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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류진창>설날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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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류진창>설날만 같아라

류진창 수필가 ·광주유학대학1학년

게재 2021-02-22 13:30:10
류진창 수필가· 광주유학대학1학년
류진창 수필가· 광주유학대학1학년

설은 우리민족 고유의 대명절이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정월 초하루 날이 곧 설이다. 만 가지 일들이 한해를 마감하여 정리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시점과 보낸 종착점을 가르는 날이 섣달그믐과 설이 있는 정월 초하루가 된다. 한 개인으로서는 설을 보내야 만이 비로소 나이 한 살을 더 먹는 싯점이 되는 날이니, 역사적으로 기념비적인 날이 설이다. 지난해의 서운했던 일들이나 성나고 슬프게 했던 사연과 액운들은 보내는 저 해에 실려버리고 상서로운 기운의 바램만을 담아 새해를 맞이하자는 메시지가 담겨있는 날이 설이다. 14억 인구가 살고있는 이웃 중국은 제1의 명절이 춘절(春節)이라 하는 설이다. 춘절 기간동안 유동인구가 무려 25억명에 이른다니 온 나라가 보름 동안 축제가 이어지는 것이다.

설날 아침이면 자손들은 저마다 단정한 옷차림으로 조상님 영전에 술을 따르며 세배를 올리는 예절이 우리의 전통 풍속이다. 일반 기제사와는 다르게 멥쌀로 빚은 하얀 가래떡을 곱게 썰어 떡국을 지어 올리는 것이 특징이다. 성묘를 다녀온 가족들이 빙 둘러앉아 윷놀이 상육치기 신종 고스톱 놀이로 가족사랑을 밤새도록 나누는 일도 설이 갖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손꼽아 기다려온 설을 맞이하기 위하여 옷장 속에 걸어둔 색동저고리 바지를 몇 번이고 입어보기를 하다가 드디어 기다리던 설이 다가온다.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등 윗어른 들께 큰 절로 세배를 올리고 만수무강을 빌어 드린다. 절을 받는 어른은 년만(年滿)한 딸에게 올해는 꼭 백마탄 총각이 나타나 시집가는 경사가 있기를 바란다는 덕담을 배푼다. 시험 준비를 하고있는 수험생에게는 조상님의 음덕에 힘입어 원하는 대학이나 직장에 꼭 합격의 영광을 있을 것이라는 기원(祈願)을 건네 준다. 새해 세배 자리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호기심 가득한 세뱃돈이다. 그것도 어린 세배꾼에게는 거액의 용돈이 들어 오는 일이니 설맞이 기대는 두 배가 되지 않을까? 세배를 받는 어르신네들은 준비하여둔 빳빳한 신권의 봉투를 건네 줌으로서 어른들의 세배 행사는 일단 끝이 난다.

고향 떠나 타향에서 생업에 열심하는 사람들이 고향의 그리운 부모형제 이웃들을 만나는 기회를 주는 설은 참 좋은 명절이다. 그 밖에도 일년내내 뒷자리만 지키고 살아왔던 어르신의 존재를 찾아 주고 챙겨주는 날이 유일하게 설이다. 설날에는 어김없이 집안의 어른을 아랫목 중앙 자리에 모셔놓고 큰절을 올리며 어르신의 얘기를 고분고분 들어주는 날이 설이다. 그러니 어린애들 못지않게 은근히 설을 기다리게 되는 어른님의 속내가 있는 것이다.

세뱃돈이 있는 설날이어서 어르신이 대접받는 날이 된다면 서글퍼진다. 그간 어르신이 되기까지 한 가정을 일구고 이끌며 사회의 건전한 일원의 과정과 노고를 가볍게 넘기거나 묻혀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어르신이 대접받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어르신이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목소라를 높이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대통령 국회의원 돈 많은 재벌그릅 회장 공부 많은 대학교수 보다도 어르신이 더 높은 세상이 되어야 한다. 어르신이 대접받지 못한 세상은 천민(賤民)의 세상이다. 어르신을 몰라보는 세상은 망할 놈의 세상이다. 어르신은 국가 구성원의 원로로서 그 앞에 고개 숙이며 예의를 갖추는 것이 마땅한 도리이며 사회적 질서라는 생각이다. 질서가 없는 사회는 암흑의 세상이다. 길거리에서 싸움질을 하다가도 어르신이 오시면 싸움을 멈추는 세상을 생각해 본다. 그리고 나의 생각과 이해가 상당히 다르더라도 어르신의 의견에 공손히 따르려는 자세가 된다면 어떻겠는가? 어르신이 의기소침하여 남의 눈치나 보며 나약하게 살아가는 세상은 슬픈 세상이다. 어르신이 구석지에서 목소리 큰 이에 눌려 말 한마디 못하는 세상은 빌어먹을 세상이다. 밀림의 맹수들도 위아래의 질서가 엄존한다.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인간사회에서 질서가 무너진다면 인간으로서 인간 세상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된다. 질서는 우리 서로가 더불어 받들며 지켜 나가야 될 소중한 평화의 가치가 아니겠는가? 인류사회에서 선진국의 정의는 단연 제도적으로 인간의 기본권이 존중되며 질서가 확립된 나라를 선진국으로 치고 싶다. 잘산다는 정의는 돈이 많고 살기가 풍족하며 국민의 학력 수준이 높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질서가 없는 나라는 곧 미개한 나라라는 분명한 소신을 말하고 싶다. 아무리 잘사는 나라라 할지라도 인간사회에 있어서 질서가 파괴된 나라는 불안하고 험악한 세상이 될 것이다. 힘센 돼지가 몇 줄의 진주 목걸이를 걸고 날뛰는 꼴이라 비교되는 것이다. 그리스 속담에 집안에 어르신이 계시지 않는다면 빌려서라도 어른을 모셔야 한다고 하였다. 가정과 직장을 이끌어 나가기위해서는 어르신의 경륜과 지혜가 필요하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질서의 필요성도 간과 해서는 안된다는 해석을 달고 싶다. 우리의 아름다운 교훈이었던 장유유서와 경로효친(長幼有序.敬老孝親)을 앞세우는 예의의 나라에 살고있는 우리에게 왠 그렇게 지나친 기우를 하느냐고 나무라 주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어르신은 마땅히 존경받고 존중하는 세상이 진정한 인간사회며 질서가 있는 으뜸 세상이라는 소박한 주장이다. 날마다 어르신이 좋아하며 기다리는 설날이 항상 이어지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