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꿈조차 가난한가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전일칼럼
호남, 꿈조차 가난한가
가덕신공항 선거용 선물로 치부 안돼,||부울경 1000만 메가시티 핵심고리에||2030년 부산월드엑스포 필수인프라 설득||호남, 10년 동안 메가 프로젝트 부재||한전공대 등 작은 그림조차 줄줄이 퇴짜||시-도지사 지역의원들 그랜드비전 뭔지
  • 입력 : 2021. 03.13(토) 22:36
  • 이건상 기자

광주와 부산은 서로 큰 그림을 그렸다. 지난 2002년 4월 중국항공기가 김해공항에 접근하다가 추락했다. 김해공항 첫 사고로, 부산 사람들은 공항의 안전성, 인프라 부족, 수요 포화를 거론했다. 동남권 신공항에 첫 불을 지폈다.

그 때 광주는 문화수도로 들썩였다. 아시아문화전당 후보지(2004), 전당 설계작(2005), 전당 착공(2008) 순으로 질주했다. 도중에 도청 별관 문제로 2년 늦게 완공(2014), 이듬해 11월 전면 개관했다. 덕분에 광주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라는 새 이름을 챙겼다.

동남권 신공항은 대구경북 대 부산경남 갈등으로 치달았다. 이명박 정부는 전면 백지화(2011)를 선언했고, 박근혜 정부는 대안으로 김해공항 확장(2016)을 결정했다. 14년 동안 끌어 온 경상도 신 공항은 그냥 없던 게 됐다. 그러다 부산,울산,경남(부울경) 광역단체장들이 동남권 신공항을 다시 소환했다. 그들은 자체 검증팀을 가동(2018), 김해공항 확장안을 반박했다. 부울경과 국토부는 국무총리 산하에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를 설치, 재조사(2020)를 진행했다. 검증위는 '근본적인 재검토'로 결론 냈다.

죽은 공항이 기적처럼 부활했다. 행운(?)도 찾아 왔다. 부산시장 보궐선거, 민주당은 가덕 신공항에 올인했다. 가덕신공항 특별법(2021)이 일사천리로 통과됐고, 선거 앞에 국민의힘도 무력했다. 부울경은 차분했지만 질겼고, 영악했지만 또한 노련했다.

가덕 신공항을 선거용 선물로 치부해선 안 된다. 그들의 그랜드비전은 명확했다. 가덕공항은 부울경 대개조 전략의 핵심고리였다. 한 때 부산'특별시' 운동을 전개했던 그들은 수도권에 대응하는 초광역연합체 메가시티를 주창했다. 메가시티는 2040년 목표로 인구 1000만, 경제규모 490조의 부울경 통합지자체다. 이 메가시티 완성을 위해 동남권 신공항(2029개항)과 부산월드엑스포(2030개최)가 필수라고 설득했다.

국제신문 제공

부산은 이제 엑스포 유치에 나설 태세다.

그들은 부울경 급행철도에 부전-마산 복선전철, 부산-양산-울산 광역철도, 김천-거제 남부내륙철도까지 깔고자한다. 나아가 가덕 신공항, 스마트 항만에 유라시아 철도(트라이포트)를 묶어 북한, 러시아, 유럽으로 진출하겠단다.

공직자 열정도 대단했다. 부산시는 지난 2016년부터 공항 전담조직을 신설, 전 세계 2,000개 활주로를 샅샅이 분석했다. 신공항추진본부장에 42세 젊은 공무원을 전격 발탁, 용역과 보고서, 데이터로 국토부를 압박해 들어갔다.

가덕 신공항을 보노라면 좀 불편하다. 그리 보면 값싼 질투요, 헤픈 부러움 일테지만, 속내는 어쩔 수 없다. 미래 부울경은 분명 또 다른 서울이다. 무안공항 옆에 두고, 인천과 가덕공항으로 선택지가 늘었을 뿐이다.

광주전남은 지난 10년 동안 메가 프로젝트가 없었다. 서해안 고속도로(2001), 도청이전(2005), 여수박람회(2012) 이후 끝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뭘 하는지, 광주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가 됐는지 알 수 없다. 옛 도청 자리에 좋은 '공원'이 생겼다. U대회, 세계수영대회는 동네잔치로 감감하다.

큰 그림은 고사하고, 작은 것조차 퇴짜다. 한전공대, 전남의대, 여순사건, 군공항 특별법 등 된게 없다. 호남인맥이 없는 탓인가. 국무총리, 여당 대표, 원내대표에 야당 대표(김종인)까지 지역출신이다. 호남 출신, 연고 국회의원은 무려 84명(광주전남 38명, 전북46명)이다.

문제는 단순하다. 호남의 꿈, 그랜드비전, 정교한 실행전략이 없다. 설득 논리, 담대한 프로젝트, 단체장과 의원들 뚝심이 안보인다. 광주시장, 전남·북 지사가 그리는 호남의 미래는 있는가. 국회의원들의 호남 책략은. 광주전남연구원(박사급 42명 연간 인건비 52억)은 비전 보고서라도 냈는가. 호남 광역단체장과 28명 의원들이 한번이라도 만났는지 기억조차 부실하다. 수도권에 차이고, 또 부울경에 눌릴까 서럽다.

이제 호남은 꿈조차 가난한가. 아니, 가난한 꿈조차 없는가. / 총괄본부장 . 상무

이건상 기자 gs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