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건물 붕괴사고>'재개발 공화국' 광주, '안전불감증 늪'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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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건물 붕괴사고>'재개발 공화국' 광주, '안전불감증 늪'에 빠졌다
4월 계림동 주택 붕괴 후 2달 만||市 공문만 보낸 채 관리감독 소홀 ||구청, 분기별 대형공사장 점검 한계||관리법상 '감리자 상주' 조항없어||
  • 입력 : 2021. 06.10(목) 18:25
  • 박수진 기자
이형석· 이병훈 민주당 국회의원, 김용집 광주시의회 의장과 의원 등이 10일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구역 철거 건물 버스 매몰 사고 현장을 찾아 시민들에게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김양배 기자
광주시 동구 학동 4구역 주택재개발지구 건물 붕괴 참사는 지역 재개발·재건축 난립 속에서 '안전불감증'이 부른 '인재(人災)' 정황이 곳곳에 드러나고 있다.

불과 4km가량 떨어진 광주 노후 주택 개축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 이후 2달 만에 또다시 사고가 발생, 허술한 관리·감독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건축물 해체시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5월부터 시행된 건축물관리법도 참사를 막지 못했다. 개정된 건축물관리법엔 '감리자 지정, 철거 허가제'가 도입됐지만 현장에선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 말뿐인 철거 안전관리 대책

불과 두 달 전 광주 동구 계림동 주택 개축 현장에서 난 붕괴·매몰 사고 이후에도 건축물 철거 안전관리 대책은 미흡했다.

지난 4월4일 광주 동구 계림동에선 노후 목조 한옥 건축물 구조를 대대적으로 바꾸는 '대수선 공사' 도중 붕괴가 발생, 인부 등이 매몰돼 2명이 숨지고 2명 다쳤다.

당시 붕괴 사고도 건축법령을 어긴 임의 공사와 안전 조치·현장 관리 미흡 등의 이유로 발생한 인재였다.

광주시는 사고 이후 5개 구청에 '건설현장을 철저하게 관리·감독하라'는 공문을 보낸게 전부일 뿐, 합동 점검 등 후속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재개발·재건축 건설현장에 대한 점검은 허가권자인 구청 소관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관할 구청도 재개발·재건축 현장 안전 점검에 관한 관련 담당과가 부재한 탓에 제대로된 점검이 이뤄지지 못했다.

동구청은 계림동 노후 목조 한옥 건축물 붕괴 사고 이후 공사현장 안전,점검 등을 총괄하는 '건축안전팀'을 신설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이 또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동구청 관계자는 "감리자가 공사 현장에 지정돼 있기 때문에, 공사가 잘 이뤄지고 있는지 대형공사장 위주로 분기별로 점검을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면서 "인력상 수시로 현장을 점검할 수 없어, 감리자에게 공사 안전 관리 등을 맡겨놓은 형태다"고 말했다.

● 비상주 감리자 지정 등 법 맹점

이번 대형 참사 사고 현장에 '감리자의 부재'가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리자는 사업자와 시행자 사이의 중립적 위치에서 기술지도를 하는 현장 관리감독자로 부실공사와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필수인력이다.

그러나 이번 사고 당시 현장에 감리자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허술한 안전 관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위험이 도사리는 철거 작업임에도 감리자가 없었던 것은 시행사인 HDC 현대산업개발이 감리업체와 '비상주감리' 계약을 체결했고, 관할 동구청에서 이같은 내용으로 철거·해체계획서를 제출했다.

이는 건축물 철거 공사의 경우 '건축물관리법' 상의 맹점에서 비롯됐다.

'건축물관리법'에는 건축 해체공사 감리자 지정에 관한 조항은 있을 뿐, 규정상 반드시 상주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없는 탓이다.

건물해체 신고제도 자체의 안전 심의를 거쳐 허가를 받아야 건물을 철거할 수 있는 '철거 허가제'로 바뀌었지만 이번 참사에선 '허가제'는 무용지물에 그쳤다. 건축물관리법 개정·시행 한달도 안돼 대형참사가 벌어져 안전강화가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법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광주 도심 곳곳 안전 사각지대

광주 도심 곳곳에서 재개발·재건축 공사가 진행되면서, 이같은 사고위험은 늘 도사리고 있다.

10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 5월말 현재 광주지역 주택재개발·재건축 사업지구는 모두 46곳으로, 이 중 33곳이 재개발, 13곳이 재건축지구다. 현재 공사가 진행중인 곳도 9곳에 이른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학동 4구역도 주택재개발지구 공사현장이다.

지역주택조합을 통해 아파트 건설이 이뤄지는 곳은 북구 9곳, 동구 6곳, 남구 4곳, 서구 2곳, 광산구 2곳 등 모두 23곳에 달한다.

이번 건물 붕괴사고처럼 아파트 건설현장 내 안전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작업장 인부들이 현장에서 숨지는 사고가 잇따르고 가림막 붕괴사고 등도 비일비재하다. 지난 2019년에도 광주 동구 지산동 재개발구역 공사현장에서 아파트 5층 높이 가림막이 무너져 인근 차량과 건물을 덮치기도 했다.









박수진 기자 suji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