작한다.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순례를 시작하고 마무리 하자는 의미로 '건강의 집'이라고 이름 붙였다.

2. 생각하는 집(안드레아) /작가: 이원석, 장소: 병풍도 노둣길 입구

 하루 두 번씩 열리고 닫히는 바다와 갯벌. 주민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고양이들, 일용할 양식을 빻던 돌절구와 구유와 연자방아의 받침돌 등으로 가꾸어진 꽃잔디 동산. 사방에 가꾸어진 양파 밭, 두 개의 높고 둥근 지붕이 있는 건축미술 작품으로 단단하고 아름다운 외관이 특징이다. 달과 별이 모자이크 된 공간에는 병풍도와 노둣길, 갯벌풍경을 구유로 만들어진 사각창에 담았고 돌절구를 잘라 만든 창엔 기점도의 파란 하늘을 담았다.

3. 그리움의 집(야고보) /작가: 김강·손민아, 장소: 대기점도 숲속

논둑길을 따라 작은 호수 주변 숲속의 작은 예배당이다. 호수 끝나는 숲 근처, 붉은기와를 얹은 지붕, 문을 열고 들어서면 유난히 작은 실내에 단정한 의자가 일상에 지친 당신을 기다린다. 심플한 디자인에 로마식 기둥을 입구 양쪽에 세워 안정감이 돋보인다.

초여름엔 연두색 벼가 눈에 심어져 아름답고, 가을에는 황금색으로 익은 나락이 눈부신 풍경속으로 걸어간다. 산밑 호수엔 연꽃 또한 아름답다.

4. 생명평화의 집(요한) /작가: 박영균, 장소: 남촌마을 입구

하얀 원형 외곽에 지붕과 창의 스텐드그라스가 아름답다. 치마처럼 펼쳐진 계단과 예배당 입구의 염소 조각이 눈길을 끈다.

전체적으로 둥근 타원형으로 얼핏 천년 전 별자리를 관찰하던 첨성대를 닮은 듯 하다. 하늘과 땅이 소통하는 공간이다. 고양이 조각상을 만들고 있는 데 지나가는 주민이 "염소구만" 해서 이쁜 염소로 변형시켜 외뿔염소가 됐다고 한다.

신안 순례자 길 성당

5. 행복의 집(필립) 작가: 장미셀 파코, 장소: 기점-소악 노둣길 입구

프랑스 남부 전형적인 건축형태를 띤다. 지붕 바람창은 주민들이 사용하던 절구통을 뚫어서 활용했고 꼭대기 철탑에는 물고기 조형물이 달려있어 이 곳이 바다와 더불어 사는 섬이라는 것과 주민들의 생업을 표현했다.

하늘을 향한 유려한 곡선의 지붕이 아름다운 극치를 더한다. 국내에서는 좀처럼 보기드문 건축형태다. 한달에 두번 물에 잠기는 노둣길에서 2월~9월까지 수작업으로 완성했다.

신안 순례자 길 성당

6. 감사의 집(바르톨로메오) /작가: 장미셀·얄룩, 장소: 기점도 큰 호수위

호수 위의 교회로 물이 가득한 호수에 그림처럼 떠 있는 건축미술. 목조와 통유리로 자연을 흡수하는 우아한 형태를 띠고 있다.

물이 찰랑찰랑한 호수 위에 피어난 한 송이 꽃을 연출했다. 스텐 구조물과 컬러 유리의 채색으로 빛과 물빛이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있다. 봄 신록과 여름 녹음, 가을 단풍, 겨울 갈대가 어우려져 볼 때마다 다른 느낌을 준다.

7. 인연의 집(토마스) /작가: 김강, 장소: 게스트하우스 뒤편 순례길

푸른 초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단정한 사각형의 흰색 건축물이 마치 별들이 내려와 박힌듯 구슬 바닥과 푸른색 문이 인상적이다.

흰 회벽으로 이뤄졌고 왼쪽에는 '오병이어' 부조가 있다. 푸른색 문이 인상적이다. 이 섬에는 크고 작은 호수가 200여 개가 있으며 연인들의 스몰 웨딩 연출장소로 알려져 있다. 최근들어 이곳에서 사진과 영상촬영을 하려는 젊은층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신안 순례자 길 성당

8 기쁨의 집(마태오) /작가: 김윤환, 장소: 소악도 갯벌 위 

신안지역의 상징물인 갯벌 위에 세운 건축미술 작품으로 러시아 정교회를 닮은 양파지붕이 눈길을 끈다. 섬의 시간은 달의 시간과 닮았다고 한다. 물때는 달의 기울기와 비례하기 때문이다.

해질 무렵 둥근 지붕에 반사되는 노을은 황금빛으로 찬란하다. 김 작가는 신안에 유난히 양파 재배지가 많은 점에 착안해 주민들의 생활상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양파지붕을 올렸다.

9. 소원의 집(작은 야고보) 작가: 장미셀·파코·브루노, 장소: 소악도 둑방길

프로방스풍 건축물로 동양의 해학적인 곡선과 서양의 스텐드글라스가 물고기 모형으로 어우러져 있다. 노둣길을 건너기 전 둑방길을 따라 걸어가면 오두막을 닮은 건축미술 작품이 있다.

'기점 소악도 어부의 집'으로 구상됐다. 바닷일을 상징하는 밧줄, 녹슨 닻은 물빠진 갯벌에서 수집했다. '기점소악도의 돌'이 설치돼 순례객들이 쓰다듬으며 소망을 기원하도록 설계했다.

신안 순례자 길 성당

10. 칭찬의 집(유다 타대오) /작가: 손민아, 장소: 소악도 노두길 삼거리

뾰족지붕의 부드러운 곡선과 작고 푸른 창문이 여럿 있는 작은 예배당으로 외부의 오리엔탈 타일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진섬의 어구에 외면받던 쓰레기장이 작품 전시장과 작은 공원으로 변신했다.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문이 파스텔 톤으로 은은함을 준다. 주변 공터엔 나무와 털머위와 해국 등 해안 식물을 식재돼 있어 분위기를 높여주고 있다.

신안 순례자 길 성당

11. 사랑의 집(시몬) /작가: 강영민, 장소: 소악도 진섬이 보이는 솔숲

사랑의 집 실내에 들어서면 바다와 한몸이 되는 곳. 가두지 않고도 문이 없으며 열려있는 공간이다. 연인들에는 사랑의 개선문, 사랑에 상처입은 이들에게는 치유의 공간이 된다.

솔바람 숲에 누웠다 가라는 의미에서 작품 뒷면 벽에 걸쇠를 설치해 뒀다. 실내외에 스페인 산티아고풍의 조개껍질 부조가 장식돼 있어 다정한 맛을 더해준다.

신안 순례자 길 성당

12 지혜의 집(가롯 유다) /작가: 손민아, 장소: 소악도 딴섬

마지막 열두번째 '지혜의 집(가롯 유다)'은 진섬 옆에 딸린 무인도 딴섬에 있다.

대기점도, 소악도, 진섬, 딴섬으로 이르는 12㎞ 순례길 종점이다. 몽쉘미셀을 연상시키는 건축물로 뾰죽지붕과 붉은 벽돌, 둥근 첨탑이 매력적이다. 모래해변 너머 물길이 가로 막히면 서 너시간을 기다려야 만날 수 있는 귀한 작품이다. 나선형 돌려쌓기로 신선한 감동을 주는 종탑을 눈여겨 봐도 좋다.

신안 섬티아고 약도

박간재 기자 kanjae.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