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유색 페트병, 투명색 교체작업 서둘러야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환경복지
막걸리 유색 페트병, 투명색 교체작업 서둘러야
대형마트 등 유색막걸리 즐비 ||내년부터 투명 페트병 의무화 ||연 1만여 톤 재생 연료 재탄생 ||구례 산들 투명화 도입 ‘선도’ ||음료업계 ‘무라벨’ 벤치마킹을
  • 입력 : 2021. 06.14(월) 11:39
  • 조진용 기자

㈜산들은 지난 4월부터 (왼쪽) 유색페트병 용기를 투명페트병 용기로 교체했다. (맨 오른쪽) 분홍색상이 사용된 용기도 추후 투명페트병용기로 교체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중이다.

플라스틱 소재 유색 페트병이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이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농도 전남에서 인기가 높은 막걸리병 역시 마찬가지. 다행히 전남지역 업체에서 투명 페트병 막걸리를 판매하고 있는 업체가 있어 기대가 높다. 환경부는 내년부터 주류제품에도 투명페트병 사용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막걸리 제조업체측은 음료업계의 '무라벨' 제품처럼 의무화에 앞서 별도의 대체제를 마련할 시간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단체들도 환경보전을 위한 투명 페트병 확산을 촉구하고 나섰다.

● 유색 막걸리 페트병, 투명색으로 교체 서둘러야

지난 11일 서구 치평동의 한 대형마트 주류 코너. 유색 페트병에 담긴 막걸리 제품 수십종류가 진열돼 있지만 투명 페트병 제품은 보이지 않는다.

막걸리 3병을 구입했는지 한 고객의 카트를 보니 모두 유색페트병 막걸리로 채워져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코로나19로 플라스틱 일회용품 쓰레기 폭증에 따라 재활용을 위해 투명 페트병과 유색 페트병을 별도 분리배출하도록 했다.

페트병은 의류, 식품용기 등으로 재활용되는데 유색 페트병이 섞이면 재활용 가치가 떨어진다. 때문에 재활용을 방해하는 유색 페트병 사용을 근절하기 위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으나 막걸리병은 여전히 유색 페트병이 대세다.

자원순환사회연대 광주·전남소비자시민모임 등은 지난 4월8~13일 광주·서울 등 전국 45개 지역 대형마트,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막걸리병 색상과 접착제 사용실태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60개 업체 89개 제품에서 백색, 초록, 파랑 등 유색 페트병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페트병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막걸리 용기를 투명 페트병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허승희 광주전남녹색소비자연대소장은 "막걸리 시장은 지난해 약 5000억원대 판매고를 기록했다. 유색페트병인 탁주(막걸리·전통주) 용기는 일반 플라스틱으로 분류돼 배출되고 있다"며 "탁주 용기는 잘 수거해도 질 높은 재활용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렇더라도 탁주 용기는 투명 페트병 용기로 교체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 막걸리 유통기간 짧아 유색 선호

광주·전남지역 막걸리 생산업체는 여전히 유색 페트병을 사용하고 있다. 유색페트병을 사용하는 데는 유통기간이 짧기도 하지만 햇빛 등 외부요인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해서다. 페트병 생산업체의 유색 제작시스템도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역 막걸리 제조업체 관계자는 "막걸리 용기 생산업체가 유색 페트병을 제작하도록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투명 페트병 용기를 주문할 경우 납품이 늦어지고 있다"며 "발효제품 특성상 유통기한이 짧아 유색 페트병에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례 막걸리 업체 ㈜산들 투명페트병 도입

자원순환을 고려해 막걸리 용기를 투명페트병으로 교체한 업체도 있다. 구례군 산동면에 있는 ㈜산들(대표 박연두)이다. 2개 제품(산수유·쌀) 중 쌀막걸리를 투명 페트병으로 교체했다.

막걸리 용기의 투명화 얘기가 나오자 서둘러 지난 4월부터 막걸리 용기를 투명 페트병으로 교체했다. 나머지 1개 제품(산수유)은 지역 특색을 강조하기 위해 유색 페트병을 사용 중이지만 향후 투명 페트병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박연두 산들 대표는 "막걸리 용기로 투명 페트병을 사용하는 게 법적 의무는 아니지만 재활용 효율을 높이려는 취지에 공감해 2가지 제품 중 1개 제품에 대해 막걸리 용기를 투명 페트병으로 바꾸게 됐다. 나머지 1개 제품은 지역특산물인 산수유를 첨가한 점을 강조하기 위해 분홍색 페트병을 사용 중인데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투명 페트병으로 교체할 예정이다"며 "막걸리 용기 생산업체의 투명 페트병 납품이 늦어지는 것을 대비해 여유 있게 투명 페트병을 주문해 막걸리를 유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도권의 대표적 제품 '장수막걸리'도 1년 동안의 연구를 통해 햇빛 차단 물질을 도포한 투명 페트병으로 지난해 6월 교체했다.

현재 자원 재활용법에는 음료와 생수병만 투명 페트병 사용이 의무화 돼있다. 환경부는 자원 재활용법을 개정해 내년부터는 주류 제품까지 투명 페트병 사용 의무화를 확대할 예정이다. 개정 법령의 주요 내용은 포장재를 재활용 용이성에 따라 최우수·우수·보통·어려움 등 4단계로 구분해 분담금을 차등 부과한다. 생산자 입장에서 재활용 용이성이 '어려움'에 해당되는 제품을 생산할 수 록 분담금액이 높아지는 방식이다.

●음료업계 무라벨 제품 벤치마킹을

환경전문가들은 막걸리병을 투명 페트병으로 교체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이다.

공정화 광주·전남소비자시민모임 대표는"막걸리병이 투명 페트병으로 바뀐다면 연간 막걸리 소비량을 5억병으로 가정해 추정했을 때 연 1만1500톤의 플라스틱이 질 좋은 재생연료로 재탄생하게 될 것"이라며 "발효 제품인 막걸리 특징을 고려해 변질 우려가 있는 제품은 철저히 테스트도 하고 대체제를 개발할 별도의 유예기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음료업계에서 잇따라 제품에 상표를 붙이지 않은 '무라벨' 제품들도 선보이고 있어 막걸리 제품도 시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윤희철 광주지속가능협의회 사무처장은 "생수와 음료 제품은 기존 라벨에 적혀있던 제품명, 성분 등 제품 표기 사항들을 묶음 포장을 손잡이에 기재해 유통하고 있다"며 "막걸리도 무라벨 제품이 생산될 수 있게끔 생산업계들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유통업체에 유색페트병용기가 사용된 막걸리들이 진열돼있다.

조진용 기자 jinyong.cho@jnilbo.com