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영령 앞에서까지… 커지는 '공법단체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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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영령 앞에서까지… 커지는 '공법단체 갈등'
황기철 국가보훈처장 참배 방해||임의 단체 “추진 행정 절차 부당”
  • 입력 : 2021. 03.04(목) 17:25
  • 김해나 기자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이 4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오월영령에 헌화·분향 후 묵념하고 있다.

5·18 공법단체 추진을 두고 관계자들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이제는 하다하다 오월영령이 있는 곳에서 서로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어, 부끄럽다는 지적이다.

4일 국가보훈처 등에 따르면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이 광주를 방문해 오월 영령을 참배했다.

이날 참배는 5·18공법단체인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 설립준비위원회(이하 설준위)가 승인된 지 하루만으로 설준위가 가동 되기 전 오월 영령들을 위로하고자 방문한 것이다.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이 4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기 전 방명록을 쓰고 있다.

황 처장은 이날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았고 참배에 앞서 정문 앞 방명록에 '5·18 정신을 이어받아 정의롭고 더 큰 대한민국이 되도록 하겠습니다'고 적었다.

이어 황 처장은 5·18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 회장 등과 함께 추모탑 앞에서 오월의 넋을 위로하고 헌화·분향했다.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이 4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오월영령들의 묘비를 참배하고 있다.

제일 먼저 김경철 열사의 묘지를 찾은 그는 묵념 후 비석을 한참 동안 바라보기도 했으며 윤상원·전재수·박기순 열사 등의 묘비를 차례로 둘러봤다.

그는 "다 어린 학생들이다. 학생들이 참 많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표하기도 했다.

이후 황 처장은 행방불명자·무명열사 묘역을 둘러보며 항쟁의 의의를 되새겼고, 틈틈이 유형선 5·18민주묘지 관리소장에게 묘역 잔디 관리 실태와 시설 등을 확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황 처장의 방문에 앞서 사단법인 5·18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를 탈퇴한 민주유공자로 구성된 임의 단체가 민주의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공법단체 추진 절차의 공정성을 문제 삼아 항의를 했으며, 그 과정에서 욕설 섞인 고성까지 터져 나왔다. 다른 곳도 아닌 5·18 국립묘지에서 벌어진 일이다.

단체는 "국가보훈처는 잘못된 지침으로 우리가 구성한 공법단체 설준위에 대해 '단체장 동의를 받아오라'며 승인하지 않았다"고 항의했다.

여기에 더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들어 달라며 황 처장의 참배 현장을 방해하기도 했다. 단체의 일부 회원들은 황 처장이 참배단으로 이동하자 참배단 앞에 연좌 농성을 하며 항의하다 경호 인력에 의해 끌려나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또 다른 회원들과의 언쟁이 벌어졌다. 고함을 지르고 욕설을 하거나 몸싸움을 하기까지 했다.

이런 대치는 황 처장이 참배 이후 회원들과 면담할 것을 약속할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참배를 마친 황 처장은 민주의문 참배객 대기실에서 15여 분간 임의 단체 대표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부상자회 대표로 나선 강길조 교도소 생존자 동기회장은 "현재 공로자회 회장으로 구성된 15명 중 1980년 광주에 있던 이는 4명, 전남에 있던 회원은 2명뿐이다"며 "이들 모두 2019년 처음 대표가 된 사람들이다. 막중한 임무를 띠는 설준위가 이런 이들로 구성돼 승인되는 것을 볼 수 없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임의 단체 회원들이 사단법인 내 회원보다 많은 2000여 명이다"며 "공법단체 설준위 구성 과정에 법에도 없는 사단법인 3단체의 동의서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원들의 요구사항을 들은 황 처장은 "오늘 저는 (오월 영령의) 고귀한 희생에 경건한 마음으로 참배를 하러 광주를 방문했다"며 "단체 간 여러 이해관계가 있겠지만, 법으로 인한 제한적인 부분이 있다. 법을 어겨가면서 일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승적 차원에서 5·18 정신이 훼손되지 않게 모든 분이 협조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며 "민주주의를 위한 고귀한 희생과 광주시민의 애국심을 존중한다. 공법단체 추진 과정에 절차상 하자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이 4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 참배를 위해 방문한 가운데 일부 5·18단체 회원들이 공법단체 설립 추진 과정의 공정성을 문제삼으며 참배단 앞에서 연좌 농성을 벌였다.

김해나 기자 min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