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35-2> 공급과잉에 불법양식까지… '무너진 전복 신화'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일주이슈
일주이슈 35-2> 공급과잉에 불법양식까지… '무너진 전복 신화'
노화 앞바다 양식장 포화 시름||해마다 추락 거듭하는 전복값||손도 못대는 불법 양식장 난립||수출길 막히고 집단 출하 경쟁
  • 입력 : 2021. 05.30(일) 18:23
  • 김진영 기자
청년들이 돌아왔던 완도의 '전복 신화'가 무너지고 있다. 무분별한 양식장 허가로 과잉 생산에 따른 가격 폭락이 수년째 반복되면서다. "전복이 돈이 된다"는 말에 완도 앞바다에 불법양식장도 전체면적의 30%를 차지할 정도이다. 천문학적인 철거비용에 손도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소비량 감소, 수출 저조로 이어지면서 완도 대표특산물이자 주산지라는 명성마저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억대 어가 수두룩…한때 부농 유명세

'전복 주산지'인 완도 노화는 한때 '부농'을 일궈 유명세를 탔다. 억대 어가가 넘쳐나면서 심각한 고령화 문제로 골치를 앓던 마을에 젊은 어업인이 늘어나기도 했다. 출산율 증가로 보육시설, 유치원 등이 새롭게 생겨났고, 다양한 문화시설 뿐아니라 부농들이 많다보니 섬에 골프연습장까지 생겨날 정도 였다.

하지만 완도 전복의 '황금시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계속되는 전복 가격하락은 어가소득 하락으로 이어졌다. 완도 전복이 제가격을 받았던 지난 2013년 억대 어가수가 전남도내에서 가장많은 686명(30%)에 달했다. 하지만 가격하락으로 지난 2019년 현재 581어가(24%)로 100어가가 감소했다. 몰락한 전복 자리를 김, 미역, 다시마 등 다양한 해조류가 꿰찬 것을 감안하면 전복 억대 어가수 감소폭은 더 클 것이란 전망이다.

● 전복 역대 최저치 폭락

국내 전복의 70% 이상을 생산하는 완도의 산지 가격이 해마다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전복 가격은 1㎏(10마리) 기준으로 2014년 5만3236원이었으나 2015년 4만4750원, 2016년 3만9451원, 2017년 4만1800원, 2018년 3만4430원, 2019년 3만6100원, 2020년 3만5000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3만2000원대에 불과하다.

지속된 가격 하락에도 지난 10년간 전복 생산량이 줄지 않고 있다.

전복 해상가두리 시설량은 2008년 36만 칸에서 2020년 기준 약 110만 칸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복 생산량 역시 6000톤에서 1만4411톤으로 2배 넘게 늘었다.

폐사율이 낮아진 것도 생산량 증가에 한몫했다. 2014년 약 70% 가까이 폐사하던 것에서 올해의 경우 30%로 줄었다. 칸당 입식 마릿수를 줄이는 등 양식 어민들의 노력으로 전복의 폐사가 대폭 줄어들었지만, 이는 생산량 증가로 이어져 가격이 내려가는 원인이 됐다.

난립한 불법 양식장도 골치다. 완도 전체 양식장 110만 칸 중 30%에 달하는 31만70여 칸이 불법 양식장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철거에 드는 막대한 비용 탓에 불법양식장 철거 실적은 전무한 실정이다.

완도군 관계자는 "불법 양식장의 경우 행정 대집행 실시 후 소유주에게 비용을 청구하도록 돼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양식장의 주인이 누구인지 밝혀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결국 군에서 대형 바지선을 동원해 시설물을 걷어내고 폐기물을 처리하는 등 한 번 출동 시마다 3000만원에 달하는 비용이 소요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막대한 예산 부담으로 결국 자진 철거를 유도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유통망 기형적 구조…하락 부추겨

2000년 초반 '전복 파동'으로 가격하락을 경험했던 완도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완도전복주식회사 등 유통회사 3곳을 유치, 설립해 판로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6월부터 고온, 장마에 이어 태풍 등의 영향으로 전복 폐사가 증가하자 전복 어가들이 한꺼번에 출하하고 있다. 유통회사들도 쏟아지는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할인경쟁에 나서고 있다. 기형적인 유통구조가 가격하락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수산경영인완도군연합회 김동수 회장은 "6월 이후 전복의 폐사가 속출하면서 5월 이전에 어가들은 눈물의 출하를 하고 있다"며 "결국 3~5월까지 두 달간 대부분 양식 어가에서 한꺼번에 전복을 출하하면서 가격 폭락이 이어진다"고 했다.

한꺼번에 출하하다 보니 전복 시장 가격이 산지 가격보다 더 싼 기현상도 벌어진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전복 산지 가격은 1㎏(10마리)당 3만4100원이었으나, 하남 활어시장의 전복 도매가격은 3만2500원, 인천 활어시장의 경우 3만4000원으로 나타났다.

완도군 관계자는 "완도군에서는 전복 출하 가격 안정과 덤 문화 개선을 위해 전복 생산·유통단체와 업무협약을 체결, 공정한 전복 거래 실천 운동을 펼치고 있지만, 동시 출하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출하 시기를 지키지 않아도 제재를 가할 방법이 없어 출하량 조절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설상가상 해외 수출길도 좁아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전복 수출량은 지난 2018년 2379톤에서 2020년 1914톤으로 19.5%나 줄었다.





김진영 기자 jinyo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