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횃불은 열사의 피로 불이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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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횃불은 열사의 피로 불이 붙는다"
●5·18 41주년 특집 ‘80년 오월 그 후’- (Ⅲ)또다른 영웅을 기억하는 이들 (프롤로그)||1980년 오월 자행됐던 국가 폭력 이후||전국서 목숨을 건 열사들의 저항 시작돼||10대들도 분연히 들고 일어나 폭력 맞서
  • 입력 : 2021. 06.03(목) 16:41
  • 노병하 기자
김철수 열사(1973.3.30-1991.6.2)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2021년의 자유와 민주주의는 무엇을 대가로 이뤄졌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수도 없겠지만, 한 가지 명확한 것이 있다. 결코 기득권이 저절로 우리에게 넘겨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의 민주주의는 무수한 사람들이 흘린 피의 희생을 딛고 만들어져 왔다. 희생된 모든 이들은 우리와 같은 때로는 우리보다 더 조용하고 평범한 이들이었다.

어떤 이들은 노동자 혹은 가장이었고, 어떤 이들은 대학생이었으며 푸른 10대의 청소년들도 있었다. 그들이 가슴 속에 치미는 분노를 참고 고개를 숙였더라면 지금 사회 어딘가에서 생존해 있을 수도 있었다.

물론 지금과 같은 시대는 아닐 수도 있다. 21세기에서도 노동과 자유의 착취를 당연한 것이라 여기고 작은 빵부스러기를 두고 몰려 서로를 물어뜯을 수도 있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거대한 기득권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말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열사들은 그것을 용납지 않았다.

여기 한 10대 소년이 있다. 그의 이름은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하디흔한 '철수'였다. 김철수. 철수는 착실한 청소년이었다. 공부도 잘하고 남도 잘 돕는 학생이었다.

1989년 보성고등학교에 입학해 교내 풍물패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인생이 변했다. 그때 알게 된 것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가 잘못됐음을 말이다. 사회 부조리를 느끼고 그것이 이 세상을 어떻게 지배하는지 어렴풋이 깨달았던 그는 왜 아무도 나서지 않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1년 5월18일 강경대 열사의 장례 행렬이 망월동으로 가고 있던 날, 보성고등학교 주최로 열린 5·18 기념식에서 모든 이들에게 외치기로 결심했다.

온몸에 불을 붙인 채 행사장으로 달려 나오며 그는 외쳤다. "참교육 실현! 노태우 정권 퇴진!"

몇 주간의 투병 뒤 사망한 그의 유언은 "나는 여러분을 믿습니다"였다.

그가 믿는 '여러분'인 우리는 그가 꿈꿨던 세상을 이뤘을까? 1980년 오월 이후 이름 없이 쓰러져 간 수많은 열사가 말하는 세상은 과연 왔을까? 그리고 그들이 적이라고 믿었던 세력들은 없어졌을까?

본보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5·18 41주년 기획특집 마지막인 1980년을 포함해 그 이후로 사라져간 '민주화운동의 또 다른 영웅'들을 조명한다. 그중에서 10대 열사들을 집중 다룰 예정이다.

그 첫 시작은 5·18 항쟁 기간 시위 중 총기에 맞아 사망한 대동고 전영진 열사이며 이어 16살에 '비상계엄 철폐' 외치며 숨진 숭의중 박창권 열사, 전남여상 박금희 열사, 보성고 김철수 열사 등을 다시 2021년으로 불러낼 예정이다. 이 밖에도 알려지지 않은 숨은 영웅들을 조명해 그들의 삶을 되짚어 본다. 한편, 김철수 열사 추모사업회는 오는 5일 오후 2시 망월동 민족민주열사 묘역에서 김철수 열사 30주기 추모제 및 문화제를 개최한다.



노병하 기자 bhn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