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팅게일 꿈꿨는데… 무너진 목포 간호조무사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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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팅게일 꿈꿨는데… 무너진 목포 간호조무사의 꿈
악몽의 2개월…“재취업 걱정” ||목포경찰 “동료 폭행혐의 조사” ||목포시 “병원 행정명령 검토”
  • 입력 : 2021. 05.02(일) 15:31
  • 목포=정기찬 기자
목포 한 안과병원 신입 간호조무사에 대한 동료들의 괴롭힘, 일명 '태움' 악습이 발생한 것을 놓고 지역사회에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지역민들은 선배 간호사들의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가혹행위, 폭언 등으로 2개월 만에 직장을 그만 둔 새내기 간호사의 아픔에 공감하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본보 '신입 간호조무사 병원 내 태움 파장…첫 직장의 악몽'(4월29일 4면) 보도 직후 목포경찰은 가해자로 지목된 선배 직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목포시도 수사 결과에 따라 해당 병원에 대한 행정처분 등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직장 내 갑질 피해를 입은 A(30·여)씨는 대학 졸업 후 당초 다른 분야 취업을 생각했으나 아픈 이를 돌보는 간호조무사의 길을 걷기 위해 다소 늦은 나이에 공부를 다시 시작해 1년6개월 만에 간호조무사 자격을 취득했다. 어렵사리 입사한 첫 직장생활이었지만 선배 직원들의 텃세에 병원 생활은 "하루하루가 악몽 같았다"고 A씨는 울먹였다.

A씨는 "동료 직원들에게 인사를 건네도 받아주지 않고 오히려 반말을 하며 따돌렸다. 일찍 출근해 업무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했지만, 사소한 실수를 할 때마다 잦은 폭언과 폭행이 이어졌다"며 "1년6개월간 공부해 취업했지만 간호조무사의 꿈을 이뤘다는 부푼 감정은 이내 사라지고 방송에서나 접했던 혹독한 직장 내 텃세를 처음으로 경험하게 됐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27일 간호조무사 C씨로부터 주사를 맞고 의식을 잃었던 당시 병원 측의 허술한 대처에 대해서도 분통을 터트렸다.

A씨는 "폭언, 폭행을 일삼았던 C씨가 '바지를 내리라'고 지시해 어쩔 수 없이 주사를 맞았다. 식은땀과 구토 증상, 어지럼증이 지속됐으나 병원에서는 구급차가 아닌 직원 차량으로 한국병원 응급실로 이동해 링거를 맞으며 약물 해독 처치를 받았는데 '죽을 수도 있겠구나'하는 공포심을 느꼈다"고 했다.

이날 사고로 인해 A씨의 모습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A씨는"평소 활달한 성격인데 '그날 주사 맞고 죽었어야 하는 사람이었는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존감이 떨어졌다. 다른사람과 대화할 때도 어떤 의도로 말을 거는 건지 의심부터 들었고 깊은 잠을 잘 수 조차 없었다. 정신과 진료도 고려하고 있지만 향후 재취업 시 지장이 있을까봐 그게 걱정된다"고 말했다.

현재 A씨는 잦은 폭언과 폭행을 한 B씨와 약물 주사한 C씨에 대한 강력처벌을 호소하고 있다.

A씨는 "가해자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기다렸으나 연락이 없어 5개여월이 지나서야 고소장을 접수하기로 결심했다. B씨는 3개월 전 해당 병원을 퇴사했지만 C씨는 근무 중이며 병원 측도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종 수사결과에 따르겠다는 말만 하고 있다"며 "직장 내 폭력, 따돌림을 자행한 가해자들이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어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엄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목포경찰은 B씨를 폭행혐의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C씨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지난 달 15일 검찰송치 했으나 주사투약 시 주의 의무 이행 여부 확인을 위해 보완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목포경찰 관계자는 "4월 초 접수된 고소 사실을 토대로 추가 증거 확보를 위해 병원 CCTV(폐쇄회로) 기록 확보와 병원 관계자를 상대로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철저히 조사해 처벌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목포시는 수사결과를 지켜본 뒤 해당 병원에 대해 행정명령 등 다양한 조치를 검토 중이다.

목포시보건소 관계자는 "의료법에 따라 수사가 종결된 후 결과에 따라 해당 병원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수도 있다"며 "의료행위 및 안전관리 주의를 요구하는 행정명령을 계획 중이다"고 말했다.

목포=정기찬 기자 gc.j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