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25-2>대한민국 절반의 원동력 '여성의 힘'… 주체로서 재조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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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25-2>대한민국 절반의 원동력 '여성의 힘'… 주체로서 재조명해야
조력자 아닌 주체로서 여성운동가 조명||애니메이션·딥페이크로 부활한 여성리더||교과서·AR기술 융합한 스토리텔링 교육||민주주의 알린 안성례·이명자·배은심 등
  • 입력 : 2021. 03.07(일) 18:04
  • 오선우 기자
AR 기술을 활용해 교과서 내용과 관련된 여성들의 이야기를 제공하는 'Lessons in herstory' 앱을 사용하는 모습. 유튜브 'The One Club for Creativity' 채널 캡처
남성을 뛰어넘는 능력과 담대함으로 세상을 바꾼 여성 리더부터 가족을 위해 희생했던 알려지지 않은 어머니의 이야기까지, 오늘의 대한민국을 존재하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 중 하나는 바로 여성의 힘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현대사는 여전히 'History'다. 묻혀 있는 여성 리더를 발굴하고 새롭게 알리는 작업을 통해 'Herstory'로서의 대한민국 현대사를 재조명하는 작업이 절실하다.

●조력자 아닌 주체로서의 여성

대한민국 여성 위인은 대부분 '일부종사 현모양처'로 대표되는 유교 사회 수동적인 여성상이다. 그러나 이면에는 나라를 구하고 역사를 바꾼 여성 리더들이 있다.

고대에도 여성 리더는 존재했다. 단재 신채호는 자신의 저서 '조선상고사'에서 "소서노는 조선 역사상 유일한 창업 여대왕일뿐더러, 고구려와 백제 두 나라를 세운 사람"이라고 했다.

고구려를 세운 주몽과 백제를 세운 온조, 남편과 아들을 각각 이끌어 실질적인 건국을 주도한 이가 바로 '소서노'다. 하지만 대한민국 역사상 유일했던 창업 여대왕은 흔적 없이 묻혔다. 남성 중심 가부장적 사회 속에서 절개를 지키지 않고 재가한 과부, 정실부인이 아닌 데다 남편의 뜻을 거스르고 집까지 나간 여자로 격하됐다.

일제강점기 역시 마찬가지다. 수많은 남성 독립운동가들에 가려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여성 독립운동가가 무수하다. 최초의 여성 비행사 권기옥, 교육자 김마리아, 독립군 남자현 등 남성의 조력자가 아닌 주체로서 독립운동에 앞장선 이들이다.

미래 세대가 여성의 역사를 온전히 배우고, 성에 대한 올바른 가치를 확립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릴 때부터 풍부한 여성 스토리를 다양한 방법으로 교육해야 하는 이유다.

●딥페이크·AR 통한 살아있는 교육

최첨단 기술의 발달은 역사 교육에서의 대변혁을 불러일으켰다. '백문이 불여일견', 말과 글을 통한 주입식 교육에서 체험형 학습으로의 변화다.

'딥 페이크(Deep Fake)' 기술은 선생님 말씀으로, 교과서 글자로만 접하던 역사 속 인물을 마치 살아 숨 쉬는 것처럼 되살려낸다.

딥 페이크란 스스로 학습한다는 뜻의 'Deep learning'과 'Fake'의 합성어로, 인공지능이 대상의 표정과 안면 근육을 분석해 다른 인물 얼굴 위에 덧입혀 얼굴을 바꾸는 기술이다.

이로써 학생들은 역사를 단지 '외워야하는 지루한 대상'이 아닌, 눈을 깜박이는 퀴리 부인, 옅게 미소 짓는 유관순 열사와의 만남을 통해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다.

미국에서는 'Lessons in Herstory'라는 앱을 개발해 역사 속 잊힌 여성 영웅들을 부활시켰다.

AR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이 앱은 알려지지 않은 여성의 이야기를 제공함으로써 새롭게 재구성한다. 교과서를 카메라로 스캔하면, 내용과 관련된 여성의 정보가 증강현실로 제시되는 것이다.

한 AR 기반 교육용 앱 연구자는 "남학생은 몰랐던 남성 중심의 역사 교과서 속에서 여성 인물들을 깨닫고, 그들의 활약상을 학습한다. 여학생은 같은 여성의 업적을 보고 배우며 생각의 폭을 넓히고,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정보를 얻게 된다"고 했다.

●'Herstory'로서의 대한민국

대한민국 현대사에 이름을 올린 수많은 일꾼과 인재들. 그들을 길러낸 진정한 위인은 바로 '어머니'다.

광주에서도 역사의 산증인들을 만나볼 수 있다. 5·18민주화운동의 어머니, 오월어머니집 안성례 전 관장과 이명자 관장이다.

5·18 이후 민주화의 바람이 불던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대학생과 전경이 치열하게 대치하던 현장에는 어김없이 어머니들이 나섰다.

오월 투쟁에 '어머니'가 크게 자리하고 있음을 알리는 증인이기도 했다. 교육과 민주화를 위해 온몸을 바쳤다가 갖은 고초를 겪었던 남편 고 명노근 교수의 원동력은 다름 아닌 그의 아내 안성례 전 관장이었다.

이명자 관장 역시 역사의 현장 속에 있었다. 5·18 당시 내란수괴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았던 정동년 전 광주 남구청장의 구명운동을 하며 평범한 가정집 어머니에서 오월어머니로 거듭났다.

87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도 빠질 수 없다. 아들의 억울함을 밝히고, 아들이 그토록 갈망했던 민주화를 위해 수도 없이 최루탄 가스를 마시고 연행됐던 모성애야말로 대한민국의 현재를 있게 한 힘이다.

이들은 "시작은 남편과 자식이 핍박받는 것을 참다못해 나선 것에 지나지 않았다"면서 "투쟁하면서 더 많은 이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진정 옳은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찾아 나서게 되면서 주체적인 삶으로 거듭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오선우 기자 sunwoo.oh@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