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33-2> "취직 꿈꿨는데… 도전조차 못하는 현실 암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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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33-2> "취직 꿈꿨는데… 도전조차 못하는 현실 암담"
청년들이 털어놓은 암담한 삶||졸업까지 미뤘지만 여전한 취업난||오랜 구직활동에 경제적 어려움도||열악한 지역상황에 서울로서울로||좌절감 무기력함에 지친 나날들
  • 입력 : 2021. 05.09(일) 17:29
  • 김은지 기자
채용정보판. 뉴시스
바늘구멍 같은 취업의 문, 그마저도 기회가 사라졌다. 사회진출은커녕 졸업까지 미뤘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암담한 현실에 한숨만 나올 뿐이다.

광주 한 대학 교정에서 만남 김모(24)씨, 한숨부터 내 쉰다. 그는 여전히 대학생 신분이다. 애초 지난 2월 졸업 후 취업현장으로 뛰어들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계획을 바꿔야 했다. 그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은 '졸업유예', 혹여 졸업 후 공백이 추후 채용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까 하는 걱정에서다.

암담한 현실도 그가 졸업유예를 선택한 이유다. 그의 전공은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항공 관련 학과다. 항공산업은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본 산업 분야이기도 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전 세계 공항이 문을 닫았다. 국제선 운항이 중단되면서 대형 항공사는 물론 저비용항공사까지 경영난에 빠졌다. 신규채용은커녕 다니던 직원까지 정리해고하는 최악의 상황이 이어졌다.

김씨는 "코로나19로 수년간 바랐던 꿈에 도전조차 못 해본다는 현실이 그저 막막하고 원망스럽다"며 한숨 지었다. 그는 "사실 승무원 채용에서 나이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편인데, 코로나19가 끝날 때쯤이면 나도 적지 않은 나이일 텐데 하루하루가 불안하기만 하다"고도 했다.

이한결(27)씨의 삶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고향인 광주를 떠나 서울권 대학을 다녔던 이씨는 졸업 3년 차다. 그동안 50여 차례 기업 문을 두드렸지만, 돌아오는 것은 탈락을 알리는 문자뿐이었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채용기회도 그만큼 줄어든 현실이 암담할 뿐이다.

최근에 그는 광주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다. 이씨는 "서울 집값은 터무니없이 비싼데 부모님께 계속 월세를 받기도 염치가 없어 다시 광주로 내려왔다"고 했다.

이씨는 "아무래도 취업 준비를 하려면 여러모로 서울에 있는 편이 유리하겠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불안감도 커졌다"며 "이 사태가 끝나기 전까지는 취업하기가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그는 애초 생각했던 진로를 바꿨다. 이씨는 "코로나19로 이미 사기업에 들어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은 접은 지 오래다"고 했다. 그는 "얼마 전 대학 동기가 정규직 전환 계약직으로 대기업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었는데 코로나19로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서 정규직 전환이 무산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그 소식을 듣고 공무원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고 말했다.

한국음악을 전공한 김정연(25)씨의 상황도 여의치 않다. 그는 "평생 음악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왔지만, 코로나19 이후로 처음으로 '이 길을 계속 고집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코로나19로 졸업연주회도 미루다 미루다 겨우 할 수 있었는데, 이제 어떤 공연장에서 연주를 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했다.

김씨는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분야 중 하나가 문화 쪽이다. 원래부터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 친구들끼리도 경쟁했어야 했는데, 이제는 정말 한 자리에 700명 정도가 붙으니 천재가 아닌 이상 어려운 게 현실이다"고 한숨 지었다.

그는 요즘 한푼이라도 벌기 위해 개인 교습 등으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광주의 한 대학에서 응급구조학을 전공한 박모(27)씨는 매월 한두차례 서울에 가는 것이 일상이 됐다. 지난 2월부터 3개월째 이어지는 서울행이다. 지역은 서울보다 취업할 병원도 한정적이고, 채용인원도 많지 않아서다. 박씨는 "광주에서는 전문성이 있다고 한들 취업하기 힘들다. 물론 서울로 가면 몸도 마음도 광주에 있는 것보다 편치 않을 것이라는 걸 안다. 그렇지만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 좋은 자리를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임모(31)씨는 코로나19로 어려워진 회사 사정으로 일자리를 그만둬야 했다. 그래도 다시 취업을 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은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과 달랐고, 는 여전히 일자리를 찾고 있다.

임씨는 "경력직에다가 관련 자격증도 적잖은 편이라 금방 재취업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며 "수년 전에 했던 '취준생' 생활을 이렇게 다시 하게 되니 심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너무 지친다. 지난해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회사를 그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은지 기자 eunzy@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