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쳐야 산다, 아무튼 뭉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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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칼럼
합쳐야 산다, 아무튼 뭉쳐
세계 도시들 메가시티 경쟁 ||부울경·대구경북·충청권 잰걸음 ||광주·전남 통합 논의 무풍지대 ||시·도 통합 용역 작업도 올스톱 ||저출산·고령화·저성장 3중고 ||언제까지 박수 부대 역할만…
  • 입력 : 2021. 03.21(일) 17:53
  • 이용규 기자
착잡하다. 웅장한 팡파르에 맞춰 발걸음을 뗀 동남권 메가시티에 대한 소회다. 부산·울산·경남의 단체장들은 '수도권공화국'에 맞서 또 하나의 수도권으로서 포부를 드러냈다. "우리가 남이가" 라고 단일대오를 형성한 이들의 의기양양한 행보는 방안퉁수격인 광주·전남의 현실과는 대비되는 장면이다.

동남권 메가시티는 인구 800만명의 부·울·경이 우리나라 제2의 국가 성장축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달 25일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당정청 고위인사들 앞에서 보따리를 풀어내는 3개 단체장들의 얼굴에는 득의 만만한 표정이 역력했다.

이 3개 지자체는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내년 1월 특별자치단체로 출범을 앞두고 있다. 촘촘하게 그려진 밑그림을 보면, 공동으로 경남·부산·울산을 편리하게 오갈 수 있는 광역철도망 구축, 지역 경제산업 생태계 조성, 지역대학 혁신플랫폼 구축, 궁극적으로 행정통합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동남권 메가시티 구상은 수도권(국토 면적 11.8%)에 인구 50.1%가 집중돼 비수도권의 청년층 유출 심화와 고령화 현상의 가속화에서 출발한다.

사람과 돈이 몰리며 몸피만 키운 수도권 블랙홀의 현주소는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으니, 수도권 공화국의 대타 역할을 하겠다는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부·울·경의 포석은 각국의 초광역화 경쟁과 통한다. 프랑스는 주거·관광·교류 등 7개 공간시스템별로 지방을 대도시화 하고 있다. 일본은 도쿄 1극체제에 맞서 간사이 광역연합을, 독일은 지자체별 숙원 과제 해결을 위해 슈투트가르트 지역 연합을 구성했다. 개별 지자체는 존치하되 권한과 기능이 대폭 이전된 자치단체연합을 설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방법과 지역분위기는 각각이나, 목표와 인식은 같다. 수도권 집중 해소와 지방소멸 극복이 주요 고리다. 대구와 경북은 내년 7월 통합 지방정부를 목표로 잰걸음이다. 대전 등 충청권 4개 광역도 생활경제권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광주·전남권은 어떠한가? 무풍지대다. 전국의 광역 지자체들이 각자도생의 길을 접고 생활권이 인접한 지자체들과 뭉치고 있는 반면 광주·전남은 딴나라 얘기다. 현재 시도 분위기로는 통합이라는 단어는 금기어이다. 광주시는 통합 용역을 진행키로 했으니 굳이 전남도를 자극하고 싶지 않고, 전남으로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피하고 싶은 속내가 읽혀진다.

실상은 지난해 9월 10일 이용섭 광주시장이 제안한 광주·전남 행정통합은 2달뒤 시도지사 합의로 용역 추진 합의문을 발표했지만 광주 공항이전 문제로 올스톱 상태다. 광주·전남은 냄비물 끓는 줄 모르는 우물안 개구리처럼 내부 경쟁으로 서로 생채기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각 시도가 제4차 국가철도망 계획 반영에 총력전 인데, 시도는 광주~나주간 광역철도망 노선을 놓고 충돌, 충청권 4개 시도가 '서해선 연결' 단일안으로 서명운동을 벌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부·울·경 메가시티가 데뷔전을 치르던 전날 광주·전남·북 에너지경제공동체 용역 발주 행사는 그나마 다행스럽다. 그랜드 디자인없이 2~3개 광역지자체의 협력사업이 용두사미에 그친 경우가 많아 성과는 미지수이다. '전라도 정도 천년, 한뿌리'를 내세우나 그동안 자기앞의 이익에만 매몰돼 남보다도 더 못하는 상황이 더 많았다.

부·울·경의 행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울·경은 과거 동남권 신공항을 둘러싸고 정치적 계산에 따라 피튀기게 싸우다 어정쩡하게 김해공항 확장을 손에 넣었다.

그러다 민선 7기들어 서로 안면을 바꾼 부·울·경은 메가시티 깃발앞에서 일사불란하게 가덕도 신공항을 거짓말처럼 살려냈다. 가덕도를 손에 넣은 부·울·경은 이젠 특별자치단체에 걸맞은 특별 지위까지 챙기는'그들만의 힘'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광주·전남의 상황은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이라는 트라이앵글 굴레에 갇혀 있다. 인구와 산업이 쪼그라드는 현실을 상수로 놓고 현실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50조를 쏟아붓는 도시재생계획이 죽은 지역을 벌떡 살아나게하는 처방전이 될 수없다는 얘기다.

건물 외관을 산뜻하게 바꾼들 지역에 일자리가 없다면 1년에 2만~3만명의 젊은 층 유출을 막을 수가 없다. 연방제 수준 지방자치, 완전한 재정분권 등의 수사로는 발등에 놓인 불을 끌 해법으론 부족하다. 산술적으로도 또 하나의 수도권인 부·울·경과 광주, 전남의 경쟁력 비교는 무의미하다.

안타까운 것은 이들의 밥상에 숟가락만 얹어 파이를 나눌순 없다는 사실이다.

이용규 기자 yg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