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만큼은 절대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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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이 작품만큼은 절대 놓치지 마세요"
■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추천 5선
  • 입력 : 2021. 03.31(수) 16:01
  • 박상지 기자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예년보다 전시공간이 더욱 늘어난 점이 특징이다. 주제전만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을 비롯해 국립광주박물관, 광주극장, 호랑가시나무아트폴리곤 등 광주지역 3개구(동, 남, 북구)에서 열리고, 특별전과 기획전까지 고려하면 광주 곳곳에 비엔날레 작품이 전시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코로나19로 인해 행사가 두차례 연기되면서 전시기간 또한 절반가량 줄어든 39일에 불과하다. 39일동안 450점에 이르는 방대한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기란 한편으론 부담이 따르기도 한다. 전세계 유명작가들의 신작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인만큼 작은 작품 하나까지도 놓쳐서는 안되지만, 시간상 제약이 따르는 상황이라면 예술감독이 추천하는 작품만이라도 꼭 관람해보자.

김상돈 작 '행렬'

△김상돈 작 '행렬' 김상돈 작가는 다양한 매체와 일상 및 사회적 관계 속 재료를 경유해 한국의 주요 재현체계에 개입한다. 비엔날레 전시관에 설치된 조각 작품을 통해 그는 한국 샤머니즘, 식민 기억, 현대 정치, 과잉 소비 회로의 요소를 동원한다. 작가에 의하면, 샤머니즘적 다신론과 다원주의는 세속적인 것을 거부하기보다 성스러운 것을 추구함으로써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양식으로 작동한다. 샤머니즘적 신앙의 세계관은 공동체와 한국의 토속적 문화의 실현과 통합을 바탕으로 한다. 나아가 작가는 인류 문명 전체가 위기 상황을 맞았을 때 우리는 다시금 집단적 카타르시스와 화합에 기반을 둔 장구한 영적 문화에 눈을 돌린다고 말한다. 샤머니즘을 기반으로 한 통합적인 접근은 사회적 상처의 회복, 애도, 회개를 가능하게 한다.

이상호 작

△이상호 작 '자비로운 관세음보살' 및 '통일염원도'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상호 작가는 1980년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의 주요 인물로서 군부 독재를 비판해 왔다. '자비로운 관세음보살(이라크 전쟁반대)'(2003)과 '통일염원도'(2014)는 고려 불화의 요소를 끌어온 것으로, 그가 수학했던 불교 미술에서 받은 영향과 두 차례 속세를 등지고 종교에 귀의했던 한때의 선택을 엿볼 수 있다. 망자를 서방정토로 인도하는 아미타불이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지상과 극락의 화해를 지시한다. '통일염원도'(2014)는 남한과 북한이 하나의 땅에서 탯줄로 연결돼, 남한이 어머니가 되고 북한이 아들이 되는 장면을 상상한다.

파트리샤

△파트리샤 도밍게스 작 '어머니 드론' 2019년 여름 볼리비아 치키타니아 지역과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파트리샤 도밍게스는 불길에 다친 동물들을 돌보기 위해 급조된 동물 보호소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설치 작품 '어머니 드론'(2020)의 중심 내용은 그녀가 반쯤 실명한 투칸(왕부리새 류)을 돌보는 것이다. 이는 맥락상 원주민의 토지권과 칠레 산티아고의 시위대를 감시하는 경찰 드론의 순찰과 연결된다. 주요 모티브인 시력과 치유, 그리고 토착적 제의, 정착민-식민지 풍습, 동시대의 기업화된 건강 도식이 수렴하는 현상에 대한 깊은 성찰이, 양림산 지하 공간에 있는 도밍게즈의 설치 작품을 형성한다.

코라크리트

△코라크리트 아루나논드차이 작 '죽음을 위한 노래' 코라크리트 아루나논드차이의 작품 대부분은 유령이 역사적 구성과 사실적 현실 모두와 섬세하게 얽힌 이 '인식의 암흑'을 탐구하고 이야기한다. 한국에 방문해 인류학자 김성례와 만난 후, 아루나논드차이는 말소된 역사의 해결을 위해 구체화된 지식을 형성하는 집단 추모 의식을 지켜봤다. 아루나논드차이의 영상 속에서 김성래가 '애도 작업'이라고 표현한 추모 활동은 제주의 해양 생태계의 구전 지식과 풍습, 바다 양식의 영적 유산, 태국 민주화 운동의 의식적, 수행적 관습과 교차한다.

시셀 톨라스 작

△시셀 톨라스 작 'EQ_IQ_EQ' 후각에 기대어 세상을 관찰하는 냄새 연구가이자 작가이며 화학자인 시셀 톨라스의 작업은 개인과 공동체의 감정 지성을 탐색하고 분자 수준에서 지구와 조응하기 위해 후각에 집중해 여러 분야를 연결시킨다. 톨라스는 광주비엔날레를 위한 리서치 방문 기간 중 언어학자 백승주와 한국인의 감정 지성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서 수십 년간의 탄압으로 점철된 제주의 폭력 역사와 영적 유산을 연구했다. 70년간 매일 수기와 삽화로 자신의 삶을 기록해온 제주도민 양신하를 소개받은 톨라스는 언어와 기억, 감정 촉발 간의 이례적인 교환을 발견했다. 영화감독 좌성환의 도움으로, 양신하는 제주의 역사에 대한 매우 중요한 증언으로 여겨지는 그의 인생의 궤적, 즉 개인적인 동시에 공동체적인 트라우마의 연대기를 다시 읽고 기억하려 노력했다.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