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22-2> "단계별 완화? 아무 소용 없어… 1년 내 적자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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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22-2> "단계별 완화? 아무 소용 없어… 1년 내 적자인걸"
■현장 목소리 들어보니 ||소상공인 대부분 매출 하락 경험 ||여가·요식·체육시설·유흥주점 치명타||천편일률적 방역지침 자영업 죽이기||코로나 종식돼도 장기 지원 필요해
  • 입력 : 2021. 02.14(일) 18:08
  • 도선인 기자

지난 13일 나주시 동신대학교 앞 거리. 3개의 가게 모두 '임대' 현수막이 걸려있다.

코로나19가 발발한지 1년이 지났다. 모든 사회적 분야가 위축되고 사람들의 활기도 사라졌지만 그 중에서도 소상공인들이 받은 피해와 고통은 숫자로 가늠하기 힘들 정도였다. 이들에게 있어 코로나19는 육체의 병이 아니라 인생 자체를 헤집어 놓은 재해 그 자체였다.

○"집단감염은 다른 곳에서 나오는데"

나주시에서 돈가스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한범씨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해 매달 적자를 봤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전반적으로 손님이 1/3가량 줄었다. 대학교 앞에서 장사하다 보니 학생들이 주 고객층이었는데, 학교에 사람이 없으니 장사가 될 리 만무하다"며 "수입은 줄어도 월세, 인건비, 생활비는 고정적으로 나가니깐 1년 내내 적자를 봤다"고 전했다.

1년 내 적자를 봤다고 고백하는 김씨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식사와 함께 술을 마실 수 있는 음식점이나 유흥주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인원 및 시간제한은 소상공인에게 치명적이었다.

나주에서 양꼬치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원래 영업시간이 12시까지였는데 9시까지밖에 영업을 못 하면서 저녁 손님이 끊겼다"며 "우리 지역은 근처에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으니, 수익이 감소한 데에는 천편일률적인 방역지침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2주간 진행된 카페 내부 영업금지도 업주들의 반발이 컸다. 상무지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근처에서 확진자 발생하는 상황보다 카페 내부에서 영업을 금지하는 방역지침이 너무 억울했다"며 "요즘 누가 카페에 먹으러 오나, 카페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삼삼오오 모여 수다 떨러 오는데 방역지침이 완화돼도 그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피해를 본 업종은 △요식업 △헬스장 등 실내 체육시설 △PC방, 노래방, 영화관 등 여가시설과 △여행업 △운수업 등으로 파악된다. '소상공인 사업현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상공인 10명 중 8명은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하락을 경험했다. 특히 업종별 형평성과 특성을 무시한 방역지침은 '자영업 죽이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또 대규모 집단감염이 종교시설, 병원 등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실내체육시설, 코인노래방, PC방 등 일부 업종에 대해서만 집중되는 집합금지 및 제한조치는 그 대상도, 인과관계도 맞지 않는 과도한 규제라는 입장이다.

○"경제회복에 장기적 안목 필요"

반짝 수익을 노릴 수 있는 '설 대목'도 이번 설만큼은 통하지 않았다. 그나마 연휴 이후에 비수도권을 대상으로 완화되는 방역지침 소식이 자영업자들에겐 희망이지만 그렇다고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언제 다시 바뀔지 모르고, 완화됐다고 해서 손님이 다시 돌아올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광주 충장로에서 치킨 전문점을 운영하는 이화숙씨는 "충장로는 구도심 영향까지 겹쳐 유동인구가 정말 없다. 지난해 매출은 예년과 비교하면 40%까지 하락했다"며 "그래도 명절 당일 지나고 손님이 좀 오는가 싶었는데 주말 상황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국밥집을 운영한 지 3년째인 유모씨도 올해 같은 명절은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유씨는 "2달 넘게 이어진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이 매출 하락에 영향이 컸다. 아쉬운 마음에 테이블을 따로 안내하기도 했다"며 "방역지침이 완화된다고는 하는데 정상으로 돌아오는 데까지는 수일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방역지침으로 가장 피해가 심한 자영업자들은 경제회복을 위해 일차원적인 지원금 지급을 넘어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손중호 광주시상인연합회장은 "영업시간 제한, 인원 제한 등의 내용으로 2달 내내 이어진 방역지침이 아주 치명적이었다. 장사가 안되는 정도를 넘어 생존에 위기까지 느끼는 수준이다"며 "체감상 IMF보다 경제가 꽁꽁 얼어붙었다. 오늘부터 영업시간 제한이 풀린다고는 하나 한 번 얼어붙은 분위기가 되살아날지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시장 같은 경우도 평소라면 오후 9시30분까지 영업을 했을 텐데 지금 5시면 문 닫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며 "소상공인 4차 지원금은 물론 코로나가 종식돼도 얼어붙은 경제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전남의 한 식당에 '5인이상 집합금지' 안내문이 걸려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