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오염수 방류… 수산업계에 내리는 사형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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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방사능 오염수 방류… 수산업계에 내리는 사형선고
남광주시장 가보니|| 전남 지역 어업생산량 57% 1위 ||해류 특성상 남해안 피해 없지만||소비자들 불안감이 소비 감소로
  • 입력 : 2021. 04.19(월) 17:14
  • 도선인 기자
매일 새벽 고흥, 보성, 완도 등 서남해안에서 잡은 해산물들이 들어오는 남광주시장.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에 19일 광주 최대 수산물시장인 남광주시장 상인들도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였다.
"일본산 수산물은 아예 취급을 안 해요.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방사능에 오염됐다는 이미지 때문에 손님들이 싫어하고 사가지도 않거든요. 그런데 바다에 원전 오염수를 방류한다니…. 국내산 수산물도 모두 오염시킬 일 있어요?"

매일 새벽 고흥, 보성, 완도 등 서남해안에서 잡은 해산물들이 들어오는 광주 최대 수산물시장인 남광주시장.

이곳 상인들은 최근 일본 정부가 발표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2년 뒤부터 30년에 거쳐 방류하겠다'는 결정에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남광주시장에서 10년째 꼬막, 낙지, 오징어, 고등어 등 국내산 수산물을 취급하고 있는 김덕(49) 씨는 최근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출하기로 하겠다는 발표에 분노서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김 씨는 "오염수 방류 소식 때문인지 몰라도 부쩍 일본산이냐고 확인하는 손님들이 많아졌다"며 "질 좋은 국내산 해산물을 모두 일본산으로 전락 시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남광주시장에서 수산물 코너를 운영하는 이재훈(56) 씨는 "몸 생각해서 일본산 먹거리는 안 먹으려고 하는데,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게 되면 업계 매출은 반 토막이 될 것"이라며 "수산업계에 내리는 사형선고와 같다"고 우려했다.

'황제전복'을 운영하는 김석(41) 씨도 "전적으로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반대한다. 물이란 것이 결국 돌고 돌아 대한민국 해안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며 "10년 전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했을 때도 수산업계가 크게 동요했다. 일본에서 일어난 사고를 왜 한국까지 책임져야 하는지 도통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호준 남광주시장상인회 매니저는 "코로나 환자들도 전대병원, 조대병원으로 오고 확진자도 터지면서 지리적으로 바로 앞에 있는 남광주시장 매출 타격이 컸다"며 "남광주시장은 수산물 취급하는 점포가 많은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상인들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누가 방사능 오염물질이 닿은 해산물을 먹으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비상이 걸린 곳은 남광주시장뿐 만이 아니다. 전남도에 따르면, 전남에서 어업종사자 인구는 4만2060명으로 전국 어업종사자 인구에서 36.9%를 차지하고 있다. 또 전남은 국내 총 어업생산량의 57%, 생산금액은 40%에 육박할 정도로 전국에서 가장 큰 어업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전남지역 어민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안겨 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특히 해류의 특성상 오염수가 남해안으로 직접 들어오지 않더라도, 국내산 수산물도 방사능에 오염될 수 있다는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소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장마리 그린피스 한국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후쿠시마 대학교에서 발표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원전사고 1년 만에 우리나라 동해의 세슘 농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가 말한 125만t의 오염수는 지난 10년간 만들어진 양에 불과하다. 후쿠시마 원전은 현재 운영되지 않지만, 남아있는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지금도 냉각수를 쏟아부어 매일 140t 이상의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며 "오염수 안에는 64개종의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 있다. 이중 '탄소14'의 경우 반감기가 5730년에 달한다. 결국, 30년은 시작일 뿐 수 세기에 방사성 저장고가 된 바다를 미대 세대에 물려주는 꼴이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결정은 엄연히 해양국제법에 위반된다. 한국 정부가 대응하지 않는다면 오염수 방류는 현실화된다"며 "방류가 정당화되면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의 해제를 위한 WTO 제소에 돌입할 것이다. 후쿠시마 수산물의 수입 재개는 먹거리 안전에 위협이 될 뿐 아니라 수산물 기피 현상을 초래해 한국 수산업 전반에도 피해를 미칠 수 있다. 오염수 방류 피해를 주변국에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