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이 품은 두 호텔의 새로운 운명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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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칼럼
무등산이 품은 두 호텔의 새로운 운명은 ?
  • 입력 : 2021. 04.25(일) 17:38
  • 이기수 기자
이기수 사진
대한민국 도시 주요 도로 사거리마다 이름이 부여돼 있다. 광주광역시 계림초등학교 정문 인근 사거리 명칭은 '산장 입구 사거리'다. 언젠가 그곳을 지나며 교통표지판을 발견하고 아직도 저 이름이 있네라고 신기하듯 바라본 적이 있었다.속으론 '광주에 살고 있는 40대 이하 연령대에서 산장을 알고 있는 이는 얼마나 될까'라고 되내이면서.

이런 생각의 저변엔 산장이 시쳇말로 한물갔고 사람이 찾지 않는 곳이 되었기 때문이다. 산장은 '무등산산장호텔'을 줄여부른 광주시민의 애칭이다. 원래 이름은 무등산관광호텔이다.  무등산관광호텔은 정부 주도로 지어졌다. 교통부는 1959년 광복 후 처음으로 국내 명승지에 관광호텔 건립 계획을 세우고 설악산·서귀포·무등산을 첫번째 후보지로 선정했다. 그해 4월 25일 김일환 당시 교통부장관이 무등산을 답사하고 원효계곡 일대 0.16㎢를 관광지로 지정했다. 이는 당시 광주상공회의소 박인천(1901~1984) 회장 주도로 구성된 무등산개발추진위원회의 건의에 따라 이뤄진 것. 이후 1959년 5월 19일 순천철도국의 경쟁 입찰에서 1910만원에 낙찰을 받아 10개의 객실과 연회장, 식당 등 부대시설을 갖춘 산장식호텔로 건립됐다. 교통부는 1959년 7월 준공된 무등산관광호텔의 경영을 광주시에 위탁했다가 국제관광공사가 발족되면서 이 곳에 운영권이 넘어갔다. 이후 1966년 3월 옛 전남일보(1980년 전두환 정권시절 전남매일과 통폐합으로 탄생한 광주일보 전신)사가 인수한뒤 시설 개보수를 통해 운영했는데 1970년대까지 신혼여행 장소로 인기를 끌었다. 이승만 정권이 관광산업을 육성하려고 세운 첫 지방 관광호텔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1981년 12월 지산유원지 입구에 신양파크호텔을 비롯해 시내에 시설이 좋은 숙박시설이 들어서면서 산장호텔의 이용객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한때는 개인에게 임대돼 닭요리 전문점이 들어섰지만 환경오염을 이유로 식당 영업마저 막혀 10여년간 방치됐다.이후 1999년 호텔 땅주인인 원효사에 운영권이 양도됐다. 현재 이 곳은 원효사가 시설을 리모델링해 명상 휴식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광주시민들에게 잊혀진 존재였던 산장호텔은 지난해 3월 문화재청이 관광사적으로나 근대사적으로나 가치가 크다며 등록문화재 제776호'광주 구 무등산관광호텔'로 지정하면서 위상이 달라지게 됐다. 비슷한 시기에 지은 제주 서귀포관광호텔(1959년 8월), 설악산관광호텔(1959년 10월)은 일찌감치 개발 바람 속에 사라져버려 더욱 보존가치가 있는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더욱이 1980년 5월17일 비상계엄 전국확대로 예비검속이 시작되자 박관현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 등이 외딴 이곳으로 피신해 대책을 논의한 5·18 역사공간인 점도 문화재 가치를 뛰어넘고 있는 요인이다. 광주광역시 북구청은 건축물 정밀 안전진단과 실측을 통한 기록화사업을 통해 이 곳을 보존 관리할 계획이다.

 문화재청이 '구 무등산관광호텔'로 고시하는 바람에 시민들이 1991년 무등산온천관광호텔로 설립된 뒤 부도로 세번째 소유주가 2003년 호텔무등파크로 재개장한 호텔과 혼동케 만드는 요인이 되었음을 참고로 알려드린다.

 산장호텔처럼 새로운 운명을 맞은 무등산이 품은 또 하나의 호텔이 있다. 신양파크호텔이다. 1981년 12월 무등산 자락인 지산유원지 입구에 지어진 신양파크호텔은 3성급 특급호텔로 1990년후반까지 광주의 대표적 호텔로 명성을 이어가다 2019년 수익성 악화 등으로 영업을 중단했다. 이후 업체 측이 호텔부지를 포함해 2만5800㎡에 지하 3층 지상 4층 6개 동 80여 세대의 고급 빌라 신축을 추진하자 무등산보호단체협의화와 시민사회단체 등이 '무등산 난개발 방지를 위한 민관정학 협의회'를 구성해 반발하자 광주시가 호텔부지 매입을 통한 공공 방식 개발을 결정했다. 광주의 상징인 무등산 환경 훼손을 막기 위해 광주구성원이 하나가 된 셈이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지난 2월 22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옛 신양파크호텔 부지 공유화 범시민 운동에 적극 앞장서겠다"며 "시가 부지를 매입하고 시민들과 충분히 소통해 활용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150억원 이상의 시비를 들여 호텔 부지를 매입한 뒤 어떻게 할 것인가가 진짜 문제다. 부지 활용방안으로 무등산 지질공원 안내소, 생태학습장, 소공원, 역사관, 유스호스텔 등이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다.언급한 두 호텔 모두 무등산보호와 떼어놓고 생각할수 없다. 산장호텔은 무등산 심층부에 있고 문화재로 등록된만큼 체계적 보존 관리는 기본이고 시민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되어야 한다. 신양파크호텔도 무등산 자락 난개발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시민의 뜻을 수용해 광주시가 부지를 매입키로 한 것이다."광주의 어머니이자 진산(鎭山)을 난개발로부터 지켜내고 공익적 가치를 높여 후손에게 온전히 물려주는 것은 시대적 소명"이라고 강조한 이용섭 시장의 담화문속에 두 호텔 활용 방안의 방향은 담겨있다고 본다.

 시민의 공감대가 어떻게 형성될 지 모르겠지만 신양파크 호텔은 리모델링후 활용하는 방안으로 의견이 모아질 가능성이 높다.시민이 활용토록 하려면 운영비가 많이 든다. 우선 건축물 구조안전진단을 거쳐 리모델링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또한 시설 운영주체도 결정돼야 한다. 산장호텔의 경우 소유주인 원효사가 직접 운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문화재 성격상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운영도 적절치 않다고 보여서다. 시민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 결정되겠지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신양파크 호텔 활용 방안이 정해져 운영 주체가 있어야 한다면 전문가들이 반드시 참여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법인 설립이 여의치 않다면 2000년 50여개 광주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해 설립된 무등산공유화재단이 위탁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는 무등산 공유화 운동을 재점화시킬 수 있는 전기라고 판단되어서다. 신양파크호텔과 산장호텔을 연관 콘텐츠로 묶어서 시민대상 사업과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민관정협의회가 이와 관련 시민대토론회를 마련할 예정이다. 시민들의 훌륭한 아이디어들이 모아지기를 기대한다. 이기수 수석논설위원



이기수 기자 kisoo.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