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광장·이기언> 채식 확대로 학교급식 업그레이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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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광장·이기언> 채식 확대로 학교급식 업그레이드를
이기언 광주교육청 교육정책연구소 연구원·교육학박사
  • 입력 : 2021. 04.12(월) 12:45
  • 편집에디터
이기언 광주교육청 교육정책연구소 연구원·교육학박사
최근 막을 내린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난데없이 학교 '무상급식' 문제가 소환됐다. 일부 정치인들이 무상급식이 음식물 쓰레기 증가의 주범인 것처럼 표현하며 재검토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학교급식의 질 하락으로 음식물 쓰레기가 늘어나는 악순환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무상급식은 소수의 정치 논리로 좌지우지할 사안이 아니다. 무상급식은 차별없는 보편적 교육복지의 시작으로 학생들의 삶에 가장 밀접히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작년 코로나19로 학교교육이 원활하지 않을 때 학생과 학부모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밥 문제 해결'이었다. 매일 학교에서 제공되던 학교급식은 학생에게는 즐거움이자 행복이며, 학부모에게는 식사 준비의 부담을 덜어주고, 선생님에게는 급식지도를 통한 학생과 소통의 시간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학교가 문을 닫자 학교급식도 중단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균형 잡힌 영양 관리와 식생활 지도가 기본인 무상급식은 학생들에게 단순한 밥 한끼의 의미가 아니라 안정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며, 학부모들이 자녀의 식사 걱정 없이 학교를 신뢰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급식은 학교구성원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학교교육의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이에 학교에서 먹는 아이들의 밥은 교육의 일환으로 차별 없이 평등하게 제공되어야 한다는 기조 아래 전국에서 무상급식이 시행되고 있다.

광주광역시교육청은 2010년 초등학교 대상 무상급식을 시작으로 2019년 유‧초‧중‧고‧특수 전체 학교에 무상급식을 전면 확대하였다. 친환경 우수 식재료와 유전자 변형 없는 식재료 사용 확대로 더 건강하고 안전한 학교 급식을 제공함으로써 '보편적 교육복지'라는 가치를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매년 늘고 있는 음식물 쓰레기는 무상급식 전면 시행으로 인해 얻게 되는 무수히 많은 장점과 효용 가치들과는 별개로 면밀히 살펴보아야 할 문제이다. 광주광역시교육청 관내 전체 학교에서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는 2017년 1인당 24㎏에서 2019년 약 31㎏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이고, 처리 비용 또한 2017년 1인당 3000원에서 2019년 4500원으로 증가하였다. 기존 음식물 쓰레기는 가축사료로 사용되거나 학교에 설치된 음식물 처리기를 이용해 처리하였는데, 최근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 감염 차단을 위해 음식물 쓰레기 반출이 중단되면서 음식물 처리기에 의존하는 비율이 더욱 높아졌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를 위해 여러 대책을 강구하고 있으나 이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 아니다.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에서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의 대부분은 학생들에게 제공되었으나 섭취하지 않아 버려지는 채소류 위주의 '잔반'이다. 잔반을 줄이기 위해 가정에서는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균형 잡힌 식단을 통해 학생들의 편식 습관을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하다. 각급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다양한 식단을 구성하되, 학생들의 기호가 낮은 채소류는 새로운 조리법을 활용하거나 선호하는 메뉴에 곁들여 섭취량이 줄어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광주광역시교육청은 육식 위주 식습관을 가진 학생들의 건강과 환경을 위해 식물성 단백질‧채식 식단을 연구하고 있다. 채식 급식에 대한 인식 전환 자료를 개발하고, 채식을 지향하는 학생들의 건강권과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채식선택 급식 제도를 시범학교 대상으로 운영중이다. 학교 급식에서 잔반을 줄이는 것이, 학생들은 적절한 음식을 골고루 먹어 건강을 챙기고, 경제적 낭비 요인을 줄이며,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켜 친환경 학교를 만들어가는 가장 기본이 되는 활동임을 알아야 한다.

음식물 쓰레기 발생을 이유로 세계적으로도 모범이 되고 있는 무상급식 재검토를 운운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무상급식이야말로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복지라는 사회적 합의는 견고하다. 채식 섭취량을 늘리는 학교급식 업그레이드를 통해 학생의 건강을 지키고, 음식물 쓰레기 발생에 따른 사회적 손실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