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없이 희생된 이들에게 건네는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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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이름없이 희생된 이들에게 건네는 기도
하정웅미술관 오늘부터 '씨를 뿌리는 사람'||2012~2018년 하정웅 콜렉션 72점 공개||백남준, 야츠다 다카아기, 강봉규 등 15인 작품 전시
  • 입력 : 2021. 04.12(월) 16:26
  • 박상지 기자

백남준 작 '마샬 맥루한의 초상'. 광주시립미술관 제공

자수성가 한 재일교포 사업가 하정웅씨는 미술품 콜렉터로도 잘 알려져있다. 그가 평생에 걸쳐 수집한 미술작품 1만여점은 당초 일본 타자와 호수 옆에 '기도의 미술관'을 건립해 선보일 계획이었지만 미술관 건립이 무산되면서 광주시립미술관을 비롯해 영암, 부산, 대전, 전북 등에 기증됐다. 하씨가 '기도의 미술관' 건립 장소로 일본 타자와 호수 인근을 선택했던것은 그의 고향이기 전에 장소의 아픈 역사성에서 비롯됐다. 타자와 호수는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인을 비롯한 수많은 노동자들이 발전소 건립에 강제징용돼 목숨을 잃었던 곳으로 하씨는 그곳에 '기도의 미술관'을 세워 아픈 역사를 치유하고 희생자들을 위로하고자 했다. 광주시립미술관 개관 직후인 1993년을 시작으로 2018년까지 2600여 점의 소장품을 광주에 기증한 것도 광주의 아픔과 무관하지 않다. 평생 그가 가슴깊이 간직했던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 평화가 1980년 5월 광주정신에 맞닿아 있기 때문이었다. 하씨는 강제징용과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의미를 더욱 확장해 그의 콜렉션을 통해 세계 인류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해주고자 했다.

역사 속에서 이름없이 희생되고 학대받은 이들을 위한 위로와 치유를 담은 하정웅씨의 콜렉션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에 마련된다. 13일부터 7월11일까지 하정웅미술관에서는 2012-2018 하정웅콜렉션 '씨를 뿌리는 사람'전이 개최된다.

하정웅콜렉션 특선전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하 명예관장이 광주시립미술관에 2012년부터 2018년까지 기증한 대표작 70여점을 감상할 수 있다. 하 명예관장은 1993년을 시작으로 1999년, 2003년, 2010년 네차례에 걸쳐 2222점의 작품을 광주시립미술관에 기증했으며, 이후 2012년부터 2018년에 이르기까지 5차로 381점을 기증, 총 2603점의 작품을 광주시립미술관이 소장중이다.

이번 전시에는 오병학, 이국자, 고삼권, 이우환, 문승근, 강경자, 김영숙, 김인숙 등 재일작가의 작품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강봉규, 강철수, 박병희 등 국내작가와 미국에서 활동했던 백남준, 김규태, 베트남의 레바당, 일본의 야츠다 다카아기와 야츠다 유리코 등의 작가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하정웅콜렉션은 '기도'의 의미를 담고있다. 평화의 기도이자 마음의 평안을 바라는 기도이며, 희생된 사람들이나 학대받은 사람들, 사회적 약자, 역사 속에서 이름도 없이 고통 받고 희생된 사람들을 위한 위로와 치유의 기도이다. '씨를 뿌리는 사람'은 이번 전시작품인 야츠다 다카아이와 야츠다 유리코의 작품 제목이기도 하다.

전승보 광주시립미술관장은 "이번 하정웅컬렉션 전시와 함께 개인의 인권과 인류의 평화를 위한 하정웅컬렉션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 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농부가 수확을 고대하는 마음으로 정성껏 씨앗을 뿌리듯 컬렉션의 그 의미와 뜻이 널리 전파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야쓰다 다카아기, 야쓰다 유리코 작 '씨를 뿌리는 사람'. 광주시립미술관 제공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