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장미 물결… 커지는 미얀마 향한 추모·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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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붉은 장미 물결… 커지는 미얀마 향한 추모·응원
미얀마 광주연대, 27일 희생자 추모||미얀마 민주항쟁 지도자 서신 낭독||원불교 위령제로 희생자 넋 기려||신광중·각화중 학생들 모금 행사도
  • 입력 : 2021. 03.28(일) 15:09
  • 김해나 기자

27일 오전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재한 미얀마인 샤샤·마웅 씨가 자국 군부의 쿠데타를 규탄과 희생자 추모, 지속적인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7일 오전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시민들이 미얀마 민주화 시위로 숨진 희생자들을 추모·헌화하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조의를 표할 때 붉은 장미를 바친다.

"우리는 미얀마를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 토요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 우비를 입은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한 손에 붉은 장미를 들고 광주 곳곳을 적시는 빗속에서 목이 터져라 외쳤다. 낯선 땅이자 광주를 닮은 곳 미얀마를 위해서 말이다.

5·18기념재단이 주축이 된 '미얀마 광주연대'는 27일 오전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미얀마 봄 혁명 희생자 추모 집회를 열고 다시 한번 미얀마 국민과 강한 연대를 약속했다.

참석자들은 미얀마에서 조의를 표할 때 바치는 붉은 장미를 헌화하며 현지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도 했다.

이날은 일본 식민지 시절이었던 미얀마에서 범국민적 일제 저항이 시작된 날이다. 미얀마 군부는 '군의 날'로 지정했으나 국민은 '저항의 날'로 부른다.

바닥이 흥건해질 정도로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부는 날씨에도 참석자들은 비옷을 껴입고 추모에 함께했다.

이철우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현재 미얀마의 희생자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며 "미얀마 쿠데타 세력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사격을 하고 있으며, 총격에 의한 사망자를 숨기기 위해 묘지에 묻힌 시신을 갈취하는 등의 만행을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광주는 미얀마를 결코 외롭게 두지 않을 것이다"며 "1980년 5월의 항쟁과 희생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만들었듯이 2021년 미얀마 국민의 용감한 투쟁이 미얀마 민주주의의 튼튼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후 재한 미얀마인 묘네자 씨가 미얀마 민주항쟁 지도자이자 2009년 광주 인권상 수상자인 민 꼬 나잉(Min Ko Naing)이 5·18기념재단에 보낸 편지를 낭독했다.

민 꼬 나잉은 편지로 "현재 미얀마인들은 한국의 5·18민주화운동으로부터 용기와 교훈을 얻어 투쟁하고 있다"며 "5·18기념재단과 미얀마 민주화를 지지하는 세계시민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한 미얀마인이 현지 상황을 공유하며 지속적인 연대를 호소하기도 했다.

마웅 씨는 "미얀마 곳곳에서 군인과 경찰들이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있다"며 "국민의 인권은 처참하게 무너졌다. 통신망을 차단해 가족들과의 연락조차 힘든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는 "광주의 적극적인 도움에 감사하다. 계속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어 민주와 자유를 외치다 숨진 '태권소녀' 치알 신(Kyal Sin)의 민주화 열망을 독백으로 표현한 추모극이 진행됐다.

27일 오전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신광중·각화중 학생들이 미얀마 민주화 시위를 지원하는 모금 운동을 하고 있다.

비슷한 시각 5·18민주광장에는 미얀마인을 지원하기 위한 학생들의 모금 활동도 펼쳐졌다. 신광중·각화중 학생회 학생들은 시민에게 기부를 권유하고 기부금을 낸 시민에겐 곰 젤리·꽃 모양의 비누, 간식 등 선물을 전달했다.

윤다영 신광중 학생회장은 "부모님께 5·18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며 "SNS를 통해 미얀마 현지 상황을 확인했다. 마음이 아프고 진심으로 돕고 싶어 모금 활동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용현 신광중 교사는 "학생들이 미얀마 영상을 보고 그들의 아픔, 죽음에 대해 스스로 공감한 것에 보람을 느낀다"며 "광주 학생으로서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해야겠다는 제자들이 대견스럽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모은 기부금은 미얀마 광주연대 등 기부단체를 통해 미얀마로 보내진다.

이날 기부에 참여한 산산윈 씨는 "현재 한국 국적이지만, 나도 미얀마인이다. 고향에서 행해지는 학살에 눈물만 나온다"며 "이런 상황에서 같은 민족도 아닌 광주 시민들이 자기 일처럼 도와주는 것이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추모 집회는 서울·대전·제주 등 전국에서 같은 시각 진행됐다. 'Myanmar Now(미얀마는 지금) 웹페이지에 생중계될 예정이었지만, 현지 사정으로 녹화 후 유튜브에 공유할 계획이다.

김해나 기자 min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