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되지 못한 운명들에 보내는 연민의 몸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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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기억되지 못한 운명들에 보내는 연민의 몸짓
전남도립국악단 감성처방전 시즌3 호평||세월호 7주기·코로나19 시국맞아 기획||5분5초 분량 수중 진혼무 선봬||10시간 동안 열연통해 희생된 이들에 위로 건네
  • 입력 : 2021. 03.03(수) 16:55
  • 박상지 기자

물속 춤 '기억되지 못하는 운명들의 기억' 영상 캡처.

"손택도 말했다. 타인을 불쌍하게 느끼는 연민의 감정은 그 고통이 내가 겪은 일이 아니라는 안도감과, 내 잘못은 아니라는 무책임함과,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는 무기력함으로 연결된다고.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나와 분리시킨 채, 그저 안됐다고 여기는 태도는 그들의 고통을 관조적으로 소비해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박보나, 태도가 작품이 될 때 중-

아픈 실체를 드러내는 일은 예술 본연의 기능이다. 회화, 공연 등 예술의 다양한 장르를 통해 표현된 불편한 진실은 공감과 감동으로 관람객에 전달된다. 예술의 사회적 실천이다. 전남도립국악단의 온라인 공연 '감성처방전'시즌3이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다.

지난달 27일 유튜브에 업로드 된 전남도립국악단의 물속 춤 '기억되지 못하는 운명들의 기억'이 업로드 3일만에 조회수 3만여회를 기록했다. 1000여명의 구독자 규모를 고려할때 예상밖의 흥행이다. '물속 춤' 형식의 이 공연은 세월호와 코로나19 희생자들을 향한 깊은 연민을 물 속 진혼무로 승화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5분5초 분량의 영상은 장장 10시간의 수중 열연을 통해 완성됐다. 류형선 전남도립국악단 예술감독이 작·편곡한 곡을 배경으로 한국무용가 홍은주씨가 물로 가득 채워진 투명 수조 속에서 위로의 1인무를 펼친다. 시간이 흐를수록 두려움과 외로움으로 일그러지는 무용수의 미묘한 표정변화는 흑백 미장센으로 담아내 먹먹한 울림과 깊은 여운을 더한다.

10시간의 수중 열연을 펼친 무용부 홍은주 단원은 "잠시잠깐이었지만 물속에서 밀려드는 두려움과 외로움, 아픔 등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 같다"면서 "진심을 표현하고 전달하기 위해 많은 힘을 기울였고, 세월호의 아픔을 감히 다 헤아릴 수 없지만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보듬어주고 싶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류형선 전남도립국악단 예술감독은 "가장 아픈 실체를 드러내는 일이야 말로 예술 본연의 일"이라며, "기억되지 못하는 운명들의 기억은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온 나라를 울리고 떠난 세월호 아이들과 오늘날 코로나19로 사방이 물 속 같을 이들에 대한 연민과 위로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물속 춤 '기억되지 못하는 운명들의 기억'은 전남도립국악단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무료 감상할 수 있으며, 단순한 무대 영상이 아닌 감각적인 연출과 미장센을 덧입힌 공연 영상을 제작해 연내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물속 춤 '기억되지 못하는 운명들의 기억' 영상 캡처.

물속 춤 '기억되지 못하는 운명들의 기억' 영상 캡처.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