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추기경 장례미사 봉헌…운구차 움직이자 추모객들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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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정진석 추기경 장례미사 봉헌…운구차 움직이자 추모객들 눈물
  • 입력 : 2021. 05.01(토) 17:09
  • 뉴시스
정진석 추기경의 장례미사가 1일 오전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됐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한국 주교단이 공동 집전했다. 성당 앞에 삼나무로 짠 정 추기경의 관이 놓였다. 일체의 장식 없이 직접 만든 문장만 새겼고, 성경책이 올려졌다.

염 추기경은 강론에서 "정 추기경을 우리에게 보내주신 하느님의 크신 사랑에 감사하다. 교회의 큰 사제이자 우리 사회의 큰 어른을 떠나보낸다는 것이 참 슬프고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김수환 추기경님께서 돌아가셨을 때 '이제 의지하고 기댈 분이 없어 참 허전하다'고 하시던 정 추기경님의 말씀을 저도 깊이 더 실감하게 된다"면서 "저도 마음으로 정 추기경님을 많이 의지했던 것 같다. 힘들고 어려울 때 찾아뵙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했다"고 돌아봤다.

앞서 지난달 27일 밤 선종미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김수환 추기경님이 아버지같은 분이시라면 정진석 추기경님은 우리 교회와 사제들에게 어머니가 같은 분이셨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 추기경님은 겉으로 보이는 근엄하고 박력있는 모습 이면에 가까이 지내보면 부드럽고 온유하며 넓은 아량과 많은 사랑을 지니신 분"이라면서 "정 추기경님께서는 당신의 사목표어인 '모든 이에게 모든 것', '옴니부스 옴니아' 처럼 인생을 사셨다"고 전했다.

또 "정 추기경님은 진정한 행복에 대해서 늘 강조하셨고 마지막 말씀에서도 행복하게 사는 것은 하느님의 뜻이라고 하셨다"면서 "모든 것을 버릴 때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역사를 우리에게 당신의 삶으로 보여 주셨고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이고 하느님의 뜻인지 분명히 알려주셨다"고 강조했다.

염 추기경은 정 추기경과 생전 추억에 대해 언급할 땐, 복받쳐 오르는 감정에 잠시 말문을 잃고 잠시 울먹이기도 했다.

이와 함께 염 추기경은 생전 교회법 분야의 선구자로 정진석 추기경의 업적도 짚었다. 라틴어로 된 교회법전을 아시아에서 최초로 우리말로 번역해냈기 때문이다. 염 추기경은 "한국교회 역사의 큰 획"이라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 교황청 추기경단 수석 추기경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 등 교황청 주요 인사들은 염 추기경에게 정 추기경을 애도하는 서한을 보냈다.

교황은 미사에 참석한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가 대독한 애도 서한에서 "전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의 선종 소식을 듣고 깊은 슬픔을 느꼈다"고 했다.

장례미사 후반에는 정 추기경의 생전 모습 등이 담긴 영상이 상영됐다. 신자들은 눈시울을 붉힌 채 영상을 가만히 바라봤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이용훈 마티아 주교를 비롯 고인과 생전과 인연을 맺었던 이들의 고별사도 이어졌다.

추모식과 고별식을 마지막으로 약 2시간에 걸친 미사 장례가 끝이 났다. 이후 성당에서 정 추기경의 시신이 안치된 관이 빠져나오자 추모객들이 운구차 주변으로 모였다.

이날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장례 미사에는 명동성당 전체 좌석 수의 20% 수준인 230명만 참석했다. 이에 따라 상당수 추모객이 성당 밖에서 정 추기경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봤다. 10도 안팎의 쌀쌀한 온도에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추모객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조종(弔鐘)을 신호로 운구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훌쩍이던 추모객들의 울음 소리가 돌연 커졌다. 운구차의 뒷모습을 보고 손을 흔드는 추모객들도 눈에 띄었다. 이내 운구차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지만, 추모객들은 한동안 자리에 서 있었다.

이날 서울대교구에 따르면, 지난달 28~30일 정 추기경 빈소를 찾은 조문객은 총 4만6636명으로 집계됐다. 28일 1만360명, 29일 2만827명, 30일 1만5449명이다. 장례 기간 비가 내리고,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가 적용됐음에도 많은 조문객이 정 추기경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켰다.

정 추기경은 김수환 추기경과 김옥균 주교 옆 자리에 안장된다. 정 추기경의 묘비명은 그의 사목 표어였던 '모든 이에게 모든 것'으로 정해졌다.

뉴시스 newsis@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