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규 진이찬방 식품연구센터 센터장 |
봄이 오고나면 농촌은 점점 바빠지기 시작한다. 농사일을 준비하는 일이 매년 반복되지만 예년과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그만큼 농사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작년 가을에는 필자의 마을에 1가구가 귀촌하여 터전을 잡았다. 평소 동네 사람들은 귀촌을 반기고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한편으로 간섭하기도 비교적 좋아하는 편이다. 귀촌한 사람이 밭에 유실수를 심으려고 동네사람에게 물으면 품목을 정하는데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사람은 단감 중에서 태추를 심어야 한다고 고집하고 다른 사람은 일반 단감을 심어야 소득이 높다고 주장한다. 또 어떤 사람은 단감보다는 대추가 전망이 좋으니 대추나무를 심으라고 권한다. 나무 종류를 정하고 밭에 심을 때도 줄을 띄우고 간격을 맞추는데 2미터 간격으로 해야 할 지 3미터 간격으로 해야 할지에 대해 저마다 주장이 다르다. 이런 경우 귀촌한 사람은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 중 누구 말을 들어야 할지 난감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필자가 나서서 나무심는 요령에 대해 교통정리를 할 때도 있다.
밭농사는 사람 손이 많이 가는 편이다. 기계화보다는 사람 손에 의지하는 작물이 대부분이라서 귀농·귀촌 후 밭농사를 위주로 하려면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인건비와 기타 경비, 수확량과 판매량에 대한 수요예측 등 세세한 부분까지 검토해야 한다. 논농사는 모판이 자라면 이양기로 모를 심고나서 적당한 비료와 농약을 살포하고 물관리만 잘해도 수확이 가능하다. 가을에 벼를 수확하여 농협공판장에 판매하면 모든 절차가 끝나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 손이 많이 가는 밭농사보다는 기계화가 잘 되어 있는 논농사로 시작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유실수의 경우는 과일을 수확하기 까지 시간이 걸리고 시행착오가 많아서 힘든 과정을 겪게 되는 경우가 많다.
농촌의 또 다른 문제는 농사일이 한창인 농번기 때에 일손을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인건비가 도시와 다를 바 없지만 제때에 사람을 구하지 못해 파종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람 손이 많이 가는 작물보다는 역시나 기계화로 수확이 가능한 품목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농작물에는 기후 조건이 절대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가 너무 많이 내리거나 반대로 가물어도 모두 농사일이 힘들어진다. 수확기에 태풍이라도 오면 과일 농사는 망쳐버리게 된다. 특히 요즘에는 기후 변화를 예측할 수 없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농사일에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귀농·귀촌자가 기후 변화와 달라진 농촌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최소 1년 이상의 농촌 체험 학습이 효과적이다.
귀농·귀촌을 결정할 때 또다른 중요한 부분이 바로 건강이다. 귀촌을 결정하기 전에 우선 종합건강진단을 받아보고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경우에 귀촌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열정을 갖고 농사일을 할 때 갑자기 몸이 아프게 되면 모든 일이 꼬여버린다. 건강할 때는 농사일을 거들고 직접 작물을 재배할 수 있지만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이라도 하면 한번 망친 농사를 복구할 수 없어진다. 농촌 환경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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