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어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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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유령 어업
박성원 편집국장
  • 입력 : 2021. 05.16(일) 17:46
  • 박성원 기자 swpark@jnilbo.com
박성원 편집국장
언젠가부터 '유령 어업'이란 말을 자주 듣게 됐다. 실제 유령이 물고기를 잡는 것은 아니고, 바다에 버려진 그물, 통발, 밧줄 등의 폐어구에 바다생물이 걸려 죽는 현상을 말한다.

어부들이 바다에 버리거나 태풍 등으로 유실된 폐그물, 폐통발은 해양생물의 목숨을 위협한다. 이들 폐어구는 나일론, 폴리에틸렌 등 합성섬유로 제작돼 오랜 기간 해양 쓰레기로 남아 해양 환경 및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썩지 않고 떠다니는 폐어구에 물고기가 걸렸다가 빠져나오지 못해 죽게 되고, 이 죽은 물고기는 또 다른 물고기의 미끼가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매년 증가하는 해양쓰레기와 함께 유령 어업으로 인한 피해도 커지고 있다. 비다 속에서 소리 없이 물고기를 죽이는 각종 폐어구 탓에 어족자원이 크게 줄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유령 어업으로 인해 연간 어획량이 10%씩 감소하고 3800억원의 수산업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유령 어업은 인간의 안전에도 심각한 위협을 초래한다. 폐그물, 로프 등 폐어구로 인한 선박 부유물 감김 사고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총 2038건 발생했다. 이는 기관 손상 사고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것이다. 지난 2019년 5월 부안 위도 해상에서 7.9톤급 어선 '덕진호'가 전복돼 3명이 숨진 사고 역시 선박의 스크루에 걸린 폐밧줄이 원인이었다.

유령 어업에 의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개발된 것이 감자나 옥수수를 첨가한 전분 등으로 만든 '생분해성 그물'이다. 이 그물은 나일론·폴리에틸렌 등 합성섬유로 만들어져 바다에 유실될 경우 자연 분해기간이 300년 이상이었던 기존 어구와 달리, 2년이 지나면 바닷속 미생물 등에 의해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된다.

생분해성 그물이 널리 사용되면 폐어구 발생이 줄어 어족자원 감소를 막고 해양환경 보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나일론 어구보다 3배가량 비싼 가격이 보급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해수부가 나서 나일론 그물을 생분해성 그물로 대체하는 어가에 차액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충분치 않다. 해양쓰레기 발생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해양사고를 방지하며 깨끗한 바다를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는 강력한 행·재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생분해성 어구 보급 확대를 위한 예산 확대와 지원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박성원 기자 swpark@jnilbo.com sungwo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