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비 서둘러야 할 '로드킬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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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재정비 서둘러야 할 '로드킬 대책'
조진용 전남취재부 기자
  • 입력 : 2021. 03.11(목) 12:52
  • 조진용 기자
동물들의 서식지가 줄면서 자동차에 치여 상처받거나 죽는 이른바 '로드킬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광양시 진상면 비평 저수지 인근 야산에 서식하고 있는 두꺼비들도 피해를 비켜가지 못했다. 1000여마리 두꺼비떼가 매년 2월~5월 산란을 위해 비평 저수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서식지와 산란지 사이 편도 1차로 국도에서 희생되고 있다. 두꺼비를 로드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도로 쪽으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유도울타리 200m를 설치했다. 유도울타리에서 발견된 두꺼비떼를 광양시와 광양만녹색연합이 수거해 산란장인 비평저수지로 옮기고 있다. 하지만 올해 개체수가 1000마리 이상 증가함에 따라 로드킬 개체수도 덩달아 2배 급증했다. 지자체와 환경단체 등에서 로드킬 예방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제기능을 발휘하는 생태통로가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지속적인 로드킬 발생은 예견된 일이다.

도내 고속도로도 마찬가지다. 로드킬 예방을 위한 생태통로와 도로 쪽으로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한 유도 울타리가 도내 고속도로 23곳에 설치돼 있다. 이같은 예방시설을 조성하며 로드킬 감소를 기대했지만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로드킬 사고가 끊이지 않는 원인에 대해 국립생태원 관계자에게 물었다.

그는 "로드킬을 막기 위해 생태통로와 유도울타리를 설치하면 동물들이 알아서 이용할 것이란 안이한 생각이 원인으로 분석된다"며 "로드킬 예방을 위해서는 주변에 서식하는 동물들이 얼마나 이용하는지 관찰하고 미흡한 부분을 개선하는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기존 설치된 유도 울타리와 생태통로가 제기능을 하고 있는지도 상시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립생태원 관계자의 주장데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동물들이 스스로 생태통로를 잘 찾아갈 수 있을까. 사람들도 낯선 초행길을 운전을 할 때 내비게이션에 의존하지 않던가. 동물들의 생태를 잘 관찰해 현재 설치된 로드킬 예방 시설이 적합한 지 점검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로드킬을 줄이기 위한 해외 선진지 우수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네덜란드는 소형 포유류 비율이 많아 도로 하단에 파이프를 설치해 그곳을 통해 빠져나갈 수 있도록 했다. 일본의 경우도 비슷하다. 대형 포유류가 살지 않기 때문에 생태통로 보다는 동물들의 도로 진입을 막는 위한 유도울타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두 나라의 로드킬 방지 정책의 공통점은 어떤 동물이 주변에 얼마나 서식하는지 예찰을 통해 맞춤형 대책을 수립했다는 점이다.

사자성어에 초선종선(初善終善)이라는 말이 있다. 처음이 좋아야 끝맺음도 좋다는 뜻이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경구 또한 불변의 진리다.

현재 우리의 로드킬 대책이 어떤 수준에 와 있는 지 관련 기관에서는 냉철한 판단을 해봐야 한다. 외국의 선진 사례들을 참조해 국내 지역에 맞는 환경정책을 내놓기 바란다.

조진용 기자 jinyong.ch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