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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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백신 여권
  • 입력 : 2021. 04.20(화) 16:33
  • 이용규 기자
여권은 여행을 위한 필수템이다. 소지자의 신분이나 국적을 증명하고 상대국에 보호를 의뢰하는 공용 문서이다. 근대 초기 유럽 국가의 여행증명서 혹은 신분증이나 표식도 여권과 같은 기능을 했다. 당시 근대 초기 유럽 국가들은 신민을 부나 군사력의 대상으로 여겨, 이들의 왕래를 규제했다.

여권을 통한 신민 통제는 프랑스혁명 이전기의 지배 매커니즘이었다. 1669년 프랑스 루이 14세는 칙령 발표를 통해 그의 신민들이 왕국을 떠날 경우, 이를 승인하는 여권을 의무적으로 소지토록 했다. 평민들은 프랑스 지역간 이동에도 출생지 시청에서 발급한 여권, 지역 교구에서 '착한 사람'임을 보증하는 인정서를 소지해야 했다. 이동의 자유를 억압당한 신민들의 불만이 고조됐지만, 이를 반전시키는 사건이 발생했다. 1791년 6월21일 국왕 루이 16세가 하인으로 변장해 바렌으로 도주한 것이다. 겉으로 혁명을 지지하고 속내는 다시 절대군주제로 돌아가길 바라는 행동이었다. 프랑스혁명이 발생한 지 2년만의 사건이라 대중들의 분노로 들끓었고, 파리시장은 여권 소지자만 파리를 떠나는 것을 허용했다. 모든 여권에는 취득자의 이름, 나이, 인상착의, 거주 교구를 기재했다.

현재처럼 국가간 이동에 여권이 필수적인 공용 문서로 사용된 것은 제1차 세계대전 직후다. 다른 나라에 자국 여권 소지자들의 안전과 이동상의 편의를 요청하는 국제적인 관행을 정착시켰다. 2001년 9월11일 이슬람 세력의 미국 테러 공격은 국제적으로 인구 이동에 대한 통제를 뚜렷하게 강화시켰다.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은 기존 여권을 대체하는 새로운 여권 개발을 주도했다. 기계 판독 가능을 넘어 지문, 전자스캔 팜플리트, DNA지문, 최근에는 영화 '미션 임파셔블'에서 등장하는 망막 스캔 등 여권 소지자의 생체 정보를 내장한 전자 여권으로 까지 이동했다.

코로나19 팬더믹 상황에서 백신 여권을 도입하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백신 여권은 인증 앱, 카드를 통해 코로나19 감염 여부, 백신 종류, 접종 날짜를 기록한 디지털 증명서다. 지난 1월 아이슬란드에서 세계 최초로 발행했고 이스라엘은 두번째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린 패스'를 발급해 해외여행뿐만 아니라 음식점·영화관·스포츠 경기장 등을 이용하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달 스마트폰 앱 '그린 패스'를 도입했다. 이에 백신 접종률 제고에 도움과 차별과 혐오 유발 등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럼에도 전세계가 집단 면역 형성전까지 가장 중요한 가치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고, 백신 확보이다.

이용규 논설실장



이용규 기자 yg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